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먼 사람에겐 복음을, 눈뜬 사람에게는 율법을 선포하는 주님. / 요 9:18-41.
묵상자료 7071호(2020. 9. 25. 금요일).
시편 시 106:7-8.
찬송 332장.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진동리 최 선생께> 인적이 드문 겨울철에는 화가로, 날이 풀리면 농부이자 민박집 주인으로 변신하시는 최 선생님, 여전히 바쁘시겠지요? 안녕 하셨어요? 지난 해 그곳에 머물렀던 윤제네 가족입니다. 휴가철이 돼서 또 편지 드렸어요. 며칠 전 남편이랑 아이들과 이번 휴가는 어디로 갈 것인지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뜻밖에도 두 아이 모두 작년에 갔던 곳에 또 가면 안 되겠느냐고 하더군요. 한번 묵어다가 간 사람들은 꼭 다시 찾는다는 선생님의 민박집 인기를, 우리 집에서도 실감했지요. 사실 작년 여름에는 휴가 날짜를 잘못 잡는 바람에, 며칠 내리 비에 갇혀 지내야만 했는데요. 오히려 그 덕분에 아이들은 다른 여행에서는 누리지 못했던 즐거움을 얻었던 모양이에요. 물론 모두 최 선생님의 배려 덕분이었지요. 빗속에 갇힌 채 휴대용 게임기에 코를 박고 있던 우리 아이들이 심심해 보였던지, 선생님은 두 아이들을 이끌고선 작업실 구경을 시켜주셨었지요. 그리고는 수묵화를 거의 보지도 못했고, 잘 알지도 못하는 아이들에게 붓 쥐는 방법이며 묵으로 농담을 표현하는 법도 즉석에서 가르쳐 주셨어요. 그렇게 해서 휴가 와서 내리 빗속에만 갇혀 지내느라, 심심하고 짜증도 났던 아이들이, 잠간 수묵화의 세계에 빠져들어 갈 수 있었지요. 그런데 참 신기하더라고요. 게임기를 가지고 놀 때는 영락없이 개구쟁이만 같았던 아이들이, 붓을 들고 선을 긋자 수묵화 속 풍경처럼 수굿하고도 의젓해 보이더라고요. 아마 가르치는 선생님의 인품 때문이었을까요? “여행 왔다고 해서 꼭 밖에 나가서 뭔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겠지? 그냥 편하게 지내는 거야.” 이렇게 얘기하시기도 하고, 또 “비가 내리는 것을 이렇게 가까운데서 바라본 적도 없지? 강원도 산골에서는 비가 이렇게 오는구나. 빗소리가 이렇게도 들리는구나. 이런 것도 감상해 보고 그려보면 좋겠지?” 이렇게 말씀 하셨었지요. 이런 말들을 아이들은 금방 받아들이고 이해하더군요. 그래서 휴가의 반은 비구경만 하고 돌아왔는데도, 참 잘 쉬었다는 느낌을 오래 간직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느낌이 좋아서 이번 휴가도 그곳으로 가기로 결정했어요. 혹시나 해서 이렇게 일찍 감치 예약해 둡니다. 날자가 정확히 잡히는 대로 또 연락드릴게요. <KBS FM 1, 노래의 날개 위에, 2008년 7월 1일 방송> a.
2. “바리새파 사람들의 생트집(18-34절)”과 “영적으로 눈이 먼 사람(35-41절)”을 읽었습니다. 오늘 묵상은 둘째 단락입니다. 사람에게 영과 육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모릅니다. 두 눈이 다 건강하다면야 더할 나위 없이 복된 일이겠습니다만, 육신의 눈이 어둡더라도 영의 눈이 건강하다면 천만 다행이기 때문입니다. 주님은 팔이나 다리를 자르고라도 천국에 가는 게 더 나은 일이라 말씀하셨습니다. 소경으로 태어나 주님께 고침 받은 사람을 주님이 다시 만나셨습니다. 그에게 “너는 (너를 고쳐준) 인자(사람의 아들)를 믿느냐?”고 물으시자, 그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믿습니다. 어느 분이십니까?”고 되물었습니다. 그와 말하고 있는 분임을 알게 되자, 그 소경은 주님 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그러자 주님은 당신이 세상에 온 까닭을 말씀하십니다. “못 보는 사람은 보게 하고, 보는 사람은 못 보게 하려는 것이다.”고 하신 것입니다. 무슨 뜻인지는 바리새파 사람들이 눈치 채고 입술을 삐죽거립니다. 그들의 말처럼 그들은 눈이 먼 것이 아니라, 멀쩡한 눈이라고 자부하였으니 그게 더 큰 낭패가 되었으며, 눈 뜨고도 보지 못하는 당달봉사(奉事)가 된 것입니다.
이렇듯 세상에는 다른 것도 아니고 자기 자신을 몰라도 한참 모르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는 현실입니다. 오늘 본문에 등장하는 바리새파 사람들과 같은 인물들입니다. 그들은 모든 면에서 깨어 있고 지혜롭고 신앙적으로도 현명하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그들은 자신의 현실도 심지어 자신의 존재 자체에 대해서도 엄청나게 오해하고 있었고, 진실을 곡해(曲解/distortion-처음부터 비뚤어지게 이해함)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정치 권력자들이 그들이고 검찰과 경찰이 그런 사람들입니다. 종교계에도 예외는 아니어서 신천지 교주나 사랑제일교회 교주도 그런 인물들입니다. 초법적인 위치에 있다고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그 뻔뻔한 얼굴을 내밀고 살고 있습니다. 기독교회를 사랑과 자비의 종교로만 알고 있는 것은 잘못입니다. 오만하고 철면피 같은 사람들에게는 채찍을 내리치고(율법), 잘못을 깨닫고 뉘우치고 절망하는 사람들에게는 안아 주는 복음을 들려주는 때문입니다. 그래서 주님은 지금 율법과 복음을 말씀하고 계시는 것입니다.
3. 우리 봉준호 감독과 정은경 청장이 <Time>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되었다고 합니다.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