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절망같은 운명을 만날 땐, 하나님의 위대한 뜻을 기대하기. / 요 9:1-17.

박성완 2020. 2. 17. 00:01

묵상자료 6850(2020. 2. 17. 월요일).

시편 68:26-27.

찬송 96.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세계의 문학사에서 읽어버린 보물이라고 하면,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1922년에 읽어버린 원고 뭉치를 빼 놓을 수 없습니다. 그 때는 아직 무명작가에 불과했던 그가, 당시 첫 번째 아내와 파리에 머물면서, 신문사 특파원 일을 하는 한편으로 틈틈이 단편소설을 여러 편 썼는데요. 그 초창기의 원고를 몽땅 분실하고 만 것이었습니다. 손으로 쓴 초고 타자기로 친 원고 그리고 사본까지, 말 그대로 몽땅 이었습니다. 아내가 그 원고들을 모두 가방 속에 넣어서 로잔에 있던 그에게 오던 중, 리옹 역에서 가방을 도둑맞았기 때문이었는데요. 작가에게 원고 분실은 교통사고보다도 더 지독한 불운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그 때의 절망이 얼마나 컸는지, 헤밍웨이는 더는 글을 쓸 수 없으리라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자존심 강한 사람들은 깊은 절망에 빠질수록, 오히려 괜찮다고 큰 소리치는 경향이 있지요. 헤밍웨이도 그랬습니다. 자책을 하는 아내와 걱정하는 친구들을 향해서, 가슴아파하지 말라고 초기 작품들을 잃어버린 건 나를 위해 차라리 잘 된 일인지도 모른다고 다독이면서, 다시 단편을 쓸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그 말은 물론 거짓말이었습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그 말을 하는 순간 진심이 되었고, 얼마 후 중대한 결심을 하게 됩니다. 더 이상 단편이 아닌 장편소설을 쓰기로 마음먹었던 거지요. 그래서 장거리 달리기를 연습 하듯이, 조금씩 조금씩 긴 글을 쓰는 훈련을 했고요. 그 결과물이 첫 번째 장편소설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옅습니다. 이 작품으로 헤밍웨이는 문단의 호평을 이끌어 내면서 드디어 작가로써 주목받기 시작하지요. 원고를 잃어버린 것이 오히려 잘 된 일이라고 말했던 것이, 현실이 된 겁니다.

<KBS FM 1, 출발 FM과 함께, 2013326일 방송> a.

 

2. “소경으로 태어난 사람을 고치신 예수(1-12)”바리새파 사람들의 생트집(13-17)”을 읽었습니다. 오늘 묵상은 첫째 단락입니다. “운명을 믿으세요?” 가끔 질문을 받곤 했습니다. 아마도 기독교인들이라면 하나님은 우리의 구체적인 삶의 부분 부분까지 다 간섭하실까요?” 라고 물었을지 모릅니다. “참새 두 마리가 한 앗사리온에 팔리지 않느냐? 그러나 너희 아버지께서 허락지 아니하시면 그 하나도 땅에 떨어지지 아니하리라.”(10:29)에 의하면 참새 한 마리까지 다 살피시는 하나님이심을 본다면, 하나님은 온 우주에 대해서 깊이 관여하신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갑자기 웬 운명? 하실 것입니다만, 저는 농인(聾人)과 맹인(盲人) 교회를 갈 때마다, 태어날 때부터 이런 장애를 가지고 삶을 시작하게 될 때, 어떤 기분일까를 생각해 보곤 합니다. 그리고 그런 분들을 향해서 하나님을 의지하라고 어떻게 말할 수 있을 것인가 의문을 갖곤 했습니다. 그러나 새옹지마(塞翁之馬)의 교훈에서 배울 수 있듯, 삶의 의미는 매우 깊고 오묘하다 하겠습니다.

   가장 잔인한 일 가운데 하나는 불행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의 삶을 두고 논쟁을 벌이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바로 오늘 본문이 그런 대표적인 예라 하겠습니다. 맹인으로 태어난 것도 억울하고 가슴 아픈 일인데, 그것이 부모나 자신의 죄 때문이라고 하니 말입니다. 그러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호기심도 없는 게 아닙니다. 예수님은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 영원히 되풀이 하지 않아도 좋을 명 대답을 하신 것입니다. 그 사람도 그의 부모의 잘못도 아니라는 것이며, 하나님의 놀라운 일을 드러내기 위함이라고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더 이상 막연한 운명론에 빠져서 한탄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이런 캄캄한 문제 앞에서 절망하고 있는 우리들에게 하나님의 놀라운 일을 드러내시겠다고 하십니다. 물론 오해는 말아야 합니다. 캄캄한 인생을 밝고 환한 새로운 인생으로 확 바꾸시겠다는 뜻만이 아닙니다. 오히려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가를 똑똑히 알려주시는 기회로 삼으신다는 말입니다. 결과적으로 우리 자신의 변화된 삶도 엄청난 축복이겠지만, 그 보다 더 큰 것은 하나님이 하시는 일이란 불가능이 없는 분이시라는 것, 세상을 당신의 선하신 뜻대로 섭리하시는 분이라는 점을 밝히 나타내 보이시겠다는 말씀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기도해야 합니다. 하나님, 당신의 위대한 뜻을 이루어주시옵소서 !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