눈앞의 현실적 문제보다 믿음이 더 중요한 까닭. / 요 4:46-54.
묵상자료 6801호(2019. 12. 30. 월요일).
시편 58:1-3.
찬송 397장.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이리나 프레코비라는 독일 심리학자에 의하면, 독일 사람들은 운전을 할 때 여간해서는 차선을 잘 바꾸지 않습니다. 융통성이 없거나 변화를 두려워해서가 아니라, 첫째 교통 법규를 철저히 잘 지키는 습관 때문이고, 둘째 상대 운전자를 배려해야 한다고 생각해서지요. 그런데 남반구 사람들은 정반대입니다. 차선을 바꾸지 않아도 좋을 곳에서도 마음대로 차선을 바꾸고 옮기지요. 그러면서 상대 운전자에게 수시로 농담을 하거나 또 험담도 합니다. 한번은 이리나가 칠레 여성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기차역엘 나갈 때입니다. 그녀 역시 필요도 없이 계속 3번씩이나 차선을 번갈아 오가 길래, 참다못한 이리나가 물었습니다. “왜 그렇게 운전하느냐?” 고요. 그러자 칠레 여성이 대답했습니다. “칠레에서는 다 이렇게 운전해요. 이게 재미있거든요.” 아니 재미로 수시로 차선을 변경하다니 사고 나면 어쩌려고. 이리나 입장에서는 말도 안 되는 이유라고 생각을 했겠지요. 그런데 칠레 여성이 다시 대답했습니다. “그래도 칠레의 교통사고가 독일보다 훨씬 더 적어요. 우리는 운전자들끼리 서로 농담도 하고 험담도 하면서, 서로 더 아는 사이인 것 같아져서 오히려 서로를 잘 배려하거든요.” 그러니까 서로 농담이나 험담도 해 가면서 소통하면서 사는 게, 정해진 규칙을 엄격하게 지키면서 단절 속에서 사는 것보다, 훨씬 덜 위험하고 더 즐거울 수 있다는 거겠지요. 그렇다고 진짜 도로에서 갑자기 남반구 사람들처럼 수시로 차선변경을 하면서, 운전자들끼리 농담하기를 권하기는 그렇지만요, 일상 속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만큼은 차가운 정확성보다는 친근과 너그러운 소통의 남반구식 차선변경, 좀 더 활용해도 즐겁고 행복하지 않을까요? <KBS FM 1, 출발 FM과 함께, 2009년 12월 8일 방송>
2. “고관의 아들을 고치신 예수(요 4:46-54)”를 읽었습니다. 병든 아들을 가진 부모의 마음이 어떨까? 그것도 죽을 것 같은 중병일 경우는 말 그대로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그래서 주님을 찾아온 왕의 신하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주님은 애간장이 타들어가는 왕의 신하에게, “너희는 기적이나 신기한 일을 보지 않고서는 믿지 않는구나.”라고 말씀하십니다. 선문답(禪門答)이라도 하는 말씀입니다. 살고 죽는 심각한 문제 앞에서 하늘이 노란 사람에게 생뚱맞은 믿음 얘기를 하셨으니 말입니다. 왕의 신하는 줄기차게 애원합니다. “제 자식이 죽기 전에 같이 좀 가 주십시오.” 주님은 “집으로 돌아가라. 네 아들이 살 것이다.” 그렇게 해서 신하는 그 말씀을 믿고 돌아갔고, 가는 도중에 아들이 살아났다는 전갈을 받고는 그 나은 시각이 주님이 말씀하신 때인 것을 알고, 온 집안이 예수를 믿게 되었다는 일화입니다.
우리는 주님이 하신 말씀 “너희는 기적이나 신기한 일을 보지 않고서는 믿지 않는구나.”는 말씀을 묵상하려고 합니다. 저는 이를 두고 선문답 같은 말씀으로 들린다 말했습니다. 문제와는 달리 엉뚱한 농담 따먹기라도 하듯 한 말씀으로 생각된 때문입니다. 이 지점에서 왕의 신하와 주님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간격을 느끼게 됩니다. 왕의 신하를 비롯 우리들은 언제나 현실적인 문제 그 자체에 골몰합니다. 제가 치아 때문에 고생할 때는 이것만 고치면 아무 문제없는 평화의 세상이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걸 고친 오늘은 치아문제는 까마득히 뒷전으로 밀려나고, 또 다른 문제가 앞을 막고 버티고 서 있습니다. 이렇듯 우리들 문제는 끝도 없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타납니다. 그래서 하루도 걱정과 근심에서 해방되지 못합니다. 그런데 주님은 전혀 엉뚱하기까지 한 믿음의 유무에 깊은 관심을 보이신 것입니다. 그래서 믿음의 문제는 현실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에게나 필요한 일이 아닌가하는 의문을 갖게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하나님이 생명의 주인이시라는 것과 오늘은 물론 수천 수만 년이 흐른다해도 주님이 역사의 주인이시라는 믿음이 더욱 중요했던 것입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