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결코 무의미한 삶이 아닙니다. / 고전 12:12-26.

박성완 2020. 3. 26. 01:48

묵상자료 6888(2020. 3. 26. 목요일).

시편 73:10-12.

찬송 346.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지극한 낭만과 평온과 휴식도, 매일 반복되면 권태롭고 무기력해 지는 걸까요? 올리비아는 결국 코스모와 이리자를 떠납니다. 낭만과 평화에 지친 듯, 여행 가방을 꾸려서, 신선함과 경이로움에 탄성을 올렸던 꿈과 낭만의 휴양지를 떠나, 원래 자리로 다시 돌아간 거지요. 여행과 일상, 떠남과 돌아옴이 갖는 어쩔 수 없는 속성일까요? 하지만 떠나는 것이든 돌아가는 것이든 어디서든, 여행 가방을 꾸려 기차를 기다리는 날, 하필 비까지 내린다면, 어쩔 수 없이 마음이 좀 복잡하고 착잡할 것 같기도 합니다. 1949년생인 스티브 헹크스는, 현존하는 최고의 수채화가로 꼽히는 사람인데요. 그의 수채화 중 <비속을 떠나며>의 젊은 여성은 비 내리는 기차역 플레트 폼에 있습니다. 꽤 많이 내리는 비를 우산으로 가린 채, 눕혀진 여행 가방에 무릎을 접고 앉아 있습니다. 여행 가방은 옛날식의 바퀴도 없는 딱딱하고 네모난 트렁크 가방이지요. 뒤쪽에는 커다랗고 둥근 갈색의 여성 가방도 있습니다. 그녀가 앉아 있는 트렁크 가장자리를 빼면, 두 개의 가방은 꽤 많이 내리는 고스란히 맞고 있습니다. 머리에 베레모 풍의 모자를 쓴 그녀는 고개를 저 쪽으로 돌린 채, 먼 기차의 불빛을 보고 있습니다. 그녀는 이제 막 답답하고 좁게만 여겨지는 고향 마을을 떠나, 화려한 대도시로 떠나려는 중일까요? 아니면 올리비아처럼 화려한 대도시에서 살다, 지친 마음을 시골 마을에서 달래고 다시 되돌아가는 걸까요? 어떤 이유로든, 비오는 날에 기차역 플레트 폼의 그녀와 그녀의 여행 가방들이, 원하는 미래와 원하는 삶을 향해 떠나가는 것이기를 바래 봅니다. <KBS FM 1. 노래의 날개위에, 2012323일 방송>b.

 

2. “그리스도의 몸과 지체(12-26)”을 읽었습니다. 그리스도와 성도의 관계를 몸과 그 지체로 비유한 사도 바울의 설명은, 적절함을 넘어 신비하기까지 합니다. 왜냐하면 천차만별로 다양한 성도들이, 어떻게 그리스도 안에서 가장 바람직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가를, 이처럼 더 분명히 설명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 인간의 몸은 수백 개의 지체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생김새도 다 다르고 하는 일도 다 다르지만, 일사분란하게 건강한 몸을 위해서 맡은 바 직무를 수행하듯, 우리들 성도는 그리스도의 몸을 위해서 소임을 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두고 소명의식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세상을 구원하시는 그리스도의 목적을 위해서,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이 수행해야 할 역할이 있다고 하는 것은 얼마나 자랑스럽고 감사한 일인지 모릅니다. 우리의 삶이란 결코 보잘 것 없지도, 하찮은 것도 아니라는 말입니다. 그리스도 안에 있는 성도들은 자신조차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세상을 구원하는 엄정한 그리스도의 사업에 참여하는 때문입니다.

   우리는 요즘 우리나라의 국격이 높아졌다는 말들을 많이 듣고 있습니다. 그것은 세상 사람들이 우리를 주목해 바라보면서 구원의 손길을 뻗히고 있는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민주적이라는 가치와 투명한 정보의 공유, 그리고 발전된 문명의 도움을 받기 위해서 개인보다는 공동체를 위한 배려, 그리고 함께 이겨내고 협력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어우러져 있다는 점이 신기하게 맞아떨어졌다는 것입니다. 이를 두고 어떤 이는 신의 한 수라는 바둑 용어까지 빌고 있었습니다. 지금 우리 기독교인들이 이처럼 다양한 재능과 역할 분담으로, 하나님의 역사에 참여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야 하겠습니다. 이런 의미부여는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성실하게 참여하는 일이란, 무료한 시간을 흘려보내는 일만은 아닐 것입니다. 의미를 만들고 보람과 기쁨을 만드는 것이어야 하는 때문입니다. 일전에 쓰레기장 옆의 검둥이 얘기를 했습니다. 요즘 저는 이 검둥이를 만나는 기쁨으로 청소를 하고 있습니다. 그를 위해서 고구마도 삶고 과자 부스러기도 챙기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문자 그대로 소확행입니다. 그것이면 충분합니다.

 

3. 밀린 숙제였던 나무 울타리 페인트 칠을 끝냈습니다. 후련합니다.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