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설교

[2021. 7. 4. 성령강림절후 여섯째 주일] 가까운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들. / 막 6:1-6.

박성완 2021. 7. 4. 00:00

묵상자료 7353.

시편 시 17:10-12.

찬송 460.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지나간 모든 것에 감사합니다. 그리고 다가올 모든 것을 긍정합니다.” 한 노벨 평화상 수상자가 밝힌 소감이라고 합니다. 좋았던 싫었던 지나간 모든 일이 지금의 나를 키운 밑거름이 되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생각지 못한 시련이 다가오더라도 그 시간마저 긍정하겠다는 마음은, 그것을 통해서 또 한 번 내가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겠지요. 지나간 모든 것을 감사하고 다가올 모든 시간을 긍정하는 마음, 배우고 싶습니다.

<KBS FM 1, 정다운 가곡, 2007629일 방송>

 

2. 오늘은 성령강림절 후 여섯째 주일로 복음서 막 6:1-6을 본문으로 가까운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들이란 제목으로 설교하려고 합니다. 우리말에 등하불명(燈下不明)이라는 말은, 말 그대로 등불 밑이 어둡다는 뜻입니다. 사실 가까운 지인은 물론 부모나 가족조차 제대로 알아보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무엇을 꿈꾸고 힘써 사는지 모른 경우가 많으니까요.

 

보통의 사람들은 경험적 지식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경향이 있는데 어리석은 일입니다(1-2).

인간의 경험은 단편적이며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경험을 강하게 내세우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예수께서 고향인 나사렛 회당에서 가르치셨습니다. 유대인들은 안식일에 회당에 모여서 성경을 읽고 말씀을 듣는 전통이 있습니다. 그런데 나사렛 회당에 모인 사람들 중에는 예수님을 잘 아는 같은 동네 사람들이 있었고, 예수님의 가르침과 엄청난 기적이야기에 대해서 놀랐다고 했습니다. 예상치 못한 해박한 성경 강의에다, 기적이야기는 뜻밖의 얘기였던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수군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교육을 받으려고 예루살렘을 찾은 적도 없었고, 기적을 행할 정도로 위대한 위인으로는 도무지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경험적 지식의 한계를 직면하는 실상이라 하겠습니다.

 

부모와 형제자매를 알고 있는 것으로 예수님을 잘 안다 생각한 것은 심각한 문제였습니다(3-4).

일반적으로 가풍이라는 게 있고, 부전자전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아버지는 목수인 요셉, 어머니는 마리아, 형제들은 야고보 요셉 유다 그리고 시몬, 누이들도 나사렛 마을에서 함께 오고 가며, 공유하는 것들이 많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가끔씩은 삶의 애환을 나눌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속내를 털어놓고 서로의 삶을 보듬어 주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율곡 선생이 아들의 편지를 읽었습니다. 생각도 다르고 마음을 헤집듯 하는 동료와의 관계를 어찌할까 물어왔습니다. 그래서 그런 사람은 날씨얘기만 하면 좋겠다며, 답글을 썼다 합니다. 사랑에 대해서, 인생에 대해서, 신앙에 대해서, 죽음과 천국에 대해서 얘기를 나눌 이웃은 아주 아주 드물다 하겠습니다. 얼굴을 알고 있다 해서 마음까지 안다 말아야 하겠습니다.

 

아무리 돕고 싶은 이웃이라 해도 믿음 없는 사람들에게는 일어날 수 없는 기적입니다(5-6).

지난 달 고교 동기동창 내외가 찾아왔습니다. 친구들 얘기를 많이 전해들을 수 있었는데, 대부분이 신앙생활을 잘 하고 있다 했습니다. “성완아, 다음부터는 동창 모임에 나오지 마라. 네가 오니까 술맛이 떨어진다.” 정색을 하며 내게 이 말을 했던 친구를 제외하고는 목사인 저를 싫어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한동안 동창 단톡방에 이런 저런 글을 올렸을 때 정색을 하며 그런 글 쓰지 말라던 친구도 있었습니다. 자신이 크리스천이면서 교파가 다르다 해서 심하게 거부하는 친구에게는 제가 다가서는 것이 힘듭니다. 여든을 눈앞에 두고서도 여전히 좁쌀영감인 제 탓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사이에서 일어날 기적이란 무엇일까요? 그것은 풍성한 사랑의 나눔입니다. 그러면 더 깊은 믿음과 더 높은 소망이 피어날 것입니다. 코로나 19가 물리적 거리보다, 마음의 거리가 훨씬 더 소중한한 것임을 깨우쳐 주고 있습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