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존경할 신앙의 지도자 느헤미야. / 느 2:11-20.
묵상자료 7480호(2021. 11. 8. 월요일).
시편 시 38:4-6.
찬송 382장.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그가 말했다. “내 입만이 입인감.” 1994년 마흔 아홉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김남주 시인에게는 전사(戰士)라는 수식어가 붙습니다. 첫 시집도 옥중에 있을 때 출간됐을 정도로 1970년대와 80년대 젊은 날을 저항과 수배 수감으로 보냈는데요, 시인이 경찰을 피해 산속 절에 머물 적에 우연히 한 노인을 만났고, 그 만남에서 크게 깨달은 게 있었다고 합니다. 노인은 30년째 아내와 함께 산속에서 생활하고 있었는데, 시인이 처음 노인을 봤을 때, 감나무를 심고 있었습니다. 시인이 물었지요. “할아버지, 따 먹을 사람도 없는 데 이런 산중에다 감나무를 뭐하려고 심나요?” 노인이 나무라듯 대꾸합니다. “내 입만 입인감.” 그 말을 들은 시인은 여간 부끄러운 게 아니었습니다. 그가 꿈꾼 세상은 협동해서 한 해의 노동을 끝내고 콩 알 하나라도 수확하는 게 있으면 나눠가지며 사는 세상이었지요. 노인의 생각은 그보다 윗길이었습니다. 원래 그 곳에서는 십여 년 넘게 자란 감나무가 너 댓 그루 있었고, 그래서 절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고개를 넘기 전에, 감나무 아래 잠시 쉬면서 감 몇 개씩 따먹곤 했는데, 노인에게는 그 광경이 보기 좋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난겨울 혹독한 추위로 감나무들이 모두 얼어 죽어버렸고, 노인은 다시 감나무를 심을 양으로 호미를 잡은 것이었습니다. 노인의 말을 들은 시인은 허락받지 않고 열심히 구덩이를 파기 시작했고, 오랜만에 육체노동을 마치고, 이런 생각을 하며 발걸음도 가볍게 절로 돌아갔다고 합니다. “가을을 끝낸 들녘에서/ 감하나 둘로 쪼개 나눠가질 때/ 그 때 사람 사이좋은 사이/ 그 때 우리 사이 아름다운 사이” 내 입만 입이겠습니까? 남의 입도 입이고 나눠먹으면 좋은 사이입니다. 이 뻔 한 진리를 우리는 곧잘 잊어버리곤 하지요. 하지만 기억한다면, 그 마음이 곧 햇살과 같지 않을까요? 김남주 시인의 <창살의 햇살>이라는 시에 나오는 이 햇살처럼 말입니다. “내가 손을 내밀면 내 손에 와서 고와지는 햇살/ 내가 볼을 내밀면 내 볼에 와서 따스워지는 햇살/ 깊어가는 가을과 함께 자꾸 자꾸 자라나/ 다람쥐꼬리만큼 자라나/ 내 목에 감기면 누이가 짜준 목도리가 되고/ 내 입술에 와서 닿으면/ 그녀와 주고받곤 했던 옛 추억의 사랑이 되기도 한다”
<KBS FM 1, 출발 FM과 함께, 2014년 10월 8일 방송>
2. “예루살렘 성 수축이 시작되다(11-20절)”을 읽었습니다. 본문에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느헤미야는 바사 왕 아닥사스다 1세(주전 465-424)의 신임을 얻어 바벨론 포로기 중에 술맡은 관원으로 지내다, 주전 445년에 유대 총독으로 임명되어 귀환한 유대지파 하가랴의 아들입니다. 특히 그는 무너진 예루살렘 성곽 준수에 매진하여 52일 만에 완수하였고, 12년간 예루살렘에 머물렀으며, 유대인의 순혈주의와 안식일 엄수를 강조하였고, 바벨론의 벼슬을 지니고서도 민족의 정신과 신앙을 더럽히지 않은 애국적인 지도자로 자리를 지켰습니다. 누란의 위기에 일신의 평안을 찾아 온갖 기회주의자로 배신자로 살아가기 쉬운 시절에, 민족정기를 지키고 자기 민족을 격려하는 지도자로 살아가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을 텐데도 불구하고, 느헤미야는 유대 역사에서 뿐 아니라, 오늘 우리 시대에도 여러 가지 면에서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첫째는 그가 망해가는 나라의 미래를 하나님께 맡기는 신앙으로 지키려고 했습니다(1:3-11). 둘째는 그가 처한 환경에서 최선의 삶을 살아 적군의 왕에게 신임을 얻어, 조국 재건에 참여하게 되었다는 점입니다(2:1-10). 느헤미야가 왕의 술을 맡은 최고 관리가 되었다는 것은 그에 대한 왕의 신뢰를 엿보게 합니다. 반항하다 망한 나라를 재건하겠다고 할 때, 그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겠지만, 그의 진심이 통했다는 것은 깊이 생각할 대목입니다.
원수의 나라에서 관리로 일하고 있는 사람이 조국 재건에 팔을 걷었다고 할 때, 내외적으로 많은 반대자들이 있었을 게 분명합니다. 그러나 그의 애민 애국의 충정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음에 분명합니다. 특히 유대인 최고 권력자로써 깊은 밤중에 예루살렘을 몇 시종만 데로 시찰하고서 유대 지도자들에게 했던 말은 감동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11-18절). 느헤미야의 진정성을 비난하던 호론 사람 산발랏과 암몬인 도비야, 아라비아 인 게셈의 비난에 대한 느헤미야의 대답은 오늘 우리들이 마음에 새길 일성(일성)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늘에 계신 하나님께서 이 일을 이루게 하실 것이다. 아무도 이 일을 막지 못한다.” 그는 하나님만 의지하는 신앙의 사람이었고, 신념의 지도자였습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