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근본적인 문제풀이에 관심을. / 고전 6:1-11.

박성완 2022. 3. 16. 00:00

묵상자료 7608(2022. 3. 16. 수요일).

시편 시 66:13-15.

찬송 329.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조선 성리학의 근본을 이룬 성현(聖賢)이 외로움 속에서 분재 매화와 주거니 받거니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그림처럼 떠오릅니다. 퇴계는 매화를 볼 때마다 언제 어디서나 옥과 눈처럼 맑고 참됨을 잘 간직하라는 당부를 들으며 외로움을 달랬겠지요. 그런데 이런 퇴계의 극진한 매화 사랑이 무색하게도 수선화가 매화보다 한수 위라고 말한 성현이 있습니다. 추사 김정희입니다. 수선화는 매화에 앞서 추운 겨울에 피는 꽃으로 조선시대 때만 해도 중국에 다녀오는 사람들에게 알뿌리를 겨우 얻어 키울 만큼 귀했습니다. 하지만 추사가 유배를 간 제주에서는 하도 많이 나서 눈에 보이는 대로 뽑히는 신세였습니다. 제주 사람들에게는 꽃보다 양식을 지을 땅이 우선했기 때문이었지요. 추사는 육지에서 말로만 듣던 귀한 꽃이 푸대접 받는 것을 안타까워하면서 직접 본 감동을 시로 남겼습니다.

   한 점 찬 마음처럼 늘어진 둥근 꽃 그윽하고 담담한 기품은 냉철하고 준수하구나 매화가 고상하다지만 뜰을 벗어나지 못하는데 맑은 물에서 진실로 해탈한 신선을 보는구나

   추사는 담장 안이나 사랑방 안에서 귀한 대접을 받으며 꽃을 피우며 매화보다 길가에 야생화처럼 피는 수선화에서 해탈한 신선을 보았습니다. <중략> 그래서일까요. 서양에서 수선화의 꽃말은 조건 없는 사랑’, 그리고 부활입니다. 추사가 수선화의 꽃말을 알았을 리 없지만, 제주 유배 생활에서 간절했던 심정 역시 모든 어려운 상황을 헤치고 다시 부활하는 건 아니었을까요. 뽑히고 또 뽑혀도 해마다 어김없이 황금빛으로 피어 봄이 멀지 않았음을 알리는 수선화처럼.”

유선경, <문득, 묻다 1>, p.33-34.

 

2. “교우끼리 송사하지 말라(1-11)”을 읽었습니다. 고린도 교회에 보낸 편지를 읽노라면, 세상이 안고 있는 온갖 문제들이 이 교회 안에 있음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어떤 신학자는 현대 교회가 당면하고 있는 얽히고설킨 문제들 때문에 절망하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이미 고린도 교회가 그런 전철을 잘 견디고 있었다고 말입니다. 문제는 그들을 반면교사 삼아서 지혜를 배우기만 하면 내성이 생겨서 더 큰 시련에도 잘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오늘 본문에는 교우들끼리 생긴 문제 해결의 방법으로 세상 법정에 송사하는 일에 대한 바울 사도의 충고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문제들 때문에 세상 법정에 송사를 하는 일이 벌어졌을까요? 본문에서는 구체적으로 지적하지 않지만, 유추해 볼 수 있는 단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사소한 사건이라고 했고, “억울한 일일 수 있는 것이며, “사기를 당하는일이라고 했으며, 음란과 관계된 문제들과, 도둑질과 탐욕 부림, 그리고 술주정꾼과 비방하는 자 등이 더러 있었다고 지적합니다. 그러니까 사소한 일에서부터 심각한 문제들까지 생길 수 있는 문제는 거의 대부분 다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사는 마을에도 요즘 매우 사소한 일들로 시끌벅적합니다. 누군가가 남의 폐기물 스티커를 떼어 내어 자기 폐기물에 붙인 것 같습니다. 단 돈 2, 3천원 때문에 생긴 것이라고 합니다. 한 편으론 알뜰한 것인지, 아니면 부끄러운 일인지, 하여튼 그렇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는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의 말씀을 곰곰이 들여다봤습니다. 세상일이나 교회 일이나 이해득실을 낱낱이 따지고 든다면 문제가 떠날 날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그냥 실수겠거니 하면서 그냥 덮고 넘길 일도 많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사람 자체가 문제투성이인 경우도 있지만, 얽히고설킨 환경 때문에 본의 아니게 문제 속으로 휘말려 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일일이 콩과 팥을 가려내려고 하다가는 마음 편할 수 없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이런 복잡다단한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까요? 문제들을 여론의 광장에 다 불러내어 큰 소리로 성토를 하고 잘못을 빌게 할까요? 아니면 어떤 다른 방법을 찾아볼까요? 사도는 두 가지 제안을 하는 것 같습니다. 하나는 교회 안에서 해결하는 방안입니다(5-8). 시시비비로 요란할 것이며 끝도 없는 자기주장으로 치닫을 것입니다. 그래서 사도는 차라리 억울한 일을 당하고, 사기를 당하는 것까지 권하고 있습니다. 둘째는 더욱 더 하나님의 나라를 강조하는 것입니다(9-11). 하나님 나라의 엄격함과 순수함을 알게 하여 스스로 자복하게 하는 일입니다. 물론 매우 힘든 일일 것입니다.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은 수의 번호 24601번의 장발장을 응징하려는 형사 자베르와 그 반대편에 있는 미리엘 주교를 등장시킵니다. 장발장을 새로운 사람으로 변화시킨 것은 은혜를 베푼 주교의 은식기를 훔쳐가다 붙잡힌 장발장을 왜 내가 주었다고 말하지 않았느냐?”고 호통 치는 미리엘 주교였습니다. 회개가 아니라 용서가 먼저였습니다. 하나님은 그런 방법으로 우리를 회개케 하셨고 당신 백성으로 다시 품으시고 계십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