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거룩하게 살아가는 길. / 레 19:20-37.

박성완 2020. 5. 14. 02:21

묵상자료 6937(2020. 5. 14. 목요일).

시편 79:12-13.

찬송 233.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줄무늬 애벌레가 말했다. “삶에는 그냥 먹고 자라나는 것 이상의 무엇인가 가 있지 않겠는가?” 그건 줄무늬 애벌레가 한 최초의 생각이었습니다. 애벌레가 알에서 깬 다음에 한 것이라곤, 나뭇잎을 먹고 또 먹고 자라고 크게 자라는 게 전부였습니다. 어떤 애벌레는 인생 뭐 있어?” 하면서 먹고 자라는 것 말고 아무것도 없는 양, 평생을 살기도 합니다. 그러나 줄무늬 애벌레는 생각이라는 걸 했습니다. “삶에는 그냥 먹고 자라는 것 이상의 무엇인가 가 있지 않겠는가?” 애벌레라서 쉬운 말로 했고, 같은 생각을 프랑스 작가 앙드레 지드는 좀 더 철학적으로 표현했습니다. “나는 존재한다. 그러나 나는 그 존재의 이유를 발견하고 싶은 것이다. 왜 내가 살고 있는지를 알고 싶은 것이다.”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사람도 애벌레도 지금과 같은 삶이 재미없습니다. 그래서 있던 곳을 떠나 넓은 세상으로 나가지만, 이상합니다. 황홀하지만,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트리나 폴러스가 쓴 <꽃들에게 희망을> 은 그렇게 시작합니다. 이 책은 1975년에 국내에 초판 발행된 이후에, 지금까지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데요. 오래전에 읽은 애벌레가 나비가 되는 이야기로만 기억한다면, 아무래도 다시 읽어보셔야 될 것 같습니다. 어른이라서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가 들어 있기 때문이지요. 애벌레들이 기를 쓰고 올라가려고 하는 커다란 기둥의 끝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기둥은 애벌레 더미였고, 아무도 그 끝에 무엇이 있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올라가지요. 저렇게들 서로 올라가려고 야단인걸 보니, 굉장히 좋은 것이 있을 거라고. 어디로 가고 있는 지 아무도 걱정하지 않는 걸 보니, 좋은 곳일 거라고 믿을 뿐입니다. 틀림없이 말이지요. 그래서 다른 애벌레를 가차 없이 짓밟고 마침내 정상에 다다랐을 때 들려오는 말이 있었습니다. “이 꼭대기에는 아무 것도 없구나.” 그 곳은 단지 다른 애벌레들이 올라오고 싶어 하는 곳일 뿐이었습니다. 이야기는 그렇게 다른 이들을 짓밟아가며 기를 쓰지 않아도, 높이 오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바로 나는 것이었지요. 하지만 대부분의 애벌레가 나비가 돼서 날기보다, 기어 올라가는 방법을 택하는 이유는, 자기 안에 나비가 들어 있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믿지 않기 때문이지요. 아니 어쩌면 그 기어오르는 일에 너무 바빠서, 이런 생각을 할 여유조차 없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삶에는 그냥 먹고 자라나는 것 이상의 무엇인가 가 있지 않겠는가?” 우리 모두 기를 쓰고 기어오르지 말고, 사뿐히 날아오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애벌레의 삶을 포기해야 하겠지요. <KBS FM 1, 출발 FM과 함께, 20151027일 방송>

 

2. “거룩한 백성이 되는 길2(20-37)”을 읽었습니다. 오늘 읽은 본문에는 무려 12개의 율법이 기록되어 있는데, 흥미로운 율법 중 하나는 관자놀이의 머리를 둥글게 깎지 말고, 구레나루를 밀지 말라.”는 구절입니다. 그리고 너희 몸에 먹물로 글자를 새기지도 말라.”는 구절도 있습니다. 이런 모든 말씀들은 당시에 흔하게 있어왔던 일들을 언급하고 있다 생각할 때, 어떤 분들의 말처럼 예전에도 오늘날 있는 모든 문제들이 다 있었다고 해도 무리가 없을 것 같습니다. 이런 것들이 문제가 된 것은 그 당시나 지금이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주는 일들이 아니었을까 짐작해 봅니다. 관자놀이는 귀와 눈 사이의 태양혈 자리가 있는 곳으로, 이곳을 둥글게 깎거나 구레나루 수염을 밀지 말라고 했고, 몸에 문신을 하는 것을 말라고 했습니다. 딸을 창녀로 내놓는 일이나, 혼백(魂魄)을 불러 점을 치는 짓 따위도 하지 말라 했습니다.

   거룩한 백성이 되는 것은 어떤 대단한 선행이나 훌륭한 몸짓과 같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코로나19을 대하는 두 지도자를 비교한 CNN을 보았습니다. 한 사람은 감염자를 찾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고, 다른 한 사람은 쓸데없는 제 자랑이나 하는 사람이라고 말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세상 사람들과 다르게 살아가는 모습을 말할까요? 오늘 본문에서는 이를 명쾌하게 잘 말씀해 주고 있습니다. 윤리와 도덕에 어긋나는 일은 물론 신경써 금해야 하겠지만, 관자놀이 머리를 둥글게 깎거나, 구레나루 수염에 신경을 쓰는 일, 문신을 하는 일 등, 참으로 시시한 일들에 시간과 열정을 쏟지 않는 것입니다. 제가 고등학교를 다닐 때 나팔바지를 만들어 입거나, 새 모자를 찢어서 다시 재봉틀로 누벼 쓰는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이렇듯 세상에는 매우 하찮은 일에 시간과 물질을 뺏기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엊그제는 한 로마 가톨릭 신부님께서 명상에 대한 짧은 말씀을 하셨는데, 매우 유익했습니다. 명상이란 자기 자신을 찾는 일인데 그것은 잠들어 있는 자신의 감각을 깨우는 일이라 했습니다. 그러니까 자신의 생각이나 욕망에 빠져사는 게 아니라, 사람이나 사물을 보든지 만지든지 그것들을 대하는 자신의 감각을 느끼라는 것입니다. 여기에 삶의 의미나 가치를 보태면 금상첨화가 되지 않을까요?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