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2. 12. 대림절 셋째 주일] / 주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 빌 4:4-7.
묵상자료 7514호().
시편 시 44:25-26.
찬송 371장.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점점 추워지는 날씨지만 집 나온 고양이들은 느긋해 보입니다. 사람들이 곁으로 지나가면 슬그머니 담장을 타고 올라가 사람을 빤히 바라보는 것이 바깥 생활에 익숙한 여유로운 모습입니다. 이런 고양이와는 달리 강아지들이 거리를 헤매는 모습은 참 안쓰럽습니다. 초췌하고 병든 강아지라도 아니면 따뜻한 체온이 느껴지는데요. 생명이 살아 움직인다는 것은 참 따뜻한 겁니다. 우리의 따뜻한 정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서 자선냄비를 앞에 두고 종을 울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리의 마음이 전해지면, 주전자에 물을 끓이는 것처럼 따뜻해 질 것입니다.
<KBS FM 1, 노래의 날개 위에, 2007년 12월 11일 방송>
2. 대림절 셋째 주일의 사도서간문 빌 4:4-7을 본문으로 “주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은”이라는 제목으로 설교하려고 합니다. 사도 바울은 크리스천을 “주 안에 사는 사람”이라고 정의하였습니다. 그러니까 크리스천의 존재방식이란 주 안에 있느냐, 주 밖에 있느냐로 크리스천의 진정성을 가름할 수 있다 하겠습니다. 질문해야 합니다. “나는 주 안에 살고 있는가?”
주 안에서 사는 사람이란 기쁨으로 사는 사람입니다(4-5절).
많은 사람들이 불평하며 하는 말이 있습니다. 기뻐할 일이 없는데 어떻게 기뻐하느냐고 말입니다. 가만히 들어보면 기쁨이 밖으로부터 오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착각도 이만저만이 아닌 말입니다. 기쁨은 밖에서 들어오는 것처럼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은 우리들 마음 바닥에서 솟아오르는 것입니다. 연세대학을 세운 언더우드 목사(Horace Grant Underwood)는 “걸을 수 있다면, 설 수 있다면, 들을 수 있다면, 말할 수 있다면, 볼 수 있다면, 더 큰 복을 바라지 않겠습니다.”란 기도문을 남겼습니다. 누구나 누리는 평범한 일들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간절한 평생소원이기도 하니까요. 이 기도문을 따라 하면서 기쁨이 솟아올랐다면 당신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사도는 그런 기쁨이 날마다 마음속에서 넘쳐흐르고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 그런 기쁨을 순간순간 일깨워주시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주 안에서 사는 사람이란 걱정을 감사로 바꾸는 사람입니다(6-7절).
참 놀라운 진리가 있습니다. 사람을 불행하게 만드는 걱정도,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감사도, 밖에서 스며드는 것이 아니라, 마음 속 바닥에서 솟아오르는 것들이라는 진리입니다. 근심과 걱정은 순수 우리말로, 저는 근심이란 앞일을 미리 당겨와 생기는 병이고, 걱정은 너무 많은 것들을 생각해서 생기는 병이라고 정의합니다. 앞일을 생각해야 하고, 이것저것 생각할 일들이 많은 우리네 삶입니다. 그러나 힘에 부치게 할 필요는 없습니다. 걱정근심으로 잠못이룰 때는 루터가 했다는 말을 떠올립니다. “하나님, 이 세상은 누구의 세상입니까? 하나님 것입니까? 루터 것입니까? 하나님 것이니 하나님이 알아서 하세요. 저는 잠을 자러 가겠습니다.” 분에 넘치는 일에 매달리는 일은 바보짓입니다. 내가 할 일이 아닐 때는 과감하게 하나님께 맡기고 정반대에 있는 감사의 샘물을 길어올리는 지혜 있는 사람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주 안에서 사는 사람은 참되고 사랑스러움을 품고 실천하는 사람입니다(8-9절).
지루해서 죽겠다는 이웃이 있습니다. 그래서 자주 제게 전화를 걸어 주십니다. 놀자고 할 때마다 할 일이 많다고 대답합니다. 대학 때 배운 계획세우기가 얼마나 요긴한지 모릅니다. 일일지계는 재어인(在於寅)이요, 일년지계는 재어춘(在於春)이며, 일생지계는 재어유(在於幼)라는 <명심보감>에 나오는 경구가 있습니다. 하루만 해도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 같습니다. 그렇다고 일에 파묻혀서 사는 것이 아닙니다. 짬짬이 채전을 돌보고, 잔디를 깎고, 나무를 손질하고, 눈을 치우고, 강아지와 산책을 하고 장을 보러 마트에 나가고 음식을 조리합니다. 걸을 수 있고, 볼 수 있고, 일할 수 있는 한 그것들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며 누리고 살려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찬송가 371장은 남궁억선생이 작사해서 더 좋습니다. 주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선하고 아름다운 뜻을 품고 부지런히 그리고 힘써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