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의 사도직 변명. / 롬 15:14-21.
묵상자료 7029호(2020. 8. 14. 금요일).
시편 99:8-9.
찬송 259장.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우울해 하는 친구에게.
편지를 쓰려다 말고, 언제 우리가 처음 만났는지부터 잠깐 헤아려봤어. 그냥 솔직하게 말할게. 사실 언제 처음으로 널 봤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더라. 그저 같이 일하는, 일해야 하는 사이로 처음 만났던 것 같은데. 그게 언제 적인지는 정확히 잘 모르겠네. 아무튼 그런데 우리가 언제 서로 친구가 되었는지는, 아니지 더 정확하게 말해서 언제부터 내가 널 친구로 여기게 됐는지는 비교적 뚜렷하게 기억할 수 있어. 그건 5년 전, 내가 몹시 힘든 시기를 보낼 때, 네가 다가온 그 때부터였어. 사람들은 흔히 말하지. 힘들 때 곁에 있어주는 친구가 진짜 친구라고 말이야. 그런데 글쎄, 난 그 말이 늘 조금 불만스러워. 조금쯤 힘든 일을 겪어 본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곁에 있어주는 방법에 따라 위로도 받지만, 더 상처를 받기도 하거든, 상처 입은 사람에게 던지는 너무도 반듯하고 너무도 옳고 너무도 또 너무도 많은 충고나 이야기들은 제대로 소화되기 어려운 법이잖아. 어떤 위로의 말들은 마치 아파서 잠깐 일어서는 것조차 힘든 사람 앞에서, 운동이 최고라도, 어서 일어나서 함께 걷고 뛰자는 말처럼 잔인하게 들리지.
그런데 친구야. 넌 달랐어. 상처부위를 건드릴세라, 되도록 그 일은 입에 담지 않으려 했지. 그리고 어느 날 봉투에 도서 상품권들을 담아 건넸어. 그건 정말 내겐 효과 적절한 특효약이었어. 제법 힘들던 그 시기에 책속에 동굴을 파고 들어가 잘 쉬면서, 그 때의 헤아림의 깊이에 감탄했던 기억이 아주 선명해. 그렇든 너는 남의 마음을 잘 헤아리고 다독이고 다시 일으켜 세우는 힘을 가진 아주 놀랍고도 따뜻한 능력의 소유자야. 그러니 그런 너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고, 얼른 밝고 명랑한 네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길 바래. 그리고 나서 우리 어제 발견한 회사 옆 맛있는 칼국수 집에 같이 가자. 정말 네가 좋아할 거야. <KBS FM 1, 노래의 날개 위에, 2008년 4월 25일 방송> a.
2. “바울의 사도직(14-21절)”을 읽었습니다. 정부 고위직 인사청문회 장에서는 학력과 경력 군복무 등 검증이 단골 메뉴로 올라옵니다. 그 결과 후보자의 해당 직무에 대한 자질과 능력을 검증해 보기도 전에 낙마하는 경우가 많았고, 반대로 직능에 적합하지 않은 후보자를 배출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이에 비하면 미국의 청문회는 이런 기초적인 검증은 사전에 걸러낼 엄격한 기준을 적용, 청문회장에서는 후보자의 직무 적합도를 검증하는 데만 초점을 둘 수 있게 된 것이 부럽기만 합니다. 우리는 왜 그런 제도를 도입하지 않고 있는지 궁금할 때가 많았습니다. 오늘 본문은 바울 사도의 사도직 변호가 언급되고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바울 사도가 활동할 당시에 이 문제가 심각했음을 짐작하게 합니다. 과연 바울을 사도의 반열에 둘 수가 있는가? 바울은 초대 기독교 지도자로써는 자격 미달이다 생각하는 분위기 말입니다. 생전에 주님을 만난 적도 없고, 제자로 불린 적이 없는 사람일 뿐 아니라 오히려 기독교 박해자였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사도는 늘 이 사도직에 관한 한 엄청난 콤플렉스를 안고 살아야 했던 것입니다. 적절한 시기에 이에 대한 변호를 하기로 마음 단단히 먹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로마에 있는 유대 기독교인 공동체에게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던 것입니다. 그의 사도직은 첫째, 이방인을 위한 사도로 하나님께서 자신을 부르셨다고 말합니다. 적어도 로마에 사는 유대 기독교인들에게는 세계가 엄청나게 넓고 크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유대인 보다는 이방인들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었을 테니까, 이방인을 위한 사도의 필요성을 깨닫고 있었을 것입니다. 둘째, 자신은 그리스도 예수와 한 몸이 되어 하나님의 일을 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여기에서 이방인을 하나님께 무릎 꿇게 하신 분은 그리스도이고 바울 자신은 그 분의 일꾼 노릇을 했을 뿐임을 강조합니다. 셋째, 그가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 이방인에게 다가설 때 많은 기적과 놀라운 일을 행할 수 있도록 성령께서 힘을 주셨음을 강조해 마지 않습니다. 넷째, 자신은 남이 닦은 터에 집을 짓는 윤리 없는 사람이 아니라, 그리스도를 모르는 곳에만 복음을 전하려고 애써왔노라고 설득력이 있는 증언을 했습니다.
3. 묵상식구 김동환목사님께서(진천중앙교회 담임) CTS 에세이 <나의 장례식>이 방영, 잔잔한 감동을 선물하였습니다. 저도 숙연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