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믿음은 가장 큰 하나님의 선물입니다(엡 2:8). / 요 5:30-47.

박성완 2021. 3. 5. 00:00

묵상자료 7232(2021. 3. 5. 금요일).

시편 시 136:25-26.

찬송 340.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집에다 안경을 벗어두고, 잠시 근처 가게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입니다. 사람 발길은 드물지만 지름길이어서 아파트 뒷길로 들어섰습니다. 그런데 길 중간쯤에서부터 아무래도 누가 뒤를 따라오는 느낌이었습니다. 안경이 없으면 모든 게 거의 흐릿한 윤곽뿐이라 확신할 수는 없지만, 아무래도 서성이면서 따라오는 느낌이었습니다. 일부러 걸음을 늦춰봤습니다. 물론 아무렇지도 않은 사람을 이상한 남자로 만들까봐, 최대한 자연스러움을 가장하면서였지요. 그런데 뒤를 따라오던 남자도 자신을 따라서 걸음을 늦춥니다. 혹은 길가에 있는 나무 의자에 가서 앉았다가 다시 따라옵니다. 아무래도 안 되겠어서 신랑에게 급히 전화를 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뒤에서 벨소리와 함께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아무리 안경이 없어도 그렇지, 신랑도 못 알아보는 거야?” 신랑이 장난을 쳤던 겁니다. 그 순간 안심이 되면서도, 한편으론 근처에 있던 아주머니께 죄송했었습니다. 실은 멀찍이서 상황을 유심히 지켜보던 아주머니가 가까이 오셔서, 신랑을 계속 감시했던 겁니다. 마치 무슨 일이든 도와주거나 막아주려는 태세였지요. 그 아주머니도 정말 고맙고 든든했었습니다. 그런데 실은 이게 신랑의 장난이었으니, 아주머니만 놀라게 해드린 셈이었습니다. 사과와 함께 고마움을 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자 아주머니는 오히려 신혼의 딸 부부라도 되 듯 웃으셨습니다. 이제 다른 사람까지도 놀래키는 장난은 금하기로 했지요. 하지만 장난기 많은 신랑 덕분에, 주위에 얼마나 좋은 분이 사는 지 새삼 느낄 수 있었던, 행복했던 날이었습니다. <KBS FM 1. 노래의 날개위에, 201236일 방송>a.

 

2. “아들을 위한 아버지의 증언(30-47)”을 읽었습니다. 하나님에 관해서 얘기하는 것은 이성의 차원으로가 아니라 신앙의 차원으로 접근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은 바로 이 지점에서 항상 실패하고 마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오직 신앙으로 밖에는 말할 수 없는 하나님을, 논리적인 방식으로 하나님을 말하려고 한다는 말입니다. 그 결과 절망적인 궁색함에 이르고 만다는 말입니다. 오늘 본문은 하나님과 예수님 자신과의 관계를 언급하는 내용이 중심에 있습니다. 예수님은 당신 마음대로 하는 일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하십니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없고, 하나님께서 하라고 하시는 대로 심판할 따름이라.”고 말입니다. 그러면서 당신이 이루고자 하는 것은 당신 자신의 뜻이 아니라, 당신을 보내신 하나님의 뜻이기 때문임을 밝힙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당신 자신을 스스로 증언하는 것은 참되지 못한데, 그래서 증언하는 자가 따로 있는데, 그 증언은 참된 것임을 확인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그 참된 증언이 요한에 의한 것인데도 불구하고, 실제로 주님께는 그 증언이 소용이 없다고 하신 것입니다. 왜냐하면 요한의 증언보다 훨씬 더 나은 증언이 있기 때문으로, 그것은 하나님께서 당신 자신에게 맡겨주신 일로, 이것이 하나님께서 당신을 세상에 보내신 증거라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는 그 증거란 세례 받으시고 물에서 올라오실 때, 그리고 변모산에서 들려온 하늘의 음성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질문하게 됩니다. 하나님께서 친히 증거하신 내용을 과연 누가 어떻게 들었느냐는 물음입니다. 가령 예수님이 세례를 받으시고 물에서 올라오실 때 하늘의 음성이 들렸는데(1:9-11과 마태 누가의 평행귀), 그 음성을 들은 사람은 누구인지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변모산에서 구름 속으로부터 음성이 들렸는데, 이때는 3명의 제자들이 그 소리를 들었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9:7-8, 17:5-6, 9:35-36). 세례를 받으신 후에 들려온 음성은 복음서 기자들이 수집한 자료를 통해서인데 반해, 변모산에서의 음성은 적어도 3명의 제자들은 들었다는 것입니다. 영적인 귀가 열렸다고도 말할 수 있고, 하나님의 은총을 최소한의 증인들에게 보여주셨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주님께서 이와 관련해서 하신 말씀이 뒤따릅니다. 믿음이 없을 때는 들어도 들리지 않고, 보아도 보지 못한다고 말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믿음의 눈으로 볼 수 있는 진리, 믿음이라는 마음이 있을 때만 깨달아지는 진리라는 뜻으로 생각됩니다. 이런 믿음은 무턱대고 믿습니다.”라고 말하는 게 아닙니다. 도마에게 하신 주님의 말씀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의심으로 출발했으나, 주님의 은총을 입은 후에는 참된 믿음의 자리에 서게 되었던 것처럼 말입니다(20:27-28).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