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으로 삼을 모세의 일생. / 신 34:1-12.
묵상자료 7342호(2021. 6. 23. 수요일).
시편 시 13:1-2.
찬송 290장.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우리 집에서는 단 한 사람 큰 누나만이 시집을 간 상태였다. 큰 누나는 남북전쟁으로 폐허가 된 타라의 집을 재건하려는 스칼렛처럼, 6·25전쟁으로 뿔뿔이 흩어져 이산가족이 된 우리 집을 일으켜 세우려는, 최씨집 맏이의 사명감에 항상 불타고 있던 여전사였다.” 소설가 최인호씨의 자전적인 소설 [이별 없는 이별]에는 그렇게 씩씩한 큰 누나 이야기가 나옵니다. 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집에서 맏형이 동생들에게 부모 역할까지 하는 일은 당시에는 흔했지요. 하지만 딸이 그것도 시집간 누나가 그런 일을 도맡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소설 속 큰 누나는 부모 보다 더 부모다운 마음으로 동생들 돌보고 집안을 돌봐서, 동생들을 전혀 주눅 들거나 비뚤어지지 않게 성장시킵니다. 심지어는 이럴 정도였습니다. “고등학교 때였다. 가난했던 우리 집 형편으로 어쩔 수 없이 형이 입던 교복을 내가 물려받을 수밖에 없었는데, 그 때문에 어찌나 지저분하게 다녔는지, 담임선생님이 나를 극빈자집의 아들로 보고 쌀 배급을 주려고 했다. 그 때 상처 입은 내가 큰 누나에게 이 사실을 이야기 했더니, 그 다음 월요일 아침 조회 때, 큰 누나가 직접 학교 운동장으로 나를 찾아왔다. 전교생이 교장선생님의 훈화를 듣고 있을 때, 큰 누나는 나를 운동장 뒤로 불러 그 자리에서 내 헌 교복을 벗기고 새 교복으로 갈아입히기 시작했다. 누나의 손에는 반짝 반짝 금 단추가 달린 새 교복이 들려 있었다. 그날 조회가 끝나자마자, 곧 바로 누나는 교무실로 담임선생님을 찾아갔다. 그리고 이렇게 말을 했다고 한다. ‘선생님, 우리 인호를 잘 돌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진작 찾아뵙고 인사를 드렸어야 했는데, 먹고 사는 것이 바빠서 죄송합니다. 그러나 선생님, 인호는 비록 등록금을 남보다 늦게 내는 가난한 아이지만, 그렇다고 극빈자는 아닙니다. 그러니 제 동생 인호를 함부로 보지는 말아주십시오.’” <KBS FM 1. 노래의 날개위에, 2012년 6월 25일 방송>a.
2. “모세의 죽음(1-8절)”을 읽었습니다. 대부분의 많은 크리스천들은 죽음을 소극적이거나 심지어 부정적으로까지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인식은 크리스천다운 게 아니라고 해야 하겠습니다. 오히려 크리스천이 가진 부활 신앙에 있어서 죽음은 새로운 삶을 여는 시작이고, 더 적극적으로 말하면 고통과 괴로움이 끝나고 행복이 시작하는 전환점이 되는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모세의 죽음을 묵상하는 우리는 보다 명료한 크리스천의 죽음 이해를 확립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첫째로 죽음을 앞에 둔 모세는 과거 지향적이 아니라 미래 지향적인 시각을 전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이스라엘 열 두 지파가 터를 잡고 펼쳐갈 새로운 세상을 소개 받고 있었습니다. 단에서 시작해서 소알에 이르기까지의 세상을 바라본 것입니다(1-3절). 둘째는 모세는 그 약속의 땅을 코앞에 둔 채 모압 땅에서 죽어 아무도 모르는 곳에 묻힐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모세는 약속의 땅에 한 발도 들여놓지 못한 비운의 주인공(?)이 된 것입니다. 모세에게 삶이란 어떤 목표를 이루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하나님의 백성들은 어떤 목표에 이르거나 성취에 두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입니다.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것인 때문입니다. 모세는 120살이란 나이에도 불구하고 눈도 밝았고, 정기나 정력도 왕성했으나 그의 역할은 그것으로 끝이 난 것입니다. 참 행복한 인생이고 참 멋진 죽음이었습니다(4-8절).
삶과 죽음은 신비입니다. 삶과 죽음을 움직이는 막연한 힘인 운명도 아닙니다. 삶과 죽음은 하나님의 섭리이기에 신비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삶을 대할 때나 죽음을 대할 때 경외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서 맑고 기운찬 눈으로 삶과 죽음을 관찰해야 하겠습니다. 한 사람의 인간으로써 혹은 크리스천으로써 모세는 가히 우리 모두가 본을 삼을 만한 위대한 인물입니다. 그는 120년이란 결코 짧지 않은 시간 속에서 살면서, 그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힘든 삶을 살아내야 했습니다. 태어나서는 안 될 노예의 사내아이로 나일 강변 갈대밭에 버려져야 했고, 이집트 왕궁에서 왕자 중 한 사람으로 교육을 받고 자랐지만, 자기 민족의 슬픔을 깨닫고 갈등을 겪다 스스로 고난의 땅 광야의 양치기를 택하게 됩니다. 그리고 자기 민족을 해방시키라는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세계에서 가장 힘센 군주였던 이집트의 파라오 람세스 2세를 상대로 투쟁을 벌여, 60만 명이 넘는 자기 민족을 유대 광야로 탈출시키는데 성공, 40년이란 긴긴 세월을 하나님을 신뢰할 각양각색의 현실적인 훈련을 받고, 하나님과 세상을 바로 섬길 계명을 받은 후에 약속의 땅을 앞에 두고 눈을 감은 것입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