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이제는 하나님 편에 서라. / 슥 2:6-13.

박성완 2021. 11. 25. 00:00

묵상자료 7497(2021. 11. 25. 목요일).

시편 시 41:1-3.

찬송 341.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그가 말했다. “살아 있는 용 옆에 살면서, 용에게 신경 쓰지 않기란 불가능하다.” J. R. 톨킨의 소설 [호빗]에는, 황금 용 스마우구가 등장합니다. 스마우구는 거대한 뱀의 몸에, 네 개의 발이 달려 있고, 등에는 붉은 날개가 돋았으며, 몸 안에는 불이 타오르고 있어서, 입과 코로 하얀 연기를 내 뿜는 무시무시한 괴물인데요. 화가 나면 입으로 불을 내뿜는데, 이건 스마우그의 가장 큰 무기입니다. 어떤 사람은 스마우구를 황금용이라고 하지만, 원래는 붉은 용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탐욕스럽게 모아둔 황금이 달라붙어, 처음부터 황금용이었던 것처럼 변했지요. 무엇보다 스마우구는 오래전 호빗쪽의 영토였던 에보에르 왕국을 빼앗아서 황무지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이처럼 무시무시한 괴물 스마우마구가 옆에 살고 있다고 가정해 봅니다. 너무 무서워서 다른 동네에 사는 친구에게 사정을 털어놓습니다. 그 중엔 아마 이렇게 충고하는 친구도 있을지 모릅니다. “네가 먼저 건드리지 않으면, 널 잡아먹지 않을 거야. 너무 신경 쓰지 말고 그냥 하던 대로 하고 살면 돼.” 그러나 J. R. 톨킨이 말했습니다. “살아 있는 용의 옆에 살면서, 용에게 신경 쓰지 않기란 불가능하다.” 이 이야기에서 용은 두려움을 상징합니다. 톨킨이 쓴 [반지의 제왕]이나 [호빗]은 판타지 소설이지만, 기본적으로는 모험 소설이지요. 주인공은 살아 있는 용 즉 두려움의 정체가 무엇인지 깨닫고, 그걸 무찌르기 위해서 모험을 시작합니다. 현실로 대입하면 살아 있는 용이란 미래이기도 합니다. 알 수 없고 확신할 수 없는 미래만큼, 우리를 불안하고 두렵게 만드는 건 없으니까요. 그럴 때면 용을 무찌르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는 수많은 주인공들을 떠올려 봅니다. 그들이 돌아온 집은 예전과 똑 같지만, 그들은 떠날 때와 다른 사람이 됐으며, 돌아온 집이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습니다. 살아 있는 용 옆에 살면서 용에게 신경 쓰지 않기란 불가능합니다. 그 용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무엇을 무기로 해야 할지 선택해야 합니다. 이럴 때 T. S. 엘리엇은 빛과 사랑이라는 양날의 칼을 들어야 한다고 말했는데요. 두려움을 물리칠 수 있는 것은 빛과 사랑, 그 믿음을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합니다. <KBS FM 1, 출발 FM과 함께, 2014121일 방송>

 

2. “돌아오라(6-13)”을 읽었습니다. 이름이 가진 의미(여호와께서 기억하셨다) 때문인지는 몰라도, 성경에는 적어도 28명의 스가랴라는 지도자가 등장합니다. 그러나 본문의 스가랴는 주전 520년을 전후해서 바벨론에서 귀환한 잇도의 손자 베레갸의 아들로 학개와 함께 성전 재건을 위해 힘쓴 제사장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스가랴서의 목적은 이스라엘에게 주신 거룩한 사명을 격려하려는 것이었는데, 하나님은 당신의 백성들이 불순종과 교만하지 않기를 바라시며, 메시야를 통해서 전쟁도 멈추고 평화를 누리게 될 것을 알리는 것이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많은 사람들은 참된 행복이란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라, 평범하기 짝이 없는 우리들이 경험해 왔던 그런 일상을 누리는 것이라는 깨달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다시 말하면 3층짜리 저택에 사는 것도 아니고, 사자 붙은 직함을 가진 것이 아니라, 평범하다 못해 하나도 특별할 것 없는 매일 매일 되풀이하던 일상이었으니 말입니다. 똑같은 아침을 맞고, 똑같은 식구들과 부대끼며, 지루하기까지 한 판에 박은 듯한 똑같은 직장 동료들이 그렇게 그립고 소중하더라는 말입니다. 아들의 제의로 작년부터 꽤 큰 건강검진 기관에서 검진을 받았는데, 대장에 붉은 색 용정이 보인다며 큰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라는 것입니다. 이후 다른 두 분의 전문의께 CD를 보였는데, 하나같이 확신을 못 갖고 조직검사를 받아보라는 것입니다. 태연하던 저는 세 차례나 조직검사가 필요하다는 말에 서서히 두려움이 자라났습니다. 석 달 만에 얻은 검사결과는 염증으로 싱겁게 끝이 났습니다. 제가 무슨 생각을 많이 했을까요? 잘 먹고 잘 배설하고 잘 자는 것이 더 없이 행복한 삶이라고 말입니다.

   본문은 북녘 땅에서, 그리고 바벨론에서 어서 빨리 도망쳐 나오라고 하십니다. 겉보기에는 앗수르와 바벨론과의 싸움에서 패해 포로로 잡혀간 꼴이었지만, 사실은 하나님께서 그 백성들을 천지 사방으로 흩어 보내신 것이었습니다(6). 우리가 삶의 길목을 지날 때마다 겉과 속을 잘 분간하지 못하곤 합니다. 시험에 낙방하고 취직에 실패하고 어처구니없는 시련을 겪게 될 때, 우리는 시대를 잘못 만난 탓이고, 이런저런 이유들이 반드시 가득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겉과는 전혀 다르게 문제의 속은 완전히 달랐던 것입니다. 하나님께 불순종하고 반항했던 것과 모든 중심을 자신에게 두었던 교만에 대한 하나님의 채찍이었습니다. 이스라엘도 그랬습니다. 앗수르에 패한 것도 바벨론에 붙들려간 것도 하나님께서 막아주실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불순종밖에 할 줄 몰랐던 둘째 아들에게는 돼지우리가 가장 좋은 채찍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니 이제 하나님은 앗수르에서 그리고 바벨론에서 돌아와도 좋겠다 말씀하신 것입니다. 하나님 편에 서라고 말씀하십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