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이해할 수 없는 오묘한 하나님의 섭리. / 마 2:13-18.

박성완 2020. 12. 29. 00:00

묵상자료 7166(2020. 12. 29. 화요일).

시편 시 119:105-108.

찬송 13, 75.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반가웠어. 친구야> 편지함에서 네 이름을 발견했을 때, 정말 기쁘더라. 이렇게 말하면 잽싼 펀치가 특기인 넌 그렇게 기다렸으면 니가 먼저 편지하지 그랬니? 이렇게 되받아칠지도 모르겠구나. 그래, 나도 참 여러 번 너에게 편지를 쓰려고 했었어. 믿어줄지 모르겠지만, 그 사람 전화가 아니라, 니 전화가 올지 몰라서 어디를 가든 휴대 전화를 손에 꼭 쥐고 다녔단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우리가 함께 다니기 시작했으니까, 그러고 보니 벌써 10년 지기인 셈이더구나. 강이 산이 되고 산이 강이 될 수 있는 그런 긴 세월을 함께 한 사이라고 할 수 있겠지. 그 사람 민섭씨를 만나기 시작하면서 뭔가 조금씩 변해가기 시작했었어. 넌 너의 잘못이라고 먼저 사과했지만 어떻게 그게 너의 잘못 뿐이겠니. 여자를 처음 사귀어 본다는 그 사람도 서툰 데가 많았고, 네 표현대로 정신적인 일란성 쌍둥이처럼 밀착도가 강했던 우리 둘도 서로 어찌해야 할지 몰라서 그랬던 것이겠지. 민섭씨가 며칠 전에 니 안부를 묻더라. 우리 엄마나 여동생 만나는 것보다 너 만나는 게 훨씬 긴장되곤 했다면서, 아마 나를 위해 뭐든 해줄 것 같은 의리의 측면에서, 자기가 좀 뒤쳐진 것 같아서 처음에는 은근히 경쟁하는 마음도 좀 들었다, . 여자 남자 이런 성별을 떠나서 아마 둘이었다가 셋이 되면서 서로를 조율하는 사이에 벌어졌던, 벌어질 수밖에 없었던 잠깐의 자잘한 갈등 같은 것이었다고 생각해. 하지만 네가 자꾸 피해서 잠깐 상처를 받았던 건 사실이었어. 그래서 니가 먼저 연락주기를 고대하고 있었던 것 같애. 그래, 올 해가 가기 전에 우리 꼭 한번 만나자<KBS FM 1, 노래의 날개 위에, 20081226일 방송> b.

 

2. “이집트로 피난가다(13-15)”아기들을 학살하다(16-18)”을 읽었습니다. 오늘 묵상은 둘째 단락입니다. 동방박사의 방문과 이집트로 피난 갔다 온 이야기 그리고 베들레헴 영아 학살 이야기는 마태복음서에서만 전하는 내용입니다. 이런 것을 마태의 특수 자료라고 부릅니다. 그러니까 마태 복음서를 기록한 저자만이 수집한 유일한 자료라는 말입니다. 초대교회는 기록된 문서들 뿐 아니라 구전(口傳)으로 전하는 많은 자료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예수의 생애와 가르침을 정리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방해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훗날 이런 다양한 문서들을 종합하고 정리하는 과정을 통해서 이른바 정경(正經)을 만드는 작업을 해야 했습니다. 이런 정경화의 과정에서 몇 가지 기준을 정했는데, 첫째는 사도성이 있는가? 둘째 통일성을 갖는가? 셋째 보편성이 있는가? 넷째 영감으로 된 문서인가? 입니다. 결국 주후 397년 칼타고 종교회의에서 27권을 신약으로 채택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정경에는 포함되지 못했지만 외경(外經)과 위경(僞經)도 있는데, 한때 교회를 혼란케 했던 도마의 복음서 같은 것은 위경에 속합니다. 본문은 아기 예수님이 베들레헴에서 태어나신 것을 알게 된 유대 왕 헤롯은 자신의 정적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아기 예수님을 살해하고자 베들레헴에서 태어난 아이들을 살해할 계획을 세우고 수많은 남자 영아들을 살해하였습니다. 그래서 고민이 생겼습니다.

   베들레헴의 남자 영아들은 세상에 태어나 축하와 환영은 고사하고 죽임을 당했다고 하는 것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그들이 아기 예수 때문에 살해당했다는 것이 너무 큰 아이러니하기 때문에 말입니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의 죄를 위해 십자가를 지시려 오신 아기 예수님 때문에 영문도 모르게 살해당한 영아들은 누가 그들의 짧은 삶을 위로할 수 있을까 해서 말입니다. 이렇게 억울하고 불공평한 일이 있을 수 있을까 큰 소리로 악담을 퍼 부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럴 땐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떠올리면 좋겠습니다. 유복자인 두 쌍둥이 여아를 낳은 한 부인의 혼을 데려오라는 명령을 받은 천사 미하일은, 핏덩이들을 제발 돌보게 해달라는 부인의 간청에 어린 아이가 엄마 없이 살아갈 세상을 생각해서, 그 부인의 영을 데려가지 못하는 불순종을 범하고, 두 번째 명령을 수행했으나 벌을 받아 하늘에서 알몸으로 세상에 떨어집니다. 6년이 지난 어느 날 예쁜 두 쌍둥이 자매가 신발을 맞추러 왔을 때, 자신이 그들의 모친을 하늘로 데려간 쌍둥이임을 알게 되었고, 그들이 다른 부모의 손에서 훌륭히 자란 것을 알게 됩니다. 사람은 부모의 보살핌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총으로 사는 것임을 깨달은 것이지요. 우리도 그렇습니다. 이런 세상의 비극 앞에서 우리는 이해할 수도 없고, 원망밖에는 할 수 없지만, 하나님의 깊은 사랑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높고 깊었던 것입니다.

 

3. 어제는 베들레헴에서 살해된 영아를 묵상하는 날이었습니다.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