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2. 20. 대림절 넷째주일] 말씀대로 이루어지이다. / 눅 1:26-38.
묵상자료 7157호.
시편 시 119:69-72.
찬송 267장.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물고기들은 잘 때도 눈을 뜨고 자지요. 사막 만년 청풀이라는 풀은 첫 꽃을 피우는데 25년이 걸리고, 벌들은 1kg의 꿀을 얻으려고 560만 송이의 꽃을 찾아가고, 하루살이는 성충이 되기까지 25번 허물을 벗습니다. 바다의 파도들은 하루에 최소한 70만 번씩 파도를 친다고 합니다. 완성이나 성취를 위해서 뭔가를 수없이 되풀이해야 하는 것은 모든 생명 있는 것들의 운명 같은 걸 텐데요. 운명이라는 거창하고도 무거운 단어도 문득 익숙한 단어로 여겨지는 12월입니다. <KBS FM 1, FM가정음악, 2006년 12월 11일 방송>
2. 대림절 넷째주일의 복음서의 말씀 눅 1:26-38절을 본문으로 “말씀대로 이루어지이다.”라는 제목으로 설교하려고 합니다. 예수 탄생의 예고 혹은 수태고지의 말씀을 읽었습니다. 누가복음서에서만 찾을 수 있는데, 하나님께서 가브리엘 천사를 통해서 나사렛 동네의 요셉의 정혼자 마리아를 찾아가서 성령으로 한 아이를 잉태하게 될 것을 예고한 말씀입니다.
주께서 함께 하시는 자에게는 은총과 기쁨이 있습니다(26-29절).
천사 가브리엘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인사말은 “주께서 함께 하신다.”는 말씀입니다. 창조주 하나님께서 함께 하시는 사람이 누릴 수 있는 것은, 다함없는 하나님의 사랑이며,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기쁨이라는 말입니다. 구약에서 기드온이 이런 천사의 인사를 전해 받은 후, 엄청난 미디안 군대를 이길 수 있는 은총과 기쁨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삿 6:11-18). 신약에서는 나사렛의 마리아가 이런 천사의 인사를 들었습니다. 이보다 더 귀하고 후한 기적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들 모두는 이런 천사의 인사를 매일 매 순간 들을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백성들이 서로를 향해서 나눌 수 있는 인사말을 건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뜻대로 되는 게 없다 불평할지라도, 언제나 하나님은 우리와 동행하심을 기억해야 합니다.
마리아에게 성령의 잉태 예고는 감당하기 힘든 두려움이었습니다(30-36절).
천사는 마리아가 듣게 될 얘기에 두려워할 것을 아셨습니다. 처녀가 임신한다는 것은 물론 생명을 잉태하고 출산한다는 것은 두려움을 넘어 무서운 일이었으니 말입니다. 거기다 하나님의 아들이면서 다윗의 대를 이을 왕이시라고 하니 얼마나 두려운 일이겠습니까? 두려워하다는 이 단어는 거룩한 두려움이라는 뜻의 경외하다는 의미로도 사용됩니다. 마리아는 거룩한 두려움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자신이 처녀임을 밝혔을 때, 천사는 성령께서 하신 일이며 가장 높은 분의 능력이 늙은 친척 엘리사벳을 수태케 한 것이라 말씀할 때, 마리아에게는 더욱 더 거룩한 두려움을 느꼈을 것입니다. 하나님의 계획과 뜻 가운데서는 안 되는 일이 없다는 천사의 말씀에서는 인간적이고 세속적인 염려를 이겨낼 수 있었을 것입니다.
마리아는 “말씀대로 이루어지이다.”고 응답하였습니다(38-39절).
이성을 초월하는 일들이 신앙생활에서는 일어날 때가 있습니다. 마리아가 성령잉태를 받아들이는 순간이 그 대표적인 예라 하겠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인간의 수용 여부로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말씀에 순복하는 사람은 은혜를 입은 사람이며 축복을 받은 사람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반드시 그대로 이루어질 때문입니다. 마리아는 자신의 지혜나 의지로 이렇게 대답한 것이 아닙니다. 성령의 감동 감화로 대답한 것입니다. 죄인으로써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죄를 향해서 달음질 하는 일이며, 죄의 수렁에 빠지는 일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선한 일이나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것은 하나님의 은총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마리아는 물론 우리 역시 말씀대로 이루어지기를 빌어야 합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