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하는 사랑이어야 합니다. / 고전 13:4-13.
묵상자료 7466호(2021. 10. 25. 월요일).
시편 시 36:10-12.
찬송 288장.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일각천금/一刻千金 이라는 고사성어가 있습니다. 중국 송나라 때 시인 소식이 쓴 <봄 밤> 이라는 시에 나오는 일각지천금에서 유래하는데요. 시간이 천금보다 중요하다는 말이지요. 이 때 각(刻)은 짧은 시간을 나타냈고요. 요즘도 시시각각 (時時刻刻) 등의 말로 자주 쓰입니다. 서양에서 시계가 들어오기 전까지 중국이나 우리나라에서는 해시계나 물시계로 시간을 측정하고 계산했는데요. 계절에 따라 밤낮의 길이가 서로 달라서 시각의 눈금도 다르게 표시 됐습니다. 해시계로 측정할 때는 여름에는 낮을 60각, 밤을 40각으로 나눴고요. 겨울에는 낮을 40각, 밤을 60각으로 나누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물시계도 적당히 조절을 했고요. 물시계를 누각이라고 하는데요. 누는 물시계에서 물을 담는 그릇을 이르는 말이고요. 또 각은 거기에 담겨 있는 잣대를 가리킵니다. 누를 누호, 각을 각전이라고 따로 부르기도 하는데, 밤이 되면 사용할 수 없는 해시계와는 달리, 물시계는 언제 어느 때나 시간을 알려 줘서 다양하게 발전합니다. 물방울들이 모여서 흘러넘치면 한 때가 지나간 거지요. 그런 식으로 우리들도 때를 기다리면서 살고 있습니다. 우리가 세월을 향해 때로 빨리 달려가고 또 때로는 천천히 걸어가는 것 같지만, 사실은 세월이 우리에게 다가오는 겁니다.
<KBS FM 1, 노래의 날개 위에, 2007년 9월 17일 방송> a.
2. “사랑(4-13절)”을 읽었습니다. 이 구절은 크리스천이든 아니든 참 많이 인용하는 사랑의 시금석입니다. 그런데 오늘은 또 다른 각도에서 읽혀졌습니다. 사랑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적인 언어라고 말입니다. 사랑은 오래 참는 행동이고, 사랑은 친절한 행위입니다. 사랑은 시기하지 않는 행동이고, 사랑은 교만하지 않는 활동입니다. 그러니까 사랑이란 달콤하게 들리는 감정이 아니라, 행동하고 살아야 하는 실천적인 활동이었던 것입니다.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사회에서 사랑보다 더 적합한 덕목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립서비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행동하고 실천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것도 소극적이 아니라 적극적인 실천사항이라는 점에서 섣불리 나설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결혼을 약속하고 주례를 부탁하러 저를 찾아온 사람들에게 꼭 부탁할 충고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그런 일이 지금도 계속된다면 저는 고전 13:4-7을 열 번을 읽어본 후, 그래도 사랑하겠다고 하면 그 말씀들을 가지고 상대방에게 사랑의 약속을 하라고 권하겠습니다. 사랑은 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진실한 행위에 있어야 하는 때문입니다.
그런데 사랑은 말과 행동 혹은 말과 실천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랑은 마음 속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것을 밖으로 꺼내놓지 않으면 어느 누구도 알 수가 없습니다. 오랫동안 우리 동양의 남자 사회에서는 사랑을 말하는 것을 꺼리거나 주저해 온 것이 사실입니다. 사랑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생각한 때문입니다. 그래서 많은 여인들이 벙어리 냉가슴 앓듯 고생하였습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민요에 가까운 <갑돌이와 갑순이>라는 노래가 그 대표적인 것일 듯합니다. 그들은 서로를 사랑하고 있었지만, 결국 갑순이는 다른 사람에게 시집을 가게 되고, 이에 화가 난 갑돌이도 다른 사람에게 장가를 들어버렸다는 슬픈 사랑이야기입니다. 요즘 같았으면 집안 어른들의 반대에 대항해서 어떻게 해결책을 찾을 수도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사랑한다는 말을 너무 아낀 경우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사랑의 행동이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7절에서 밝히듯, “사랑은 모든 것을 덮어주고, 모든 것을 믿고, 모든 것을 바라고, 모든 것을 견디어 냅니다.” 이런 사랑의 확신을 서로가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서로를 탐색하고 이해하고 배려하는 5년 혹은 10년의 연애기간을 거친다 해도, 사랑의 환상에 불과했다며 후회하는 사람들이 생길 수 밖입니다. 까닭은 사랑이 아니라 사람이 문제가 있는 존재인 때문입니다. 사랑을 믿을 것이 아니라 사람을 믿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은 좋은 점만이 아니라, 약점도 생각보다 훨씬 많이 가진 존재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그 약점까지도 다 함께 사랑할 수 있는 온전한 사랑이어야 했습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