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아직도 목마른 삶을 살고 있습니까? / 요 7:37-52.

박성완 2020. 1. 8. 07:03

묵상자료 6810(2020. 1. 8. 수요일).

시편 59:14-17.

찬송 316.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우리의 옛 설화에도 폼페이 벽화 속 여신에 버금가는 아름다운 자태의 여인이 등장합니다. 가상 인물이 아니라 실제로 존재했던 여인이라고도 하는 그녀, 신라 시대의 향가인 <헌화가> 속의 주인공 수로 부인입니다. 그녀는 성덕왕 시절 강릉 태수로 부임에 가던 순정공의 아내였습니다. 남편을 따라 강릉으로 가던 길에 그녀는, 한 골짜기에서 높은 절벽 틈에 핀 아름다운 꽃을 발견하지요. 너무나 갖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수행원 아무도 선뜻 위험한 절벽에 올라가려 하지를 않았습니다. 그 모습에 암소를 끌고 지나가던 노인이 선뜻 나서서 말합니다. “붉은 바윗가에/ 잡고 있는 암소 놓게 하시고/ 나를 아니 부끄러워하신다면/ 꽃을 꺾어 바치오리이다수로 부인에게 꽃은 누군가가 따다 바치는 그나마도 행여 죄가 되지는 않는지, 망설이며 바치는 지극한 헌정물이었습니다. 시대와 관습의 차이는 그렇게 같은 꽃도, 한 여인에게는 직접 꺾게 하고, 한 여인에게는 누군가에게는 그냥 받아들게 했습니다. 생각해 보면 자신이 갖거나 누리고자 하는 걸 적극적으로 직접 할 수 있던 벽화 속 여신은 타고난 능력이 뛰어난 셈이고, 앉은 채 꽃을 헌정 받은 수로 부인은 타고난 운이 뛰어난 셈인 거겠지요. 어쨌든 양쪽 다 행복한 유형 인 셈일 겁니다. 혹시 사람은 누구나 그 두 가지 유형 중 어느 한쪽에 속하는 게 아닐지. 그러리라고 바라고 믿는 것도, 때론 괜찮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KBS FM 1. 노래의 날개위에, 201216 방송>b.

 

2. “목마른 사람은 내게로 오라(37-39)”, “그리스도에 관한 구구한 생각(40-44)” 그리고 유다 지도자들의 논란(45-52)”을 읽었습니다. 첫 단락을 묵상하려고 합니다. 성경을 읽는 독자로써 도무지 감조차 잡을 수 없는 구절 앞에서 당황할 때가 많습니다. 그중의 한 구절이 오늘 읽은 첫 번째 단락입니다. 이럴 경우에 목사들은 그 말씀의 배경이나, 혹은 평행구절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오늘 말씀처럼 목마른 사람은 다 나에게 와서 마셔라. 나를 믿는 사람은 성경의 말씀대로 그 속에서 샘솟는 물이 강물처럼 흘러나올 것이다.”가 그런 말씀입니다. 우선 첫 구절은 예수님의 말씀 중에서 몇 구절 평행구절을 얻을 수 있습니다(4:13, 14, 6:35, 21:6, 22:17). 그런데 그 뒷 구절은 마땅히 언급할 구절이 없어서 불트만 같은 학자는 본문에서 말하는 성경은 구약 성경을 말할 터인데, 만족할 만한 본문을 찾기 어렵다고 토로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럴 때 저는 성경의 통전성(integrity-맥락, 흐름) 이라는 차원에서 이해하자고 말합니다. 다시 말하면 목마른 사람은 예수께로 나가라. 그리고 그 분이 주는 강물처럼 샘솟는 물을 마시라고 말입니다.

   어떻습니까? 세상에는 목마른 사람들로 가득 차 있는 것 같지 않습니까? 하루 세끼니도 챙겨 먹을 수 없는 가난한 사람들만이 아니라, 배부른 사람들 역시도 끝없는 욕망의 노예가 되어서 목마름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질병에 묶인 사람들의 목마름은 어떻습니까? 사랑에 목마른 사람들, 아름다움에 목마른 사람들, 권력에 목마른 사람들. 결국 이런 사람들로 인해서 세상은 매우 불행한 것처럼 왜곡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러시아의 사상가 베르자예프의 말처럼 우리의 현실이 어떠하든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돕고 싶은 윤리적인 욕망을 키워간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울까요? 지금 주님께서 주고 싶어하시는 샘솟는 강물 같은 물이란, 이런 하나님이 주신 은총의 재발견이 아닐까요? 엊그제 제가 예배를 드린 농인교회에는 세 할머니가 나오시는데, 97살이 되신 형님 할머니가 88살이 되신 막내 할머니의 밥을 먹여주셨습니다. 3살짜리 어린 애를 달래가며 먹이듯 말입니다. 다 먹인 다음에 자신의 밥을 드셨습니다. 막내 할머니는 치매 증상이 있어서 온갖 투정과 불평을 늘어놓습니다. 그럴 때마다 형님 할머니는 그러지 마. 이렇게 맛있는 밥을 하나님께서 주셨어.” 하십니다. 자신은 건강하니까 이렇게라도 도울 수 있어 행복하다 하십니다. 우리가 찾을 행복은 그런 것이었습니다.

 

3. 마을의 총무단 인수인계식에 촌장으로 참석하라 해서 내려왔습니다. 수고한 분들에게는 감사를, 수고할 분들에게는 격려를 하였습니다.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