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교회도 질서가 필요한 사회. / 고전 14:26-40.

박성완 2022. 4. 5. 00:00

묵상자료 7628(2022. 4. 5. 화요일).

시편 시 69:13-15.

찬송 508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아이들이 그려놓은 그림을 보면요. 우리 어른들의 생각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을 발견하게 되지요. 예를 들어 건물이나 나무보다 엄마의 얼굴이 더 크게 그려지기도 하고요. 바다든 숲이든 배경과는 관계없이, 제일 좋아하는 장난감이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기도 합니다. 아이들의 심리를 연구한 학자들은 그림을 그려놓은 스케치북은 아이들의 마음과 같아서, 아이들이 가장 소중한 것 그리고 가장 중요한 존재가, 바로 제일 크고 제일 중심에 놓인다고 얘기합니다. 어른들의 마음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지금 내 마음 속 한 가운데, 가장 크게 자리 잡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내 마음 속을 슬며시 들여다보는 시간 가져보시면 어떨까요? <KBS FM 1, 새아침의 클래식, 200749일 방송>

 

2. “교회 안에서의 질서(26-40)”을 읽었습니다. 유교의 기본 이념인 삼강오륜에는 장유유서라는 항목이 있는데, 어른과 아이 사이에는 차례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영어에서 말하는 우선순위라는 말 priority가 바로 그 의미라 하겠습니다. 처음 교회 실습을 하게 되었을 때, 유년부와 고등부를 맡았는데, 고등부 학생들의 질문이 힘들게 하였는데, 그 중에는 이런 질문도 있었습니다.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은데 언제나 감성적이고 재미있는 것에 더 끌린다.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 그때 우선순위를 정하라고 권했던 기억이 납니다. 주어진 시간은 짧은데 하고 싶은 모든 것을 할 수는 없다. 어떻게 할까? 먼저 할 일과 나중할 일을 정해놓고 살아가자는 말이었습니다. 시간의 질서를 얘기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우리 기독교회는 초대교회 때부터 질서의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었습니다. 교회 역시 사회적 조직인 이상, 서열의 문제가 항상 잠복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문제에 대해서 2천년이 흐른 후에야 한 가닥 희망이 보이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로마가톨릭 신학자 한스 큉의 <교회란 무엇인가?>라는 책이었습니다. 그는 교회를 조직이나 전통으로 이해했던 종래의 개념에 혁명적인 사상을 끌어들였습니다. 교회란 하나님의 백성들이라고 말입니다. 조직도 전통이 중심개념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불러내신 사람들(에클레시아=에크 칼레오)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다양한 하나님의 백성들의 연합체였던 것입니다.

   이런 큉의 사상을 이끌어내게 했던 것은 바로 오늘 본문입니다. 사도는 교회를 구성하는 하나님의 백성들은 다양한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찬송하는 사람, 가르치는 사람, 계시를 말하는 사람, 방언을 하는 사람과 그것을 해석하는 사람 등이 있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이런 다양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교회의 유익을 위해서 질서 있게 활용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질서 있는 교회생활이란 매우 구체적이고 흥미로운 것이었습니다. 우선 방언을 할 때는 둘이나 셋이 차례로 말하고 한 사람은 해석을 해 주어야 한다고 안내합니다. 해석할 사람이 없으면 아예 교회 안에서는 하지 말고, 혼자서나 하나님과만 나누라고 말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사람 역시 둘이나 셋만 말하고 다른 사람들은 잘 새겨들으라고 권합니다. 만일 곁에 계시를 받은 사람이 있을 경우, 먼저 말하던 사람이 중단하고 그 계시 받은 사람에게 양보하라고 합니다. 그리고 교회에서 여자들은 조용히 지낼 것을 권고합니다. 궁금한 점이 많은 여자들이 그 궁금증을 교회에서 다 풀려고 한다면 분명 야단법석이 일어날 것이 분명했을 것입니다. 1세기의 세계는 여자들이 남자들만큼 교육을 받지 못하였기 때문에 궁금증이 많은 여자들이 입을 벌린다면 요란해질 것을 염려해서, 집에 가서 남편에게 물어보라 권한 것입니다. 우리가 사는 21세기 그것도 남자나 여자나 고등교육을 받은 시대에 여자들의 입을 막으라는 권고는 문제가 되고도 남을 것입니다. 하물며 교회 구성원의 70%가 넘는 현실에서 여자 지도자들을 세우려하지 않는 것은 억지를 부리는 만행(?)에 해당될 것입니다. 대통령과 수상, 대법원장과 대학총장이 여자가 될 수 있는 세계에서 말입니다. 다시금 “Text in Context” 라는 의미를 새겨봤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은 질서를 따르고 있는데, 교회의 질서는 문자적 성경해석에 빠져있으니 말입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