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병에 걸린 선지자가 했던 말들. / 암 3:1-8.
묵상자료 7502호(2021. 11. 30. 화요일).
시편 시 42:6-8.
찬송 277장.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그가 말했다. “나를 슬프게 하는 것 모두, 주머니 뒤집어 탈탈 털어 잊어버린다.” 요즘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말 중에, 쿨하다는 신조어가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무슨 뜻이라고 설명해야 할지 난감해 하다가, 어쩌면 이 시 구절이 그 뜻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전화번호도 잊어버리고/ 주소도 잊어버리고/ 사람 잊어버리고/ 나를 슬프게 하는 것 모두/ 주머니 뒤집어 탈탈 털어 잊어버린다” 정일근 시인이 쓴 <은현리 홀아비 바람꽃> 이라는 시에서 나오는 구절인데요. 나를 슬프게 하는 것 모두 주머니 뒤집어 탈탈 털듯 잊어버릴 수 있다니, 그야말로 쿨하게 살고 싶은 사람의 목표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하지만 앞서 읽어드린 싯구절 바로 앞에 마치 전제조건처럼 나오는 구절은 이것 입니다. “만남 보다 이별이 익숙한 나이가 되면.” 시인은 심장을 꺼내고 그 자리에 사랑을 채워 넣은 적이 있었고, 자신의 전부를 뛰게 했던 많은 것들을 경험했습니다. 그러나 만남 보다 이별이 익숙한 나이가 되면, 그 모든 것을 잊어야 한다는 걸, 또 잊힌다는 걸 깨닫습니다. 그렇게 홀로 피는 게 인생이라고 합니다. 요즘 난무하는 쿨 하다는 말과 결과적으로는 같을지 몰라도, 과정에서 큰 차이가 있지요. 만남도 쿨하고 이별도 쿨 하고, 인간관계에 있어서 쿨 한게 좋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절대 내 심장을 꺼내 보이지 않을 것이며, 내 전부를 뛰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묻고 싶은 건 그렇게 사는 게 가능 하기는 하냐는 거지요. 그래서 생각합니다. 그 누군가에게 한 번도 심장의 자리를 내어 준 적이 없고, 한 번도 꿈을 향해 자신의 전부를 뛰게 한 적이 없는 사람이 쿨 한게 좋다 운운할 때는, 거짓말 하는 것으로 보기로 말입니다. 오히려 쿨 하지 못했던 사람이야말로 언젠가는 자기를 슬프게 하는 것을, 주머니 뒤집어 탈탈 털듯 잊어버리는 경지에 올 수 있다고 말입니다. <KBS FM 1, 출발 FM과 함께, 2014년 12월 10일 방송>
2. “야훼의 말씀을 받은 선지자(1-8절)”을 읽었습니다. 우리는 종종 TV를 통해서 무병(巫病)에 걸렸다거나, 신 내림을 받았다는 말을 듣곤 합니다. 자신의 의지나 노력으로가 아니라, 아무리 발버둥쳐도 벗어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외부의 힘에 의해서 무당(巫堂)이 되거나 박수가 되었다는 말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하루 종일 부채를 들고 춤을 추고 뛸 수는 없을 것입니다. 선지자 예레미야는 이런 무병에 걸린 자신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다시는 주의 이름을 입 밖에 내지 말자. 주의 이름으로 하던 말을 이제는 그만 두자 하여도 뼛속에 갇혀 있는 주의 말씀이 심장 속에서 불처럼 타올라 견디다 못해 저는 손을 들고 맙니다.”(렘 20:9). 그렇습니다. 이런 무병에 걸린 사람들이 기독교 세계엔 많고 많았습니다. 엘리야가 그랬고, 아모스가 그랬습니다. 바울과 요한이 그런 사람들입니다. 말씀을 전하지 않으면 죽을 것 같은 그런 뜨거운 불덩이를 안고서 살았던 사람들입니다. 어느 은퇴 목사님이 설교를 하지 못해서 입안에 거미줄이 생겼다고 했습니다. 아마도 누군가가 자신의 명성을 알아주고 불러주기를 기다리는 것 같았습니다. 이런 분은 무병에 걸린 분이 아닙니다. 만약 그럴 경우라면 말씀을 안고 찾아나서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외쳐야 할 것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들으라고 말입니다.
아모스는 양과 염소를 치는 시골뜨기 목자라고 소개드렸습니다. 그러나 그는 세상 돌아가는 것쯤은 알고 있었습니다. 출세한 세도가들이 깊은 밤중에 유흥가를 기웃거린다는 것과 맛집을 찾아 돌아다닌다는 것들을 말입니다. 그러면서 부자들이 특정 지역에 모여 살면서 아무나 함부로 자기들 구역으로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고 말입니다. LA의 비버리 힐즈나 세인트루이스의 라두는 일정 수준이 되어야 집을 마련할 수 있다고 합니다. 벌써 서울에도 돈이 있다고 살 수 있는 시설이 아닌 곳도 생겨났다고 합니다. 최소 학장이나 총장 출신이거나, 고급 공무원이거나 검사장 출신 정도는 돼야 명함을 내밀 수 있는 실버타운도 있다 들었습니다. 여러 명의 의사와 간호사가 상주하고 있으니까 쉽게 죽을 일은 없겠다 생각 들었습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무병에 걸린 선지자가 전할 말은 무엇일까요? 평생 그렇게 살다 죽을 것인가? 전대를 풀어서 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꾸물거리고 있느냐고 퍼 붓지 않겠습니까? 도스토옙스키가 <죄와 벌>에서 말하고 싶어 했던 그 말과, 찰스 디킨스가 <크리스마스 캐럴>에서 하고 있는 그 말을 말입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