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침묵 명령에도 불구하고. / 막 7:24-37.

박성완 2021. 8. 13. 00:00

묵상자료 7393(2021. 8. 13. 금요일).

시편 시 22:25-28.

찬송 252.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정물화를 그릴 때, 화가들은 대개 그리고 싶은 정물들을 미리 갖춰 놓고 그립니다. 꽃이든 과일이든 책이든 안경이든, 미리 탁자위에 다 갖춰놓고 그 형태 그대로 그리곤 하지요. 움직이지 못하는 물건들이니 그대로 둔 채로, 며칠이고 몇 달이고 그대로 옮겨 그리곤 합니다. 하지만 인상주의 화가인 마네는 달랐다고 합니다. 가령 의자에 놓인 꽃을 그리기로 하고 정물화를 그립니다. 하지만 그림이 완성될 쯤 뭔가 아쉬운 느낌이 듭니다. 그러면 꽃 옆에다 책을 한 권 갖다 놓습니다. 그리곤 그리던 그림에다 책을 덧보태 그립니다. 그런데 어딘지 또 좀 허전합니다. 이번엔 쟁반을 갖다놓고 유리병도 하나 더 갖다 놓습니다. 그러다가 다시 또 붓을 멈추고 커피 잔과 나이프를 바닥에 덧보태고 그리기 시작합니다. 정물화란 정지되어 있는 대상을 그대로 옮겨 그리는 것인데, 마네는 그 틀을 깬 것이었지요. 정지되어 있는 대상을 계속 덧보태거나 빼면서 움직이는 정물화를 그린 셈이었습니다. 그렇게 정해진 틀을 상관치 않았으니, 낙선 전시회 같은데도 참가할 수 있었겠지요. 그런 전시회를 통해 화가로써의 능력과 개성을 발휘하는데, 아무런 불안이나 불편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낙선 전에 전시한 <풀밭위의 점심>으로 회화혁명의 선구자가 됐는데요. 2년 후엔 낙선전이 아닌 살롱 전에 정식으로 참가했습니다. 그 때에도 또 도발적인 그림 <올랭피아>로 많은 비난을 받았었지요. 사실 마네는 그런 틀을 벗어난 파격적인 그림만 아니었으면, 부유한 가문에서 자란 멋쟁이 예술가로 마냥 편하게 살수도 있었습니다.

<KBS FM 1. 노래의 날개위에, 2012821일 방송>a.

 

2. “수로보니게 여자의 믿음(24-30)”귀먹은 반벙어리를 고치신 예수(31-37)”을 읽었습니다. 오늘 묵상은 둘째 단락입니다. 잠깐 동안 손가락 하나만 아파도, 잇몸이 조금 붓기만 해도, 잠을 이룰 수 없는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평생을 이런저런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분들에게는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오늘 본문에는 귀먹은 반벙어리 장애인을 데리고 주님을 찾은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조금은 들을 수 있는 사람이어서 때로는 오해를 하게 되고, 그래서 다투는 일들이 자주 벌어졌을 것 같습니다. 제 주변에도 가는귀가 먹은 분들이 더러 계시는데, 두 번 세 번 묻기도 하고, 때로는 가까이 다가와 귀를 기우리기도 하는 분들입니다. 저는 청각장애를 가진 교우들과 몇 년 동안 주일예배에서 만나는데, 혼자되신 분들이 많았습니다. 사연을 들을 즉 뻔히 바라보면서 말이 통하지 않으니까 욱하는 성질을 부려, 자주 다투게 되고 결국 이혼하는 케이스가 많다는 것입니다. 남들이 자기 흉을 보는 것 같다고 느낄 때, 얼마나 견디기 어려울까요? 그런 청각 장애를 가진 사람을 데리고 주님께 찾아온 것입니다. 주님은 그 사람을 군중들 속에서 불러내셨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에바다!”라고 소리치셨는데, “열려라!”는 의미를 가진 아람어 εφφαθα입니다. 그렇게 해서 그 청각장애인은 귀도 혀도 풀려서 말을 제대로 하게 되었습니다. 예수님은 히브리어 뿐 아니라 헬라어와 아람어를 종종 사용하셨는데, 아람어 중 우리가 기억하는 것은 달리다굼, 엘리엘리 사박다니, 아바 등이 있습니다. 그런데 예수께서는 이 일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엄하게 이르셨다는 것입니다. 이른바 <메시아 비밀>을 요구하신 것입니다.

   예수님 앞으로 불려나온 청각장애인에게 손가락의 그의 귓속에 넣으셨다가 침을 발라 그의 혀에 대시고 에바다!”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그러자 그의 귀가 들리고 말도 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 기적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하신 것입니다. 우리는 당연히 질문해야 합니다. 더 널리 알릴 일이 아닙니까? 하고 말입니다. 그런데 성경학자들은 이를 두고 메시아 비밀 사상이라고 주석을 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예수님이 메시아 되심을 아직은 사람들에게 알려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적어도 십자가를 지시고 죽으셨다가 부활하실 때까지는 말입니다. 죽으시고 부활하신 후에는 널리 알려야 할 일화라고 말입니다. 마가복음서에는 이런 침묵명령의 말씀이 여러 곳에 나옵니다(1:29-31, 1:40-45). 이렇듯 예수님의 기적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질 경우에 사람들은 예수님을 세상 죄를 지고 갈 하나님의 어린양이 아니라, 땅의 군주로 받들어 모시려는 움직임이 거세게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일로 인해서 침묵명령을 하신 것은, 하나님의 구원계획에 불필요한 일이 벌어질 것을 고려한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침묵명령에도 불구하고 실제적으로는 더욱 더 예수님의 기적능력과 기대는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되었던 것입니다. 하나님의 구원역사는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세상이 알아야 할 일이고, 멈춤 없이 전파되어야 할 일이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