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풍성한 10평 남짓한 나의 텃밭엔.
요즘 우리 마을엔 여러 가구가 이사를 가고, 새 이웃이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특징은 젊은 부부들이 많이 늘어났다는 점입니다.
그래선지 청소 당번들의 볼멘 목소리가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습니다.
분리 수거가 제대로 안 됐다는 내용입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금년도 마을 총무님 중 남자 총무님이 젊으십니다.
그래서 설득도 잘 하시고 소통력이 있으셔서 무난히 헤쳐가고 있습니다.
우리 집 잔디 밭에는 매년 잡초가 새로운 품종으로 바뀌는 것 같습니다.
충분히 연구할 주제가 될법도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나의 게으름으로 친환경 잡초제를 일찍 뿌리지 못한 것입니다.
덕분에 하루가 멀다하고 기세 좋게 돋아나는 잡초와의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어쩌면 이런 현상을 즐기고 있는지 모릅니다.
우리 집을 지나가는 이웃들은 동일한 질문을 던집니다.
"제초제를 뿌리지 않으면 전원 생활을 할 수가 없어."라고 말입니다.
사실 내 아내가 전원생활을 싫어하는 몇 가지 이유 중의 하나는 잡초와의 전쟁입니다.
그러니까 나와는 완전 다른 세상 출신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대목입니다.
나이든 사람에게 전원 생활의 의미는 적당한 노동인데,
그 귀하고 값진 노동을 싫어하거나 부정한다면 문제는 작지 않다는 것입니다.
매일 매일 크고 작은 일거리들이 있어야 운동을 할 수 있고
그래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입니다.
올해 우리 텃밭에는 많은 종류의 채소를 심었습니다.
대파와 도라지 몇 종류의 상추 그리고 열무, 고추도 작년보다 두 배는 많이,
양배추와 부추도 씨를 뿌리거나 모종을 심었습니다.
그리고 노란 울타리에는 오이 모종을 열 주 정도 심었는데, 5주는 시들어 버렸습니다.
텃밭이 거의 빈틈없이 꽉 들어찼습니다.
그동안 상추는 원없이 따 먹었습니다. 점심과 저녁엔 상추쌈이 최고입니다.
그리고 열무도 잘 자라주어서 김치를 담가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부추도 여러 번 밑둥지까지 바짝 잘라서 김치 양념으로 잘 사용했습니다.
작은 텃밭이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가뭄이다 싶으면 아침 저녁으로 틀림없이 물주기를 해야 합니다.
집을 여러 날 비울 때는 농사꾼을 책망하듯 시들시들합니다.
그리고 왕성하게 자라는 반갑지 않은 손님 잡초들을 뽑아 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풀독인지 벌에 때문인지 손과 발은 물론 눈과 얼굴이 심하게 가렵습니다.
여러 가지 물파스를 사 두고 발라야 겨우 진정되는 고통도 따릅니다.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파서 요즘은 아예 엉덩이에 달고 다니는 앉을뱅이 의자도 구비했습니다.
다리는 장화를 신어야 하고 팔목까지는 토시를 끼워야 합니다.
장갑과 마스크 그리고 챙이 넓은 밀집 모자도 갖추어야 합니다.
그래도 어느 구석으로 들어와 공경하는 모기를 당해낼 수가 없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다 보니 내가 농사지은 채소들이 그렇게 아까울 수가 없습니다.
누군가에게 전해주면 기쁘게 반색을 할 줄 알았는데 대부분은 별로입니다.
이제야 농사꾼의 마음을 이해할 듯 합니다.
한 톨 쌀이 그렇게 소중하다고 말씀하시던 큰 아버지의 불호령도,
땀 흘려 일한 후에 마시는 물맛이 달다는 말씀도,
제 때 비가 오고 햇빛이 나오고 바람이 불어주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도.
올해 채전의 작황을 보면 풍년입니다.
그래서 가을에 심을 작물들을 열심히 생각하는 요즘입니다.
반 농사꾼으로 살아가는 것을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둔덕에 심어놓은 보리수가 빨갛게 익어가고 있습니다.
감나무에도 수 백개의 열매들이 매달려 있고,
모과도 제법 열렸습니다.
자그마한 키의 복숭아가 무려 10개나 열렸습니다.
보는 것 만으로도 풍성한 생활입니다.
전원생활의 밤은 꿀맛 같은 단잠을 손짓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