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의 허물까지 짊어지는 사랑이야기. / 고전 13:1-13.
묵상자료 6890호(2020. 3. 28. 토요일).
시편 73:16-19.
찬송 418장.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에게해와 푸른 박공예라는 두 실마리만으로도 벌써 그 이름이 떠오를 만한 섬, 바로 그리스의 산토리니 섬입니다. 2002년 올리버와 크레이그, 두 명의 영국 청년은 그 아름다운 섬에 갔다가, 그곳에 딱 한 가지 없다는 게 있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바로 서점이었지요. 2000년대 세상 사람들이 여행할 때 책을 갖고 다니던 시절로부터 꽤 멀어지고 있었지요. 그러니 관광지에 있던 서점들도 차츰 사라져갈 때였습니다. 더욱이 산토리니 섬은 섬에 사는 주민 수도 만 오천 명 정도인데다, 여름 몇 달을 제외하면 나머지 달들에는 상점의 대부분이 문을 닿다 시피 했습니다. 그러니 서점을 차리기엔 사실 위험한 조건이었지요. 하지만 평소에 책을 좋아하던 두 청년에게는 책을 좋아한다는 그 자체가 그들의 진로와 인생에 확실하고도 결정적인 실마리가 됐습니다. 두 영국 청년은 2년여의 준비 끝에, 마침내 그토록 아름다운 산토리니의 이와 마을에 최초의 서점을 엽니다. 서점 이름은 사라진 전설의 섬인 아틀란티스로 했습니다. 서점 바깥벽은 고흐가 좋아했던 노란색을 칠했고, 서점 안쪽 벽은 산토리니 섬의 대표 색깔인 흰색을 칠하고, 그 사이 공간을 영국이며 그리스에서 구해온 책들로 가득 채웠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처럼 여행과 서점을 좋아하는 누군가가 그곳에서 일하고 싶어 하면, 식사와 잠자리를 내주고 일하게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서점 안에 있는 계단을 올라가면 에게 해가 한 눈에 보이는 옥상도 있지요. 그 아름다운 옥상에선 때로 시낭송회며 연주회도 열립니다. 그런 시 낭송회나 연주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이야말로 지상에서 절대 잊을 수 없는 예술적인 저녁 시간과 장소를 가진 셈이 아닐 지요. 그러니 서점에서 미래의 실마리를 찾는 일도 서점이 인생의 실마리가 된 일도, 모두 산토리니 섬의 풍광만큼이나 아름답고 눈부시게 느껴집니다. 그 섬을 찾을 때는 오히려 가방 속에 챙겨 넣은 책을 빼 두고, 그 섬에 가서 무엇보다 책 몇 권을 사야할까 봅니다.
<KBS FM 1. 노래의 날개위에, 2016년 3월 27일 방송>b.
2. “사랑(1-13절)”을 읽었습니다. 기독교인이 아닌 사람에게도 잘 알려져 있고 심지어 몇 구절은 외울 법도 한 성경이 오늘 본문이라고 생각합니다. 1-3절까지는 사랑의 가치를 말해주고 있는데, 천사의 말도 복음 전도자의 행적도 온갖 신비를 꿰뚫고 있어도, 추종을 불허하는 지식의 수준도, 산을 옮기는 믿음도, 전 재산을 기부할 수 있어도 그리고 불속에 뛰어들어 남을 구한다 해도 사랑이 없으면 아무 것도 아니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사랑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사랑보다 더 높고 귀하고 중요한 것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4-13절은 사랑의 구체적인 사용명세서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오래 참는 것, 친절하고, 시기하지 않고 자랑하지 않고 교만하지 않고 등등, 참 대단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질문했습니다. 사랑이란 도대체 무엇이냐고요. 세상 사람들은 눈물의 씨앗으로 얘기하곤 합니다.
사랑은 이성(理性)의 차원이 아니라 감성(感性)의 차원임이 분명합니다. 그래서 사랑을 시도하는 사람들은 늘 조심해야 합니다. 이성적인 사람에게서는 한참 오랜 시간이 걸려야 기대할 수 있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성경이 말씀하는 사랑은 자기중심적인 이기적인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오래 참고, 친절하고, 시기하지 않고, 자랑하지 않고, 교만하지 않고 성내지 않고 등등이 그런 의미입니다. 바로 이 점에서 우리는 눈을 씻고서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합니다. 자신을 기쁘게 하고 황홀하게 할 만큼 아름다움 때문에 사랑한다고 말합니다. 자신의 미래를 담보해 줄 능력을 보았다면서 사랑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앞 다투어 사랑받기 위해서 꾸미고 거짓말도 불사(不辭)합니다. 이쯤 되면 그 사랑은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패가 아니더라도 한평생 후회 속에 살아갈 게 뻔합니다. 이유는 사랑이란 상대방을 기쁘게 하려는 노력 없이는 이룰 수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사람 사이의 관계가 진전이 되면 상대의 결정 혹은 약점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때로는 치명적인 문제들도 불거집니다. 성경은 그런 것들을 모두 품어주고 함께 짊어지려는 사랑을 하라고 말씀합니다. 하나님의 사랑이 바로 이런 것입니다. 우리들 인간이 사랑스러워서가 아니라, 오히려 사랑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은데도 불구하고 그 허물들을 모두 껴안아 주시는 넘치는 은혜의 사랑, 허물을 덮으시는 긍휼의 사랑으로 십자가를 짊어지셨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십자가에 나타난 하나님의 사랑입니다.
3. 채전에 거름을 주고 상추 등 봄 작물들을 심었습니다. 저는 가끔 물을 줄 뿐 주님께서 잘 키워주실 것입니다. 여전히 우리가 사는 세상엔 문제가 많지만, 그래도 살만한 곳입니다.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