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루포와 그의 모친께 하듯 여러분에게 문안드립니다. / 롬 16:1-16.

박성완 2020. 8. 17. 00:00

묵상자료 7032(2020. 8. 17. 월요일).

시편 101:1-2.

찬송 512.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아버지 보세요퇴직하신 뒤에도 여전히 바쁘시다는 말, 엄마에게 전해 들었어요. 언제고 시간나면 배워 보겠다는 나무 가꾸기, 나무관리하기에 도전하셨다면서요? 아버지와 나무는 참 근사하게 잘 어울린다 싶어요. 며칠 전, 한 화가의 그림과 이런저런 그 사람의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어요. 박수근 이라는 화기인데요. 그는 저녁 무렵 외출할 일이 있어서 집을 나서다가도, 빨래 줄에 빨래가 걸려 있으면, 그걸 거둬서 잘 개켜 놓곤 했다고 해요. 햇볕에 잘 마른 빨래라도 해진 뒤까지 오래 빨래 줄에 그냥 놔두면, 다시 눅눅해지고 물기가 서리곤 하잖아요. 그래선지 아무튼 그 화가는 집을 나서다가도 다 마른 빨래가 눈에 보이면 착착 거둬서 잘 개켜놨다고 하네요. 그 일화를 읽는데, 마음이 그렇게 따뜻해 지리수가 없었어요.

   그러면서 문득 아버지 생각이 났고요. 어쩌다가 엄마가 집을 비우실 때면, 제가 해도 되는데 아버지는 새벽같이 일어나서, 직접 밥을 짓고 국도 끓여 주셨지요. 큰 딸이라 좀 마음이 쓰여서 새벽에 일어나 보면, 아버지가 더 먼저 부엌을 차지하고서, 조금 구부정하고 어색한 뒷모습을 보이면서, 뭔가를 씻고 써느라 바쁘셨어요. 아버지의 여러 모습들 중에서도 그 뒷모습이 유독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나곤 하지요. 저녁 약속, 그것도 틀림없이 술 약속 자리에 나가면서, 잘 마른 빨래를 거둬놓는 화가의 모습과, 아버지의 그 뒷모습이 정답게 잘 겹쳐졌습니다. 사랑이라는 게 그렇게 마음이 아니라, 몸을 움직여서 실천하는 것이라는 걸, 아버지는 아주 일찍부터 몸소 보여주신 것 같아요. 아마 앞으로 아버지가 심고 가꿀 나무들도 그런 잔잔한 손길을 느끼며 자라겠지요? 그리고 분명히 그 세세한 손길에 감사할 거예요. 저희가 그랬듯이요. <KBS FM 1, 노래의 날개 위에, 2008429일 방송> a.

 

2. “문안(1-16)”을 읽었습니다. 잘 지내고 있는지 여부를 묻는 것을 문안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는 지가 궁금해 한다는 것입니다. 며칠 전에 저의 고교 동기 동창으로부터 안부 전화가 왔는데, 그간 밀린 얘기를 하는 데만 1시간 49분이나 걸렸습니다. 저의 모친의 고향집에서 가까운 곳에서 태어나 자란 그 친구는 고교 3년을 함께 기숙사에 기거하며 많은 추억을 공유하고 있어서 더욱 각별합니다. 서울시 도시 국장인가를 할 때는 2호선 공사구간을 구경시켜주기도 했는데, 서울의 유명 교회 장로로 재직하다 은퇴를 하고는 중국 등 선교지를 돌면서 여생을 보람 있게 살고 있습니다. 마치 누군가에게 보고라도 하듯 크고 작은 일상들을 얘기하고 싶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런 일을 통해서 그동안의 삶을 정리하듯 말입니다. 오늘 본문에는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한결같이 사도의 선교에 조력하거나 개인적인 도움을 주고받은, 사도와 남다른 관계를 가진 절친들 입니다. 이런 얘기들은 남의 일 같지 않게 감동을 주곤 합니다.

   가령 브리스카와 아퀼라에게 문안을 부탁하는 말에는 그들이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사도의 목숨을 살려준 얘기를 합니다. 여전히 그들의 집에서는 예배 모임을 계속하고 있다며 말입니다. 아베네도라는 분도 소개하는데 그는 아시아에서 첫 번째로 신자가 된 분이라고 기억합니다. 주님을 위해서 많은 희생을 감내하며 복음의 사도가 된 이름들이 하나 둘 거명될 때마다,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감동이 물결쳐 오르게 합니다. 어쩌면 사도의 이런 문안을 전해 듣게 될 때, 그들은 하나같이 깜짝 놀랄지 모릅니다. 잊혀진 줄 알았던 자신들의 삶의 행적이 큰 소리로 전파되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40년 전쯤에 옥수동교회 목사 사무실로 고향 교회 형님이 전화를 했었습니다. 그리고는 자신이 대구에서 군복무를 할 때, 연병장에 모인 수백 명의 병사들 앞에서 제 얘기를 들었다는 것입니다. 강사로 오신 저의 고교 교장선생님께서 가난을 이기고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저에 대해서 시시콜콜한 일화들을 전해 주신 것입니다. 강변에 어린 아이들을 앉혀놓고 예수님 이야기를 들려주던 고교생 박성완을 자세히 떠올려 주셨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깨달았습니다. 하루의 삶도 허투루 살아서는 안 되는 소중한 삶이 되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루포와 그의 어머니에게 문안하듯 여러분에게 문안을 드립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