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신 주님을 모셔들이시길. / 요 8:12-20.
묵상자료 7573호(2022. 2. 9. 수요일).
시편 시 57:4-6.
찬송 67장.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1916년의 어느 날, 스위스 쥬리히의 한 음식점에 꽤 많은 예술가들이 모여들었습니다. 그들은 [다다]라는 제목의 잡지를 발간하기로 했지요. 그리고 자신들이 다다이즘을 추종한다는 선언을 하기도 합니다. “다다‘는 원래 어린 아이들이 타고 노는 목마를 뜻하는 프랑스어였습니다. 그러면서 무의미함이나 무가치를 뜻하는 단어가 됐지요. 그러니 다다이즘 선언이란 무의미함이나 무가치함을 추종키로 했다는 선언이었습니다. 더 깊이는 과거의 인습이나 예술을 전부다 부정한다는 선언이었지요. 그런 만큼 그들 다다이스트들은 과거의 예술을 전부 다 공격하는 것으로, 새로운 예술운동을 주도합니다. 그런 다다이즘은 곧 프랑스나 스위스를 넘어선 유럽 전역으로 퍼져서, 1920년대 초기의 예술운동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갔지요.
무의미함도 하나의 예술이 된다니. 자신의 삶이 무의미하고 무가치하게 여겨지는 이들에게는 구원이 아닐 수 없겠지요. 또한 무의미함까지도 쓸모 있게 만드는 예술에 새삼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예술덕분에 수치로만 계산되는 의미나 가치의 일방성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게 아닐까? 무의미하다는 생각 속에서 보내는 시간들, 그래서 주로 자학을 하거나 좌절감에서 시달리는 시간들도 다다이스트 적으로 본다면, 오히려 예술적인 시간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산다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나름대로의 가치와 의미를 지닌다는 생각을, 다다이즘 덕분에 한번 해 보게 됩니다. <KBS FM 1, FM가정음악, 2008년 1월 25일 방송>
2. “나는 세상의 빛이다(12-20절)”을 읽었습니다. 대표적인 계시복음입니다. 주님은 자신을 빛이라고 말씀하십니다. 물론 은유적인 표현입니다. 빛이 가지고 있는 상징성을 생각해야 합니다. 빛은 어둠을 물러가게 하는 강력한 힘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제게 빛의 첫 이미지는 따뜻함입니다. 대학에 갓 입학했던 첫 2월과 3월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때는 마루로 된 기숙사 바닥에 연탄난로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그 난로에 넣을 연탄을 살 돈이 없어서 그 첫 2월과 3월을 추위에 떨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제가 가장 간절한 마음으로 기다린 것이 햇빛이었습니다. 북아현동 기슭에 위치한 기숙사 <인디언 하우스>는 3층짜리 붉은 벽돌 건물이 4동이 있었는데, 가장 햇볕이 잘 드는 곳은 식당과 강당이 있는 건물이었습니다. 저는 그 햇볕을 쬐러 달려 나가곤 했던 추억이 있습니다. 바람도 막아주는 그 양지바른 곳으로 쏟아지는 햇볕은 하나님의 선물치고는 가장 고마운 선물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도 제가 사는 아산에서 제가 일어나자마자 하는 첫 번째 행동은 거실의 블라인드 커튼을 양 옆으로 밀어내는 것입니다. 그래야 동편에서 떠오르는 햇볕을 거실 중간까지 모셔 들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감사함이 아니고서는 설명할 수 없는 문자 그대로 찬란한 햇빛(brilliant sunshine)입니다.
그렇습니다. 칠흑 같은 어둠속인 탄광이나 감옥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 모든 두려움을 내쫓는 빛이 가장 큰 은총일 것이며, 밤새도록 추위에 떨어본 사람에게는 따뜻한 온기로써의 빛을 갈망할 것입니다. 제 아내는 햇빛은 비타민 D를 생성해 주는 다시없는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을 합성해 우울감을 감소시켜준다며 골백번도 넘게 많이 쬐라며 잔소리를 해 댑니다. 그 밖에도 모든 식물이 광합성 작용을 하도록 도와주는 임무도 수행합니다. 빛이 가지고 있는 역할은 생명을 지키는 위대한 것들입니다. 우리 주님께서 이런 빛의 주인이 되신다는 것입니다. 저의 지인 중의 한 분은 초저녁잠에서 깨어나면 그때부터는 세상 걱정을 한 아름안고 꼬박 날밤을 샌다고 했습니다. 하나같이 쓸데없는 걱정과 근심이지만, 젊을 때는 전혀 없었던 현상입니다. 그런데 저는 그럴 때 서재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성경을 읽으면서 주님을 모셔옵니다. 두려움으로 가득 찬 세상일이나, 추위가 몰고 오는 아픔이나 설움들이 안개처럼 사그라드는 기쁨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세로토닌이 스멀스멀 솟아오릅니다. 그리고 온 몸을 감싸 안는 행복이 스며듭니다. 그리고 고백합니다. “주님은 빛이십니다. 저와 세상을 가득 채우시는 빛이십니다.” 진천의 김동환 목사님은 매일 아침 어깨에 <힘내세요> 피켓을 걸어 매고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아침 인사를 건네고 계십니다. 바람이 불 때는 영하 10도가 넘을 때도 있을 것입니다만, 축복의 손처럼 두 팔을 높이 들고 “힘내세요!” 사랑과 격려가 가득한 인사를 하고 계십니다. 목사님의 인사를 받는 이들은 많이 행복할 것입니다. 우리 주님은 그분을 대신 보내셔서 이른 아침 길을 재촉하는 이들을 감싸주고 계십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