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설교

[2020. 11. 8 교회력 마지막 셋째 주일] 깨어 있는 생활. / 마 25:1-13.

박성완 2020. 11. 8. 00:00

묵상자료 7115.

시편 시 112:8-10.

찬송 162.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풍성하게 열렸던 감나무에 공간이 듬성듬성 생기기 시작합니다. 감을 땄기 때문이지요. 황금빛 벼 이삭으로 꽉 찼던 들녘도 이젠 비어갑니다. 잎사귀로 무성했던 나무에도 낙엽이 많아지면서 여백이 생기고 있고요. 이렇게 11월은 풍성한 결실을 수확하고 빈 공간이 많아지는 달인데요. 이런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 마음에도 여백이 생기겠지요. 그 공간을 사색으로 채워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KBS FM 1, 출발 FM과 함께, 2006112일 방송>

 

2. 오늘은 교회력 마지막 셋째주일로 복음서 마 25:1-13을 본문으로 깨어 있는 생활이라는 제목으로 설교하려고 합니다. 문자적으로 생각하던 어린 시절에는 부담이 가는 말 중에 깨어 있으라는 말도 있었습니다. 속된 말로 정신 줄을 놓지 말고 살라는 뜻입니다. 자칫하면 정신을 잃을 것 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때문일 것입니다.

 

천국을 이해하는 비유인데, 그 주제는 깨어 있는 생활입니다(1-7).

대부분의 천국을 이 세상과 비교하는 설교나 얘기들은 오해 투성이들 입니다. 천국은 지상과는 전혀 다른 차원이기 때문입니다. 그 대표적인 말씀이 본문에서 언급하는 슬기로운 열 처녀의 이야기입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지상에서건 천국에서건 무계획 무절제하거나 자기 정체성과 진솔한 삶의 태도가 없는 사람이 살기에는 매우 힘들다 하겠습니다. 이상에서 나열한 덕목들은 깨어있는 사람의 특징들이라 할 것입니다. 모든 사람들은 인생의 출발선상에 있을 때는 자신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가득 차 있을 것입니다. 무엇인가를 이루기에는 너무 이른 시절이지만, 앞날에 대한 가능성 내지 잠재력은 엿볼 수 있다 하겠습니다. 몽골 유학생 후원클럽 <잘로스/Zaluus>에서 만난 한 학생은 자신은 차기 몽골 대통령이 될 거라며, 자신의 잠재력을 조목조목 설명하였습니다. 떡잎이 매우 가상(嘉祥)해 보였습니다.

 

깨어 있는 사람들의 특징은 구체적이고 현재에 충실한 삶을 선호합니다(8-10).

제가 초중고를 다닐 때의 <생기부/生記簿>에는 장래 희망란이 있는데, 대부분 장군, 교수, 변호사들이 많았습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비현실적인 내용들이 많았습니다. 저의 고등학교 친구들이 48년이 지나 사은회를 가졌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은 제가 짐작했던 꿈을 이룬 이들이 많았습니다. 시인이나 교수 그리고 교장들과 과수원 주인 등이 그렇습니다. 그들은 본문에 나오는 슬기로운 열 처녀처럼, 자신의 현재에 충실한 구체적인 삶을 살았던 것입니다. 등불만이 아니라, 등불에 쓰일 기름까지도 충분히 준비했다는 뜻입니다. 저는 당시의 학교 교육이 훌륭했다고 생각합니다. 막연한 꿈과 희망만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과정을 짊어지도록 훈련한 것입니다.

 

깨어있지 않은 사람들의 특징은 꿈만 가질 뿐 과정을 준비하지 않습니다(11-13).

한 때, “청년이여, 꿈을 가져라!”는 말이 유행했습니다. 신내동의 어느 중학교 건물 벽에는 이 구절이 새겨져 있습니다. 꿈을 하드웨어라고 할 때, 누구나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소프트웨어에 해당하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과정들이 뒤따라야 하는데, 이를 생략하고 사는 이들이 대부분이라는 말입니다. 가정교육이나 학교 교육에 문제가 있다는 말도 됩니다. 요즘 기독 청년들 가운데도 이런 문제가 발견됩니다. 자신의 의지와 능력을 무시할 때 생기는 당연한 현상입니다. 입주 가정교사를 할 때 부잣집 아들의 생각은 지나치게 현실적이었는데, 재력과 배경으로 입학과 졸업을 하려고 했습니다. 어리석은 생각을 고쳐주었을 때 그 학생은 자력으로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우리를 도우시는 하나님은 비정상적인 삶을 원치 않으십니다. 마땅히 짊어질 멍에를 지고 살도록 격려하시고 응원하십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