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예수님의 명명일(命名日)에 우리들 이름을 생각해봄. / 마 1:18-25.

박성완 2020. 1. 1. 00:18

묵상자료 6803(2020. 1. 1. 수요일).

시편 58:6-8.

찬송 94.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소설가 박범신 선생께서 한 칼럼에 썼습니다. 처음 집을 직접 짓게 됐을 때, 설계를 맡은 분에게 제일 먼저 부탁하셨대요. 무조건 집안의 모든 공간에 햇빛이 쫙 들게 해 주세요. 설계사는 반대했다지요. “집이란 그늘도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작가로 이름을 떨치기 전까지, 가난 때문에 너무나 고생이 많았던 박범신 씨는 그래도 우겼답니다. “내가 속이 좁은 건 모두 좁고 어두운 방에서 자랐기 때문이다. 그러니 무조건 집안의 모든 공간에 햇빛이 들 수 있도록 해 달라. 그래야 아이들도 밝고 통이 큰 사람으로 자랄 것이다.” 워낙 부탁이 강경하니, 설계사는 원하는 대로 설계를 해 주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정작 그렇게 어디든 다 환하고 밝기만 한 집에서 성장해 가는 아이들이, 작가의 마음과는 달리 조금씩 애를 먹이기 시작했지요. 그래서 다소 힘들어하고 있는데, 심리학을 하는 친구가 조언을 해 주셨대요. “집의 창이 너무 넓어서 너무 환하기만 한 대, 그러면 아이들 심리가 산만해질 수도 있다. 집이란 숨바꼭질하기에 좋을 만한 다락방도 있고 광도 있고 좀 어두운 데도 있어야 하니, 아이 방을 좀 바꾸어 봐라.” 이렇게 말이지요. 그제서야 무조건 햇빛 환한 집만을 고집했던 자신의 생각이 잘못이었음을 깨달았다고 작가 박범신 씨는 전했습니다. 모든 조건이 다 좋아 보이는 게 무조건 다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 사람 심리에는 밝고 환한 것만큼이나 어둡고 힘든 것도 도움이 된다는 것만큼, 우리에게 힘이 되는 사실도 없겠지요. 밝음 만이 아니라, 어두움도 함께 했던 집이나 가족, 나 자신의 마음이야 말로 나에게 가장 좋은 조건이었고, 희망이라는 생각으로 1년의 시간을 정리해야 하리라 생각해 봅니다. <KBS FM 1, 출발 FM과 함께, 20091231일 방송>

 

2. 오늘은 우리 주님이 세례 받으심과 이름을 얻으신 것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어린 아이가 태어나 이름을 불리게 되는 것은 세례를 받는 날입니다. “지원아, 네 이름이다. 지원아, 나는 너에게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노라.” 이것이 기독교회의 전통입니다. 지금부터 50, 60년 전만해도 이름이 없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마당쇠><길동>이니 <딸고마니>가 이름일 수 없습니다. 저의 할머니와 증조모님의 이름은 똑 같이 <성녀>입니다. 앞에 성을 붙여서 배성녀, 권성녀입니다. 이것도 이름이 아닙니다. 배씨 성을 가진 여자 아이, 권씨 성을 가진 여자 아이라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하물며 2천 년 전이었겠습니까? 우리 교회는 모든 사람들에게 저마다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이름을 주어야 한다고 믿은 것입니다. 그래서 세례를 베풀 때 이름을 주었는데, 혹자는 영세명 혹은 세례명이라고 하는데, 이는 유아세례를 받을 수 없어서 이미 세속적인 이름을 갖고 난 후라는 뜻입니다. 예수라는 이름은 자기 백성을 죄에서 구원할 자라는 뜻입니다.

   오늘은 예수님의 이름과 함께 우리들 각자가 부모님이나 혹은 목사님으로부터 받은 자신의 이름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사람에게 주어진 이름은 그 사람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가장 중요한 선언인 때문입니다. 저의 부친은 기미(己未)생으로 정규 학교는 소학교 졸업이 전부이지만, 서당에서 천자문을 뗀 후 동문선습과 사서삼경 등을 공부하신 분으로, 저의 이름을 成完이라고 지으셨습니다. 제 성이 박이니까 박이 완전히 잘 익기를 바란다.”는 소망을 담은 이름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 아이들에게 제 나름의 인생관을 심어 주는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뱀처럼 슬기롭고 비둘기 같이 부드러워라.”는 지유(智柔), “지혜를 온 세상에 풍기거라.”는 지훈(智薰), “지혜로 평온하거라.”의 지예(智乂)가 그렇습니다. 자녀의 이름은 부모의 소망입니다. 예수님은 당신의 이름에 완전히 어울리는 삶을 사셨습니다. 자기 백성(이스라엘 민족만이 아니라, 우주적 모든 인간)을 죄와 죽음에서 구원하시는 소명을 다하셨습니다.

 

3. 경자(庚子) 년이 밝았습니다. 풍성한 하나님의 은총을 누리시고,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