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의 마음을 온통 흔들었던 꿈 이야기. / 눅 1:26-38.
묵상자료 7523호(2021. 12. 21. 화요일).
시편 시 47:1-4.
찬송 158장.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새로운 악기가 생기면 음악의 수준도 그만큼 새로이 높아지고 폭 넓어질 것 같지요. 하지만 아서 리서의 책 [피아노와 사회]에 따르면, 꼭 그렇지 만은 않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이기도 하지요. 가령 19세기 들어서 새로이 등장한 피아노, 일반 가정에까지 널리 퍼지기 시작했는데요. 그러면서 음악의 모토도 그 전까지와는 달리 화려하지만 어렵지 않은 여성들의 교양 과시도구가 됐지요. 홀로 건반악기를 연주하거나 또는 자기 노래를 단순히 반주하는 경우에는, 리듬에 있어 마음 내키는 대로 편하게 연주할 수 있고, 그러면서 마음에 드는 마음은 부끄러움을 느낄 필요도 없이 마음대로 눌리기도 하고, 연주하기 너무 어운 음은, 아서 리서의 표현에 따르면, 태연하게 꿀꺽 삼켜버릴 수도 있었지요. 그러다보니 저절로 작곡가들도 악보 출판인들도, 어려운 통주점 같은 건 사용하지 않게 됐습니다. 그레이시스 우아함들 이라고 불리던 장식음들도 크게 줄거나 간편해졌어요. 그러면서 여성들의 교양으로서의 피아노 연주를 더욱 돋보이게 할 수 있는, 실제 연주로는 그렇게 어렵지 않지만 느낌은 화려한 느낌을 주는 음악들에 비중이 훨씬 높아져 갔지요. 요한 라이하르트라는 작곡가는 노래모음집 [여성을 위한 노래들] 서문에 이렇게 썼을 정도입니다. “연약한 눈과 작은 손 때문에 나는 부채적인 중간파트를 작은 음표들로 써 넣었는데, 예쁜 작은 손이 충분히 벌어지지 못할 경우에는 성악 파트만을 연주해도 되고, 그럴 경우 어떤 음들을 빼도 되는 지 훨씬 쉽게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피아노라는 놀라운 새 건반악기 때문에, 음악의 수준은 낮아지고 여성들의 교양에 대한 과시욕은 훨씬 높아졌다는 것, 이 아서 리서의 생각에 여러분은 동의하시나요?
<KBS FM 1, 출발 FM과 함께, 2009년 11월 13일 방송>
2. “예수 탄생의 예고(26-38절)”을 읽었습니다. 예수 탄생 이야기는 마치 연극을 보는 것 같은 그런 장면이 나옵니다. 가브리엘이라는 이름을 가진 천사와 이미 정혼해서 약혼자를 둔 마리아라는 시골 처녀가 나누는 대화 장면입니다. 천사 가브리엘은 성경에 네 번 등장하는데, 구약 다니엘에게 두 번, 신약에서는 세례 요한의 모친 엘리사벳에게와 오늘 마리아에게 한 번씩 두 번이 그것입니다. 다니엘에게는 그가 꾼 꿈을 답답해 할 때 그 꿈을 풀어주기 위해서 등장하는 것에 비해서, 신약에서는 두 번 모두 앞으로 태어날 아이를 예고하는 이른바 수태고지를 위해서 등장합니다. 이처럼 가브리엘의 성격과 역할은 하나님의 계획을 사람들에게 이해시키는 일로, 신비에 쌓여있는 하나님의 일을 사람들의 이성으로 수용할 수 있도록 설득하는 임무를 가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가브리엘은 마리아를 찾아와 놀라운 얘기를 전합니다. “은총을 가득히 받은 자여, 기뻐하라. 주께서 너와 함께 하신다.”고 말입니다. 마리아는 놀라 말문이 막힙니다. 그러자 가브리엘은 곧 바로 마음을 열게 합니다. “두려워 말라. 너는 하나님의 은총을 받아 아이를 낳을 터인데, 이름을 예수라 하라. 그 아기는 하나님의 아들이라 불리기도 할 텐데, 다윗의 왕위를 물려받아 그 나라를 다스릴 것이다.”고 말입니다. 그때 마리아는 입을 열어 “저는 처녀의 몸으로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고 하자, “성령께서 네게 내려오시고 하나님의 능력이 감싸 주실 것이다. 너의 친척 엘리사벳도 늙은 나이에 아이를 수태한지 여섯 달이나 되었다.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이니 안 되는 것이 없도다.”고 대답합니다. 그때 마리아는 “주님 말씀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원합니다.”고 말합니다. 마리아는 비몽사몽간에 천사를 만난 것인지, 아니면 사람의 몸을 입은 한 이웃이 꿈속에 찾아와 들려준 이야기인지, 그도 아니면 나른한 봄날 아침에 졸다가 꾸었던 꿈 얘기였는지, 혼란스러울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대화에서 우리는 마리아의 범상치 않은 의지와 신앙적 결단을 엿볼 수 있습니다. 정혼한 여인의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성령으로 잉태할 하나님의 아이를 가지겠다고 수락한 때문입니다. 엄청난 결단과 대답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두려웠을 마리아는 꿈속에서 나눴던 대화를 오래 묵상하다가 유일한 단서, 친척 엘리사벳의 수태과정을 확인함으로, 가브리엘 천사와의 대화에 신뢰할 수 있게 되었고 평온한 마음을 회복했을 것입니다. 최근에 저도 가끔 꿈을 꾸곤 하는데, 그야말로 개꿈에 불과해서 더 이상 궁금해 하지도, 여운조차도 없습니다만, 마리아가 경험한 수태고지는 그녀의 마음속에 크고 무거운 의미로 온 정신을 흔들었을 것이 분명합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