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의를 품은 유대교 지도자들의 고소사건. / 요 18:28-38.
묵상자료 7593호(2022. 3. 1. 화요일).
시편 시 62:9-12.
찬송 445장.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큰 선물을 보내준 당신에게> 어제 큰 애랑 통화하다가, 엄마의 다른 친구들은 남편이 잘 도착했는지 문자도 보내고 전화도 거는데, 아빠한테는 전화 한 통이 없다고 막 서운해 했더니, 큰 애가 슬쩍 메일 한번 확인해 보라고 하더군요. 그제사야 당신이 보낸 편지 읽을 수 없었지요. 사실 전화라면 제가 먼저 걸 수도 있겠지요. 서로 누가먼저 전화하나 튕기는 연인사이도 아닌데, 누가 먼저 걸면 어쩌겠어요. 그런데 제주도까지 와서도 틈틈이 아이들에게 전화하고 남편하고 통화하면서 집하고 딱 연결되어 있는 친구들 보니까, 재미있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그러더라고요. 오죽했으면 저녁 먹는 자리에서 외국서 온 친구가 내일 올래 길 갈 때는 아예 휴대 전화들은 숙소에 놓고 가자는 말까지 했을까요. 아줌마 티 주부 티라는 게, 집에서 멀어진다고 해서 절대로 벗겨지는 게 아니라는 걸 절감했지요. 그런데 어떠하겠어요? 해바라기더라 오늘부터 넌 장미꽃 해라 이런다고 쉽게 바뀔 수 있겠어요? 휴대전화를 숙소에 놓고 푸른 제주바다를 끼고 걷는다 고해도, 우리들은 아마 여전히 각자 집을 향한 해바라기 꽃들인 거지요. 신혼 때 봤던 제주도 물빛은 여전히 그 때처럼 푸르렀지만, 주변은 몰라보게 변해 버렸네요. 세월이라는 게 그런 거겠지요. 그 때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던 우리 두 사람 역시, 세월 속에서 변하고 또 변해왔을 테고요. 저로 말하면 당신 말대로 너무나도 아줌마 적으로 변했겠지요. 당신과 친구들 식구들 때문이 아니라, 지나온 세월이 절 곰삭게 했을 거예요. 곰삭았다는 말, 제가 참 좋아하는 표현이지요. 구수하고 깊은 인생의 맛이 배어들기 시작했다는 말 같거든요. 오늘 제주 바다 보면서 10년쯤 더 곰삭은 다음, 함께 구혼 여행 왔으면 참 좋겠다, 이런 생각도 잠깐 해 봤답니다. <KBS FM 1, 노래의 날개 위에, 2009년 3월 20일 방송> b.
2. “빌라도 앞에 서신 예수(28-38절)”을 읽었습니다. 아마 지금도 <교경협의회>라는 단체가 있을 것입니다. 치안 담당자들의 노고를 격려하고 피의자로 구금되어 있는 이들을 선도할 목적에서 시작되었는데, 저도 몇 번 구치소를 방문해서 위문품을 전달하기도 하고 설교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기구에 회원인 목사는 어떤 사건에 휘말리거나 사건을 일으킨 자신의 교우들을 구해내는 역할로 변질되기도 했습니다. 한밤중에 파출소에서 연락을 받고 혈기왕성해서 다툼이 벌어져 입건된 교우들의 자식들을 변호하고 데려오는 일도 두어 번 했으니 말입니다. 그런가하면 사건에 휘말려 법정에 서게 된 교우의 재판을 방청하기 위해서 고등법원을 몇 차례 찾은 적도 있었습니다. 법정 분위기는 차갑고 무겁고 심지어 두렵기까지 했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법정에 출두하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오늘 본문은 유대 나라를 식민통치하고 있던 로마의 총독 빌라도가 주재하는 법정에 우리 주님께서 피고인으로 세워진 것입니다. 생각만 해도 아찔한 모습이 아닙니까? 삼엄한 분위기에서 갑자기 없던 죄도 생기는 듯한 착각마저 들 것 같습니다.
먼저 빌라도는 고소인들을 심문합니다. 무슨 죄로 고발하였는지를 물었고, 당신들도 법이 있으니까 그 법대로 처리하기를 종용합니다. 그러자 전혀 엉뚱한 대답을 합니다. 자신들에게는 사형을 시킬 권한이 없다고 말입니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죄의 성격이나 경중을 따지기보다는 죽일 생각부터 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빌라도는 예수님을 심문합니다. 첫 질문은 네가 유대인의 왕이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주님은 그게 당신의 물음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들이 귀띔한 물음인지를 따집니다. 그러자 빌라도는 자신을 유대인인줄 아느냐고 화를 냅니다. 그러니까 유대인의 속내를 알고 있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그래서 둘째 질문을 합니다. 도대체 당신의 동족과 종교 지도자들에게 밉보인 게 무엇이냐고 채근(採根)을 합니다. 주님은 논쟁을 멈출 생각으로 당신의 나라는 땅의 왕국이 아니라는 점을 확실하게 정리합니다. 단서를 잡은 듯 빌라도는 어찌됐건 당신이 왕이 맞냐며 확증을 받으려고 합니다. 주님은 나는 진리를 증거하려고 그래서 이 세상에 왔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러자 빌라도는 진리가 무엇이냐고 묻습니다. 빌라도는 짧은 몇 마디 심문으로 이 사건의 원인이 종교집단 간의 파벌 다툼 정도로 생각한 것입니다. 그리고 쉽게 끝나지 않을 길고 지루한 다툼이 이어질 귀찮은 사건으로 판단한 것입니다. 한 때는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역임했던 한 지인 장로 변호사는, 가장 추하고 꼴사나운 재판이 교회문제로 다투는 일이라며, 제발 교회 문제를 사회 법정으로 가져오지 말고, 교회 안에서 해결하라고 부탁하곤 했었습니다.
3. 백삼주년 삼일절 기념일입니다. 의미 있는 시간되시기 바랍니다.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