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께서 일하시게 하라. / 민 11:16-17, 24-29.
묵상자료 6946호(2020. 5. 23. 토요일).
시편 81:12-16.
찬송 175장.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17세기 사람 유득공이 봄철에 먹으면 입맛을 돋우어 줄 음식을 추천합니다. “녹두묵과 돼지고기 미나리 싹을 실같이 썰어 초장을 뿌려서 만든다. 매우 시원하여 봄날 밤에 먹으면 좋다.” 이 음식은 바로 탕평채(蕩平菜). 잘게 썬 녹두묵에 돼지고기와 미나리 김을 섞은 뒤에 초장에 묻혀서 먹는데요. 동물성과 식물성 식품이 골고루 들어 있는 건강식입니다. 그런데 탕평채라니 녹두묵 무침의 이름치고는 좀 거창한 느낌이 없지 않지요? 탕평이란 본래 “정복하여 깨끗이 소탕한다.” 라는 뜻으로, 조선 중기 이전에는 난을 평정한다는 의미로 쓰였고요. 그러다가 영조가 당파간의 대립과 분쟁을 해소하고, 인재를 고루 등용하기 위해서 내놓은 정책이 탕평책(蕩平策)이었지요. 이때의 탕평은 <서경>에 나오는 “무편 무당 왕도 탕탕, 무당 무편 왕도 평평” 이라는 글귀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싸움이나 시비 논쟁에서, 어느 쪽에도 치우침이 없이 공평함을 뜻하지요. 그렇다면 음식 탕평채와 정책 탕평책은 어떤 연관이 있을까요? 일설에는 이런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영조가 신하들과 함께 식사를 하는 자리에, 녹두묵 무침이 나왔는데, 영조가 탕평채라고 부르자고 했다고 합니다. 청포묵과 여러 가지 색깔의 나물들이 골고루 섞여서, 조화로운 맛을 내는 것에 착안했던 것이지요. 녹두묵 무침이 탕평채가 되면서 음식 재료도 변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탕평채는 청포묵과 쇠고기 미나리 김을 주재료로 하는데요. 이 각각의 색깔은 각 당파를 상징하지요. 청포묵의 흰색은 서인, 쇠고기의 붉은 색은 남인, 미나리의 푸른색은 동인, 그리고 김의 검은 색은 북인이지요. 영조가 그렇게 사색당파에 맞는 색깔로 음식을 만들도록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실 <조선왕조실록>이나 <승정원일기>같은 공식 문서에, 영조가 직접 탕평채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기록은 없습니다. 하지만 영조 시대에 탕평채라는 음식이 등장한 건 사실인데요. 음식의 이름에까지 탕평, 공평하게 인재를 고루 등용하자는 뜻이 담겨 있는 것을 보면요, 그 시대 당쟁이 얼마나 극심했는지, 또 그로 인한 정치적인 비극을 막고 화합을 이루고자 하는 염원은, 또 얼마나 간절했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KBS FM 1, 출발 FM과 함께, 2013년 4월 15일 방송>
2. “백성이 불평하다2(16-17절)”과 “칠십 장로가 주의 영을 받다(24-29절)”을 읽었습니다. 출애굽 과정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복잡다단했습니다. 전혀 새로운 환경이 충분히 예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과 함께 마음에 들지 않았고 불평은 하늘을 찌를 듯 했습니다. 인간의 민낯을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해주면 보따리 내놓지 않는다고 소송까지 거는 모습이니까 말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모세로 하여금 70인 장로와 함께 성막에서 하나님을 만나라고 명령하십니다. 오늘의 교회당인 성막은 하나님을 알현할 수 있는 공식적인 장소가 된 것입니다. 두 번째 단락은 70인 장로가 성령을 받게 되었다는 내용입니다. 그들 장로 70인이 단체로 성령이 임하시자 입신(入神)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하나님을 만나기로 한 성막에 두 명의 장로가 참석하지 않고 진중에 남아 있었는데, 엘닷과 메닷이라는 장로였습니다. 그들이 진중에서 입신을 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여호수아는 이 두 사람을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내 놓을 것입니다. 그러자 모세는 타이르며 모든 백성들이 다 예언자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대답합니다.
모세 당시에 성령을 받는다는 것, 입신한다는 것은 예언자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생각하였습니다. 훗날 오순절에 초대 기독교회에 집단으로 성령이 강림하신 사건으로 모세의 희망사항이 실현되었습니다. 우리들 신앙생활에서 가장 난해한 부분이 성령님에 대한 이해입니다. 성령임재의 한 현상인 입신은 성경 이외의 타 종교에서는 흔하게 나타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가령 강신현상(降神現象)은 우리 고대역사에 수도 없이 기록으로 전해오는 때문입니다. 이른바 신이 내린 사람을 여자는 무당으로, 남자는 박수로 부르는데, 그들은 신의 소리를 듣기도 하고 신과 대화도 하면서 인간이 지닌 문제들을 풀어준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기독교회의 성령임재를 이런 일반 민간신앙의 신 내림과 구별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독교의 성령강림은 하나님의 말씀을 기억나게 하시고 가르치시며 증거하시며 죄를 깨닫게 하신다는 제한된 역할을 말씀하고 있습니다(요 14:26, 15:26, 16:8, 13, 15). 그리고 사람들을 감동감화시키는 성삼위 하나님의 한 위로 정리하였습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