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모든 것이 되신 예수님. / 요 14:1-14.
묵상자료 7091호(2020. 10. 15. 목요일).
시편 시 107:28-30.
찬송 467장.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고모의 귀여운 분신 은선에게> 내가 십대 때 겪었던 사춘기는 뭐라고 규정짓기가 참 힘들었지. 주위에서 사춘기 뭘 해도 사춘기 탓을 했기 때문에 나에게 사춘기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같은 것인가 보다 싶었어. 복잡하다면 좀 복잡했고, 맨송맨송하다면 그냥 맨송맨송하게 넘어갔지. 그런데 은선아, 어른이 돼서 사춘기를 맞은 아이들을 보니까 다르더구나. 객관적인 그 때를 이미 지나서 사춘기를 보니까 사춘기를 정의하기가 참 편하더라. 사춘기란 말이지. 기성세대를 향한 대 반격의 시기라는 것을 알겠더라고. 그전 같으면 이렇게 해 봐라 이런 말에, 싫다 좋다의 의사표현만을 했던 아이들이, 이젠 호불호의 의사표현을 넘어서서 자신의 의견을 밝히기 시작했어. 어른들 표현으로는 따지는 것이 되겠고, 그렇게 막 무엇인가를 따지는 데 재미를 붙인 너희들 표현으로는 그게 소통쯤 되겠지? 그런데 난 내 자식이나 조카 같은 주위의 어린 사람들이, 이렇게 대 반격을 할 때가 어른으로써는 가장 중요한 결단의 시기라고 생각해. 이 친구들과 이후로 계속 대화를 나누는 친구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권위라는 그럴싸한 포장만 남은 관계를 유지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시기 말이야. 고모는 친구가 많고 주위가 복닥거리는 좋아하는 사교체질 아니겠니. 그래서 무조건 이런 것을 따진다고 생각해 버리지 말자,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우리자. 이렇게 생각했지. 그래서 은선이 네가 주제넘은 짓을 한다고 걱정했지만, 네 편지도 꼼꼼히 잘 읽어 봤단다. 예전에 화끈한 고모도 이렇게 나이 들어가고 있어. 그런데 말이다. 내 나이 들어간다는 것을 알면서도, 언니마저도 그렇게 나이 먹어간다는 것은 깜빡 했던 가봐. 그래서 싫은 소리를 좀 했지 뭐니. 물론 니 말대로 전화 끊자마자 후회 많이 했지. 그런데 언니의 우울 모드가 오래 간다니 내가 한번 직접 가야 하겠구나. 오십 견 힘들다고 설명이나 좀 해줄 것이지. 아무튼 말수 적은 니 엄마한테는 평생 내가 지고 살 수 밖에 없다니까. 그럼 그때 보자.
<KBS FM 1, 노래의 날개 위에, 2008년 8월 26일 방송> b.
2. “길과 진리와 생명(1-14절)”을 읽었습니다. 사람은 하루에 5만 가지 생각을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5만 가지 생각이 5만 가지 걱정을 만든다고 하니까, 평생을 사는 동안 수백만 수천만 가지 걱정 속에서 산다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그 많은 걱정들이 대부분 다 잊혀 버린다고 하니까 얼마나 감사한 일이며, 심리학자들의 말을 빌면 걱정이란 쓸데없는 생각임이 분명해 졌습니다. 유익하고 발전적인 걱정이면 우리들 삶에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거의 대부분의 걱정들이 다 잊히고도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 것들이라고 하니, 더 이상 이런 걱정들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오늘 본문에서 주님은 걱정하지 말라고 말씀하십니다. 주님의 말씀의 배경은 죽음 이후에 어떻게 살게 되는지 걱정들이 생겨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주님은 하나님 아버지 집에는 있을 곳이 많다고 전제하며, 또한 우리 인생들이 있게 될 곳을 준비하려고 가신다고 말씀하신 후, 저 유명한 말씀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거치지 않고는 아무도 아버지께 갈 수 없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이 말씀 역시 계시 복음에 속합니다.
계시의 복음이 요한복음서의 특징 중 하나라는 말씀을 여러 번 드렸습니다. 그러니까 이전에는 감춰져 있던 예수님의 역할과 인성 등이 백일하에 드러나게 되었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런 계시를 무슨 까닭으로 그리고 어떤 방법으로 그리되었느냐고 설명을 요구할 수 없다는 것이 계시의 특색입니다. 감춰져 있던 것을 드러냈다는 것 자체로 우리들 인간에게는 큰 은총이 아닐 수 없기 때문입니다. 주님은 길(οδος)이요, 진리(αληθεια)이며, 생명(ζωη)이 되신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그렇게 애타게 찾는 것들, 길과 진리 그리고 생명이 되신다는 것이며, 이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예수님은 우리의 모든(πας/필요한 것들 전부) 것이 되신다는 말씀입니다. 그러니까 주님은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 모두를 허락하신 분이라는 말입니다. 그래서 주님은 우리 인류를 향해서 “목마른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고 하신 것입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