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기적들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 출 17:1-16.
묵상자료 7653호(2022. 4. 30. 토요일).
시편 시 73:10-12.
찬송 73장.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어느 땐 외로워 보이기도 하고 또 어느 땐 한 없이 쓸쓸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깊은 밤 홀로 걷다가 하늘을 바라보게 되면, 은은한 달빛이 얼마나 아름답고 고마운지, 사무치게 다가올 때가 있습니다. 저 빛이 저렇게 다정하고 고운 것이었나? 문득 깨닫게 되지요. 향파 시, 구두회 곡 <사월은> 달빛 아래서 부르는 사랑의 노래입니다. 우리나라가 해방된 1945년 8월 하순의 어느 날, 구두회 선생이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당시에는 해방의 기쁨과 함께, 패전한 일본 사람들이 어떠한 일을 저지를지 몰라서 두려워하는 마음이 뒤섞여 있던 때라고 하네요. 숙직을 하는데 문득 일본인 교장이 들고 다녔던 일본도 생각이 떠올라서 두려움을 느꼈다고 합니다. 구두회 선생은 교무실을 나와서 학교 정문 앞에 사는 아는 분의 집으로 들어갔고요 주인 가족은 모두 외출 중이고, 마당에는 보릿단만이 수북이 쌓여서 그를 맞고 있었습니다. 보릿단에 앉아서 주인을 기다리며, 막연한 상념에 빠져서 달을 바라 봤는데, 문득 사랑하는 여인의 얼굴이 달 속에 떠올랐지요. 저 달이 거울이라면 그녀도 저 달을 쳐다보겠지. 내 마음을 비추어주듯 그 사람의 마음도 비추어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이 곡을 지었다고 합니다.
<KBS FM 1, 정다운 가곡, 2007년 4월 28일 방송>
2. “바위에서 물이 솟아나다(1-7절)”과 “아말렉을 쳐부수다(8-16절)”을 읽었습니다. 오늘 묵상은 첫 단락입니다. 성경을 포함해서 종교서적을 읽는 분들은 하나같이 신비한 얘기들을 접하다보면, 흔해빠진 종교현상으로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깁니다. 심지어 크리스천들 역시 이런 신비체험이나 기적 이야기를 설교에서 예화로 듣게 되면, “또 그런 얘기야?” 하면서 식상해 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요즘은 현대적인 버전으로 각색된 신비 체험담이 진행 중에 있습니다. 어려운 일을 당하기만 하면 꿈속에서 산삼을 캐라는 지시를 받고 문제를 해결한다는 황당한 얘기를 되풀이 합니다. 지난 27일자 국민일보는 종교인 신뢰도를 조사했는데, “기독교에 대한 호감도는 25.3%로 천주교(65.4%), 불교(66.3%) 등 3대 종교 중 가장 낮았습니다. 종교별 대국민 이미지 조사에서는 기독교는 ‘배타적’ ‘물질적’ ‘위선적’ ‘이기적’ ‘세속적’ 등 부정적인 단어가 포진한 반면 불교는 ‘포용’ ‘상생’ ‘친근’ ‘보수’ 천주교는 ‘도덕적’ ‘헌신적’ ‘희생적’ 등 긍정적 단어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단순히 타종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백분율 때문이 아님을 알아야 합니다. 개신교회에 대한 이미지가 부정적이라는 데 있습니다. 최소한 천주교회의 이미지로 평가된 “도덕적, 헌신적, 희생적”이라는 본래의 자리를 찾아야 하는 때문입니다.
사실 출애굽 사건에는 거의 대부분이 기적사건 혹은 신비사건으로 구성되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오늘 본문처럼 목이 마를 때면 바위에서 물이 솟아나는 기적이 일어난 것입니다. 저를 비롯해서 사람들은 바위에서 물이 솟고, 하늘에서 만나가 내리고 메추라기가 땅에 떨어지며, 구름기둥과 불기둥이 광야 생활을 지켜주는 이야기들은 분명 기적이야기임에 분명합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의 삶 전부가 기적이고 신비인 것을 우리는 잊어버리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할 때가 많습니다. 엊그제는 백주 대낮에 성견이 된 골든 리트리버만한 고라니 두 마리가 저의 집 대문 앞을 뛰어가고 있었습니다. 저녁에 자주 나타나서 옆집 상추밭을 아작 낸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대낮에 이런 광경은 처음이었습니다. 머지않아 산짐승들이 자주 찾는다는 미국 풍경을 예서도 볼 수 있을 전망입니다. 저는 매일 꽃밭에서 기적을 보고 있습니다. 둥굴레 꽃이 얼어붙은 제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주니 기적입니다. 이른 아침 창문틈새로 스며드는 라일락 꽃 냄새가 저의 무표정한 얼굴을 미소 짓게 하는 것이 기적입니다. 정확하게 끼니때가 되면 식욕을 느끼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기적인지 모릅니다. 저의 지인은 밥 먹는 것이 너무 힘들다 얘기하십니다. 돈도 많고 자녀들도 잘 섬기려하는데 말입니다. 젊은 날에는 손도 대지 않았던 된장을 상추쌈으로 먹는 맛이 이렇게 좋을 수 없으니 이것도 기적입니다. 이렇듯 찬찬히 주변을 돌아보면 신비하고 기적 같은 일들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우리 마음속에 가득 찬 불만과 불평들 때문에 눈에 들어오지 않던 은총이었습니다. 우리는 기적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매일이 기적의 연속들입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