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나약하고 어리석은 십자가보다 더 큰 힘이 있을까? / 고전 1:18-31.
묵상자료 7600호(2022. 3. 8. 화요일).
시편 시 65:1-4.
찬송 471장.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3월 강의실에서 처음 만난 동기생을 떠올리다 보면, 꼭 떠오르는 친구가 하나 있어요. 처음 말을 건네게 된 순간 인상이 너무 날카롭고 차가워보여서 저도 모르게 저절로 긴장하고 경계했던 친구였어요.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까 본인도 그런 인상 때문에 고민이 많았고요, 실제 성격도 인상과는 사실 정 반대로 참 따뜻하고 정이 많은 친구였어요. 그래서 저의 친구들이 친구의 고민을 해결한다면서 바꿔준 게 하나 있었습니다. 좀 다른 얘기를 먼저 해 보자면요, 하버드 의대에서 실시한 심리 실험 중에, 실험 대상자들에게 약 300여 쌍의 물건과 도형을 보여주고 실시한 실험이 있었습니다. 300여 쌍의 물건들은 짝마다 곡선이냐 직선이냐의 차이만 있을 뿐 같은 물건들이었지요. 가령 손목시계라면 하나는 둥근 것 하나는 네모나 세모로 각진 것 이런 식이었어요. 그렇게 직선과 곡선으로 대비되는 물건을 보여준 다음에, 실험 대상자들이 그 중에서 순간적으로 어떤 형태를 더 많이 좋아하고 더 많이 선택하는지 조사했지요. 결과는 짐작하시겠지만, 보다 많은 사람들이 곧은 직성보다는 둥근 곡선을 더 좋아하고 더 많이 선택했습니다. 직선은 어딘지 날카롭고 위협적인 느낌 때문에 덜 선호한다는 거였지요. 물론 그런 곡선 선호가 모든 것에 적용되는 건 아니에요. 가령 남자들의 각진 턱은 서양에서는 결단력 독립심 자신감을 상징하는, 아주 좋은 외모 조건이기도 하지요. 그렇더라도 곡선과 직선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선호도는, 역시 잘 활용하면 일상생활에 큰 도움이 된다고, 찰스 브룩스 같은 심리학자들이 이야기 합니다. 앞의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서, 그 친구의 경우에도 저희가 바꿔 준 건 바로 안경이었어요. 뾰족한 안경 때문에 더 차가워 보인다는 결론 끝에, 안경을 둥글고 부드러운 걸로 바꿔서 선택해 준 것이었지요. 그러고 나니 실제로 차가운 느낌이 훨씬 덜 한 듯 했는데요. 하긴 안경을 바꿔서가 아니라, 가까워지고 보니까 첫인상의 느낌보다 실제 성격이 더 크게 보이고 또 느껴져서 일수도 있겠지요. 여하튼 3월 학생이 새 얼굴 새 친구를 사귈 때이겠지만, 학생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학창 시절의 오랜 친구들이 문득 그리워지는 달입니다. <KBS FM 1, 출발 FM과 함께, 2010년 3월 4일 방송>
2. “능력과 지혜이신 그리스도(18-31절)”을 읽었습니다. 우리 기독교 신학을 집대성한 사도 바울의 역할과 공헌은 어떤 말로도 다 표현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십자가에 대한 바울의 이해와 해석입니다. 십자가와 부활이 기독교의 핵심진리임을 우뚝 세워놓은 인물인 때문입니다. 그리고 기독교를 모든 종교들로부터 전혀 새로운 진리임을 구별시켜 놓은 것도 십자가와 부활 신학입니다. 그는 세상에 있는 모든 지혜로운 사람들, 소위 학자라는 사람들을 다 불러 모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십자가에 담긴 하나님의 사랑에 대해서 말씀합니다. 그 유명한 구절이 이렇습니다. “유대인은 기적을 구하고, 그리스인은 지혜를 찾고 있지만, 우리는 십자가에 달리신 그리스도를 선포합니다.” 라고 말입니다. 그러니까 바울을 비롯한 모든 크리스천들은 기적이나 지혜가 아니라, 십자가에 달리신 그리스도를 목청껏 외치겠다는 것입니다. 놀라운 그러면서도 낯설기 짝이 없는 주장이 아닐 수 없습니다. “유대인에게는 비위에 거슬리고, 그리스인에게는 어리석게 보이는 (십자가)입니다.” 십자가에 대한 세상의 모든 관심사를 요약한 말입니다. 개역성경에서는 “유대인에게는 거리끼는 것이요, 이방인에게는 미련한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러나 구원받을 우리들에게는 “하나님의 힘”이라고 말입니다.
1세기 당시에도 십자가는 찬반이 확연히 갈리는 논쟁거리였던 것 같습니다. 유대인들의 주장과 헬라인들의 주장이 판세를 쥐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부활하신 주님을 만난 막달라 마리아를 비롯하여, 제자들은 물론 상당수의 목격자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부활을 큰 소리로 증언하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이를 막아서는 유대교 지도자들의 힘과 사회적인 분위기가 한몫 했을 것입니다. 바울 사도는 이런 사람들의 앞잡이로 열심히 활동했던 인물인데, 그런 그가 회심하고 돌아섰다는 것은 엄청난 사건이었을 것입니다. 그의 고백처럼 그가 만난 크리스천들은 부활의 확신을 가지고 있었으나 무기력하게 순교하는 것에 대해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다 그는 주님을 만났고, 그때부터 십자가와 부활의 주이신 주님을 증언하는데 자신의 삶을 바쳤던 것입니다. 바울은 십자가의 의미에 대해서 많은 시간을 묵상하게 되었을 것이고, 마침내 십자가의 비밀을 찾아낼 수 있었을 것입니다. 십자가는 가장 초라하고 가장 나약한 것이지만, 오히려 이 십자가야 말로 가장 지혜로운 것이며 가장 강력한 힘이라고 말입니다. 1962년 미국을 방문할 계획을 갖고 많은 준비를 하신 교장선생님께서, 출국을 며칠 앞두시고 죄인처럼 머리를 박박 깎으셨습니다. 그걸 본 저희 고등학교 남학생들은 이튿날 모두 머리를 박박 깎았습니다. 어리석고 연약한 모습이 아니라, 뜨거운 사랑과 지혜가 가득한 행동하는 스승의 모습이셨습니다. 그때 이후로 주교교사들과 함께 함박웃음을 짓고 계시는 선생님의 사진이 저의 보물이 되었습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