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말씀을 생활화하는 길 외에. / 막 4:1-20.

박성완 2021. 1. 20. 00:00

묵상자료 7188(2021. 1. 20. 수요일).

시편 시 122:1-3.

찬송 379.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정호승 시인의 어른을 위한 동화집 <모닥불> 안에 종과 종매의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어느 날 종매는 어디 한 군데 멍들지 않은 곳이 없는 자신을 돌아보며, 이제 더는 종소리를 울리지 않겠노라고 결심합니다. 그런 종매에게 보신각 종은 네가 그런 결심을 하면 나는 어떻게 되겠느냐?”고 슬픈 목소리로 말하죠. 종매는 내 몸을 좀 보라고, 온통 상처뿐인데다가 한번씩 종을 울릴 때마다 난 거의 초죽음이 되는데 이제 난 그러기가 싫다.”고 단호한 표정을 지어 보입니다. 이 말에 보신각 종은 너만 아픈 게 아니라 나도 아프다.” 라고 말합니다. 종매는 깜짝 놀라서 너도 나처럼 아프냐?”고 되 묻지요. 그러자 보신각 종은 네 몸이 내게 부딪힐 때마다 나도 온 몸이 부서질듯한 고통을 느낀다.”는 얘기를 해줍니다. 종을 칠 때마다 자기만 아픈 줄 알았지, 자기 때문에 보신각 종이 아플 줄은 미처 생각해 보지 못했던 종매는, 그러니까 아파도 참는 거라고, 그래야 아름다운 종소리를 낼 수 있는 거라고 설득하는 이 종의 이야기를 가슴 깊이 받아들입니다. 흔히 종소리를 중 저음의 미학이라고 하지요. 종소리에는 물소리 바람소리와 같은 자연의 소리와는 또 다른 그윽함이 깃들어 있습니다. 바로 이런 그윽함은 바로 이런 종과 종매의 아픔으로 얻어지는 것인가 봅니다.

<KBS FM 1, 노래의 날개 위에, 2004128일 방송>

 

2. “씨뿌리는 사람의 비유(1-9)”, “비유로 말씀하시는 이유(10-12)” 그리고 씨 뿌리는 비유의 설명(13-20)”을 읽었습니다.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생각이나, 아니면 말이나 글로 표현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실제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나 생각을 표현하는 데에도 그 표현법에 따라서 그것을 해석하거나 이해하는 내용이 달라질 수가 있습니다. 가령 픽션이라는 표현법이 있습니다. 처음부터 꾸며낸 이야기입니다. 예수님도 자주 사용하셨는데, 여리고로 내려가는 강도만난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가 아니라 주님께서 이웃 사랑의 가치를 설명하기 위해서 만들어낸 이야기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예루살렘에서 여리고로 내려가는 구불구불한 길 중간쯤에는 강도만난 사람이 묵었다는 여관 터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곳을 찾아간 한국의 성지 순례단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낼 것입니다. 마치 요단강에서 세례식을 하듯 말입니다. 오늘 묵상은 세 번째 단락입니다. 사실 세 단락 모두 같은 주제를 가지고 있지만, 셋째 단락이 종합적 이해를 돕기 때문입니다. 우선 비유라는 문학 기법은 어떤 진리나 사실을 이전부터 잘 알고 있는 일에 빗대어 표현하는 방법입니다. 그러니까 누구나 쉽게 알아들을 수 있도록 비유라는 문학기법을 사용한 것입니다.

   예수님은 친절하게도 씨 뿌리는 사람의 이야기를 해석해 주신 것입니다. 우선 뿌린 씨는 하늘나라에 관한 말씀이며, 길바닥에 뿌려졌다 함은 말씀을 듣긴 하지만 달려드는 사탄에게 빼앗겨 버리는 사람을, 돌밭에 뿌려졌다 함은 말씀을 듣고 받아들이긴 하지만 조금만 어려운 일이 생기면 곧 넘어지는 사람을, 가시덤불에 떨어졌다 함은 말씀을 듣긴 하지만 세상 걱정과 근심에 함몰되어 아무 열매를 맺지 못하는 사람을, 마지막으로 좋은 땅에 뿌려졌다 함은 말씀을 듣고 3060100배의 열매를 맺는 사람을 두고 하는 이야기라고 해석하신 것입니다. 우리는 이 비유에서 우선 하늘나라에 관한 말씀을 듣는 사람의 태도 여하에 따라서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우리들은 하늘나라에 관한 말씀을 들을 때 진지하고 엄중하게 들어야 함을 알아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말씀을 마음 깊은 곳에 두고 이해하고 깨달을 때까지 되새김질해야 할 것입니다. 하루를 세상 속에서 살면서도 그 말씀을 되풀이 되풀이 새겨보고 그 말씀을 실천하기 위해서 무엇을 할까? 어떻게 할까? 궁리하고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이런 것을 두고 말씀의 생활화라 하겠습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