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위로와 격려를 받는 날. / 사 24:1-6.
묵상자료 7498호(2021. 11. 26. 금요일).
시편 시 41:4-9.
찬송 52장.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그가 말했다. “아, 이생이 마구 가렵다.” 딱딱하고 단단한 걸 보면 어쩐지 감각이 없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거북이의 등도 바위나 돌처럼 그럴 것 같습니다. 하지만 바다 거북은 등껍질을 가볍게 긁어주는 걸 좋아한다고 하지요. 심지어 잔 가지처럼 섬세한 게 등을 스치는 것도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럴 수 있을 거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거북이의 등껍질은 사람의 손톱처럼 단백질 각질로 만들어졌으며, 세포와 신경도 있습니다. 척추와 흉곽에 붙어 있어서 절대로 기어나올 수 없으며, 등껍질이 파손되면 내장 기관이 그대로 들어나서 생존이 불가능하다고 하니까, 우리가 알고 있는 거북이의 등껍질은 껍데기가 아니라 몸의 일부였습니다. 몸의 일부라서 가볍게 긁어주는 걸 좋아하고, 잔가지처럼 섬세한 게 등을 스치는 것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딱딱하고 단단해서 가려움도 간지러움도 탈 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인가 이런 발견을 하고 스스로 놀라고 마는 것이지요. “아, 이생이 마구 가렵다. 주민등록 번호란을 쓰다가 고개를 든, 내가 나이에 당황하고 있을 때, 환등기에서 나온 것 같은 이상하게 밝은 햇살이, 일정 시대에 관공서의 건물 옆에서 이승쪽으로 측광을 강하게 때리고 있다. 11월의 나무는 그림자 위에 가려운 자기 생을 털고 있다. 나이를 생각하면 병원을 나와서도 병명을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처럼, 내가 나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11월의 나무는 그렇게 자기를 받아지 못하고 있다. 나는 등 뒤에서 누군가 더 늦기 전에 준비하라고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고 생각했다.” 나이가 껍데기인 줄만 알았는데 나의 일부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습니다. 숫자로 매겨진 나이같은 건 딱딱하고 단단해서 가려운 것 같은 것 타지않을 줄 알았는데, 마구 가렵습니다. 견고한줄 알았던 생이 흔들리고, 흔들려서 마구 가렵습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가려움을 타며, 모든 이파리를 훌훌 털어내는 11월의 나무처럼.
<KBS FM 1, 출발 FM과 함께, 2014년 11월 28일 방송>
2. “하나님께서 세계를 심판하신다(1-6절)”을 읽었습니다. 어릴 때 많이 듣던 욕설 중에, “천벌을 받을 놈!”이란 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즘과는 달리 그 당시에는 그런 욕설을 자주 들었던 것 같습니다. 천벌이란 하늘에서 내리는 벌을 의미합니다. 어쩌면 마음속으로 천벌을 기원하는 흉악무도한 대상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마음속으로 되뇌고 되뇌다가 입버릇이 되어 사랑하는 아들과 딸까지 마음같이 순종하지 않자 화가 나서 이 몹쓸 욕을 입 밖으로 꺼냈을 것입니다. 속담에 결자해지(結者解之)라는 말이 있는데, 천벌 역시 그런 범주에 들지 않나 생각합니다. 하나님께서 못된 인간들을 만드셨으니 천벌로 다스리셔야 한다고 말입니다. 오늘 본문에서 이사야 선지자는 이런 하나님의 천벌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자연을 황야로 만드시는 일을 하시며, 둘째는 모든 사람들을 흩으시는데 빈부귀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것입니다. 주목할 것은 빌리거나 빌려주는 사람들 모두, 빚 준 이와 빚 얻은 이들 모두를 흩어버리십니다. 셋째는 거의 모든 백성들이 불에 타 죽는 것이라 합니다. 이런 전대미문의 천벌은 인간들이 하나님의 말씀(법)을 어긴 때문이고, 불순종한 때문이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5절). 노아 시대에 물로 심판을 하셨는데, 하나님의 최후의 심판은 불에 의한 심판이라는 말씀입니다. 그동안 불의 심판의 예고들이 있었습니다. 폼페이 베스비오 산의 화산폭발 등입니다.
특정 종교인이 아니더라도, 주변의 무뢰한을 향해서 “하늘이 무섭지 않으냐?”는 말을 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이런 말을 막말이라고 생각해선지 뜸해졌습니다. 어쩌면 양심이 무뎌진 한 증거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옛 성현이었던 “노자와 장자는 하늘을 상덕(常德)이라고 했고, 공자와 맹자는 하늘을 지선(至善)이라고 했다. 상덕이나 지선을 섬기고 지키는 마음을 양심이라고 한다. 양심은 곧 마음의 하늘이다.”(윤재근, <빛나되 눈부시지 않기를>, p.178). 권선징악을 노래처럼 말하는 사람들은 하나님의 심판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목청을 돋웁니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달리기를 하는 억울한 사람들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중학생 시절 항상 전 과목 100점을 맞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우체국장 아들이었는데, 그만이 <전과>라는 두툼한 참고서를 사서 공부했는데, 그 <전과>에서 시험 문제가 출제되었습니다. 대학은 신통치 않았지만 유학을 갈 수 있었고, 의대에서 가르치다가 은퇴하였습니다. 많은 금수저들이 비교적 평탄한 인생을 살다가 떠날 것입니다. 65년 만에 고향 친구를 만났습니다. 동네 친구로 사이가 좋은 것을 아신 아버지가 사진을 찍어주셨는데, “변치 말자.”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중학교에 갈 형편이 못되어 힘든 인생을 살아왔습니다. 적어도 하나님으로부터는 위로와 격려가 필요한 사람들이 우리가 사는 역사 속을 지나가고 있습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