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송가에는 성공한 삶의 노래보다 실패한 삶의 노래가 많은 이유. / 출 15:1-21.
묵상자료 7649호(2022. 4. 26. 화요일).
시편 시 72:15-17.
찬송 445장.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좋은 글을 쓰고 싶으면, 가장 아끼는 문장을 지워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훌륭한 작곡가가 되기 위해선 자신이 좋아하는 화음을 아낄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요. 자신이 썼던 가장 아끼는 문장을 지우는 일, 좋아하는 화음이나 형식을 버리는 일, 쉽지 않은 일이겠지요. 글쎄요. 아마도 마음의 여백을 가지라는 뜻 같습니다. 한 발작 떨어져서 내 자리, 내 일, 주위 사람들을 바라보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내 모습과 만날 수도 있겠지요. 가장 아끼는 것을 지울 수 있는 사람이,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말하고 싶고 아끼게 되는 문장이나 음표를 지울 수 있는 것처럼, 일상의 많은 일들에도 그랬으면 합니다. 그 자리에 멈추지 않고 늘 새로워지고요. 좋아하는 일에도 조금은 일정 정도의 거리를 두면서 그 안에 마음이 쉴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둘 수 있다면, 매일 조금씩 성장하는 나 자신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KBS FM 1, 정다운 가곡, 2007년 4월 25일 방송>
2. “승리의 노래(1-21절)”을 읽었습니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노래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하나는 오늘 본문처럼 시련과 역경을 이겨낸 것을 기뻐하는 승리의 노래와 다른 하나는 유행가에서나 교회에서 많이 부르는 실패와 회개를 일깨우며 반성하는 참회의 노래가 그것입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우리 인생살이에서 승리의 노래를 부를 일 보다는 실패를 경험한 참회의 노래를 부를 일이 더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승리의 노래는 극히 제한된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낯설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본문에서 노래하는 승리의 노래는 세 가지 단락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째는 찬양의 노래입니다(1-5절). 애급의 왕 바로의 군대를 바다에 빠트려 죽이고, 이스라엘의 백성들을 살려주신 야훼 하나님을 찬양하는 내용입니다. 둘째는 영광의 노래입니다(6-10절). 누구도 당해낼 수 없는 하나님의 능력으로 바다를 가르고 원수들을 덮어버린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내용입니다. 셋째는 신들 중의 신이신 유일하신 야훼를 찬양하는 노래입니다(11-15절). 야훼 하나님은 창조주로써 자기 백성을 사랑으로 이끄시고 당신의 성소로 인도하심을 찬양합니다. 이렇듯 승리의 노래는 승리의 기쁨을 경험한 사람들에게는 충분히 공감하는 내용일 것이나, 그렇지 못한 소위 실패하는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남의 얘기로 밖에는 남지 않을 노래입니다.
여러 권의 신학도서를 집필했던 유명 대학교수께서 이런 얘기를 하셨습니다. “아무리 많은 책, 인기 있는 책을 집필했다 하더라도, 사람들의 입에서 불리는 찬송가 한 장보다 못하다.”고 말입니다. 아름답고 감동적인 노래 한 곡이 가진 가치를 뒤늦게 깨달으셨다 말씀하셨습니다. “시온성과 같은 교회 그의 영광 한없다.”는 독일 국가(國歌)에서, “피난처 있으니 환란을 당한 자 이리 오게.”는 영국 국가에서 가져왔습니다. 그런가하면 “빈들에 마른 풀 같이 시들은 나의 영혼”는 노르웨이 어부들이 잘 부르는 민요에서, “오 거룩하신 주님 그 상하신 머리”는 독일 술집에서 잘 부르던 유행가에서 가져온 찬송가라고 합니다. 국가든 민요(民謠)든 아니면 유행가(流行歌)든, 그것들이 교회에서 찬송가로 채택되어 부르게 되면 거룩한 노래 곧 성가(聖歌)가 될 수 있습니다. 마치 흉악한 죄인일지라도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고 새 사람이 된다면, 그를 하나님께서 용서하시는 의로운 사람이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신앙요지를 잘 기억나게 하고, 신자를 잘 격려해서 위로와 소망을 갖게 하는데 찬송만큼 효과적인 수단이 없을지 모릅니다. 오 헨리의 단편소설 <경찰관과 찬송가>는 추운 겨울을 교도소에서 보내길 희망하는 소피란 사나이는, 온갖 악한 방법을 다해도(무전취식, 성희롱, 물건훔치기, 고성방가 등) 그를 잡아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교회에서 들려오는 찬송 소리에 끌려 교회당 창문을 통해 찬송을 들으며, 그동안의 잘못된 삶을 뉘우치며 회개할 뿐 아니라, 새로운 삶에 대한 의욕과 일자리를 찾겠다는 계획도 가집니다. 그런데 찬송을 듣는 게 전부였던 그를 경찰관이 체포해서 3개월 형을 받고 교도소로 들어가게 된다는 역설적인 내용입니다. 찬송이 소피에게 행운일까 불운일까 는 깊이 생각해 봐야 하겠습니다. 오늘날 교회가 부르는 찬송에는 승리나 성공보다는 패배와 실패를 노래하는 주제들이 많은 이유는, 하나님이 찾으시는 사람들이란 죄인들이 전부인 때문일 것입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