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 부재중인 예배당. / 암 5:1-16.
묵상자료 7505호(2021. 12. 3. 금요일).
시편 시 43:4-5.
찬송 55장.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그가 말했다. “대통령 이름은 잘 몰라도, 새 이름, 꽃 이름, 지휘자 이름, 극작가 이름은 훤하더란다.” “사극을 좋아하시는 분들께는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사극에서 장수들이 칼싸움을 하는 장면을 보면, 이상하게 웃음이 나옵니다. 어렸을 때 동네에서 학교에서 심지어 집에서, 남자 어린이들이 막대기를 들고 입으로 효과음을 내며, 칼싸움을 하던 모습이 떠올라서입니다. 그 시절에는 의례 그러려니 했던 어린이의 놀이었지만, 깊이 생각하면 살풍경합니다. 편을 가르고 내 편이 아니면 무조건 악당이거나 적이니 죽여도 좋다고 하는 거지요. 애당초 어느 쪽 패거리에도 총 쏘는 야만엔 가담치 않기로 작정한 그 지성, 그래서 어린이들은 사람 죽이는 시늉을 안 하고도, 아름다운 놀이 꽃동산처럼 풍요로운 나라.” 신동엽 시인의 <산문 시 1>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어린이들이 사람 죽이는 시늉을 놀이랍시며 노는 데는 그만한 사회적 배경이 있는 겁니다. 이 시는 특별히 석양 대통령이라는 제목으로도 불리는데요. 이 구절 때문입니다. “아름다운 석양 대통령이라고 하는 직업을 가진 아저씨가, 꽃 잎 은단 딸아이의 손을 이끌고 백화점 거리 칫솔 사러 나오신단다.” 뿐만 아닙니다. 휴가 여행을 떠나는 국무총리가 서울역에 줄지어 기차표를 예매한다고 합니다. 이곳에서 대통령이나 국무총리는 직업일 뿐이며, 사는 모습이 서민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서민들의 모습이 어떠냐하면요. 광부들의 작업복 뒷주머니에는 하이데거 러셀 헤밍웨이 장자가 꽂혀 있고, 농민들은 모두 대학을 나와 트럭을 두 대씩이나 가지고 대리석 별장에서 살지만, 대통령이름은 몰라도 새 이름, 꽃 이름, 지휘자 이름, 극작가 이름은 훤하다고 합니다. 많은 사람이 꿈꾸는 이상적인 나라지요. 그리고 석양 대통령은 하늘에서 떨어지거나 알에서 나온 게 아니라, 그들 중에서 나왔을 겁니다. 대통령 이름은 잘 몰라도 새 이름, 꽃 이름, 지휘자 이름, 극작가 이름은 훤한 사람들. 일하는 틈틈이 하이데거 러셀 헤밍웨이 장자를 읽는 사람들. 애당초 어느 쪽 패거리에도 총 쏘는 야만엔 가담하지 않기로 작정한 지성을 가진 사람들. 바로 그런 사람들. <KBS FM 1, 출발 FM과 함께, 2015년 1월 7일 방송>
2. “이스라엘은 죽었다(1-3절)”, “하나님을 찾아야 산다(4-6절)”, “야훼의 송가(7-8절)”, “이스라엘의 죄상(9-13절)” 그리고 “살 길을 찾으라(14-16절)”을 읽었습니다. 오늘 묵상은 둘째 단락과 다섯째 단락입니다. 중심 주제는 살 길입니다. 첫째는 하나님을 찾는 길이며, 둘째는 살 길을 찾는 것입니다. 우리 옛말에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을 차리면 산다.”는 말이 있습니다. 아무리 위험하고 어려운 일을 만난다고 해도 살 길은 있다는 말입니다. 그 살 길이란 정신을 차리는 것입니다. 부모가 되어서야 자녀들이 사는 길을 걷고 있는지, 아니면 망하는 길을 걷고 있는지 분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선생이 되고 나서야 학생들 중에는 제대로 방향을 잡고 걸어가는지 아닌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그 사는 길, 제대로 가는 길이란 다름 아닌 제 분수에 맞는 삶을 사는 것이었습니다. 저의 어머니는 가끔 말씀하셨습니다. “앞 집 한 씨처럼 분수를 모르고 살면 안 된다.”고 말입니다. 양복점을 운영하셨는데, 봄여름 가을 겨울이 되면 늘 새 양복을 맞춰 입으시는 것입니다. 손님이 전혀 오지 않는데도 말입니다. “사장이 항상 새 옷을 입어야 사람들이 경기가 좋은 줄 안다.”는 얘기를 하신다 합니다.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성공과 출세를 하면 모든 허물은 덮어진다 생각합니다.
하나님이 뽑고 세우신 백성 이스라엘도 많은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자만하였고, 불순종하였으며, 헛되고 어리석은 삶을 살았습니다. 그것은 자기중심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아무런 경험도 준비도 없이 성공과 출세라는 신기루를 찾는 모습입니다. 세밀한 계획도 없이 덜커덕 큰 집을 짓겠다고 거친 바다에 뛰어든 모습입니다. 실패가 줄 아픔과 절망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전혀 상상도 못한 것입니다. 그들은 선한 목적이 아니라, 악한 목적을 쫓고 있었습니다. 성공만 하면 다른 모든 것은 다 잘 될 것으로 생각한 것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하나님을 찾아와야 합니다.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를 하나님의 말씀에서 깨달아야 합니다. 자신을 내려놓고 하나님 앞에서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여 자신을 살펴야 합니다. 무턱대고 하나님을 찾겠다고 아무 데나 절을 해선 안 됩니다. 베델과 길갈에는 하나님의 성전이 있었지만, 오래 전에 우상을 섬기는 곳이 되고 말았습니다. 우리 주변에도 우상을 섬기는 교회당이 많습니다. 자기중심적인 사람들, 말씀에 불순종하는 사람들, 어리석은 야망을 꿈꾸게 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는 하나님이 부재중이십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