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과 형식, 약속과 계약서와의 관계. / 출 19:1-13.
묵상자료 7656호(2022. 5. 3. 화요일).
시편 시 73:20-23.
찬송 358장.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인생은 5월처럼> 이라는 시가 있습니다. 우리의 삶이 녹색의 옷을 갈아입는 5월의 산처럼 푸르고, 싱싱한 생명력이 약동하는 5월의 나무처럼 싱그럽고, 훈훈한 향기가 되어 있는 5월의 바람처럼 따사로웠으면 하는 바람이 담긴 시인데요. 정말 몸과 마음이 따뜻해지는 5월이지요.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을 기쁨으로 바라볼 수도 있고요. 낳으시고 기르신 아버지 어머니의 눈물과 정성을 기릴 수도 있습니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았던 마음을 되새길 수도 있지요. 따뜻한 5월 바람만큼이나, 훈훈하고 정다운 시간이 많은 한 달입니다. 물론 그만큼 지갑은 좀 가벼워질 수 있겠습니다만, 마음은 두둑해지고 감사함으로 더 넓어지고 깊어지겠지요. 5월이 시작되고 나니까, 부자가 된 것처럼 희망에 부풀게 됩니다. 5월처럼만 우리의 일상도 푸르고 아름다울 수 있었으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 같습니다.
<KBS FM 1, 정다운 가곡, 2007년 5월 1일 방송>
2. “시내산에 이르러 계약 받을 준비를 하다(1-13절)”을 읽었습니다. 이스라엘 민족이 하나님의 백성이 된다는 것은 무형적인 신뢰나 신앙이 바탕에 있어야 하지만, 동시에 유형적인 약속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성사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마치 우리가 하나님의 백성으로 편입되는 출발점을 예수님을 구주로 믿는 순간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세례의식이 없다고 한다면 보증하기 어렵듯이 말입니다. 세례의식을 거행하는 세례의 공간을 예배당 입구 주변에 만드는 까닭도 예있다 하겠습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모든 예배자들은 자신들이 하나님의 자녀가 된 사실을 입증하기라도 하듯 예배당에 들어서면서 세례대의 물을 찍어 이마에 바르는 성호 긋기를 하는 것도 이런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하겠습니다. 그러니까 예수님을 구주로 믿는 내적 고백과 함께 외적으로는 세례가 이를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듯 우리가 가진 신앙이란 성령의 감동하심으로 주님을 영접하는 내적 변화로 시작하지만, 동시에 세례라는 외적 형식으로 이를 입증한다는 말입니다. 이런 내적이며 외적인 신앙 요소는 예배에서도 극명하게 나타나는데, 특히 초대교회의 예배가 그 필요성을 가장 확실하게 느끼고 있었음을 반영한다하겠습니다. 가령 2세기에 집필된 것으로 알려진 순교자 유스티누스의 <변증서1>에는 초대 크리스천들은 이른바 “말씀의 예배”를 마친 후, 이어서 “성찬의 예배”를 드리기 위해서 세례를 받은 성도들만 남아서 드렸던 것도 같은 맥락이라 하겠습니다. 그러니까 1부가 말씀에 의한 내적 고백의 예배라고 한다면, 2부는 눈에 보이는 성찬을 통한 외적 고백의 예배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듯 이스라엘 백성들이 야훼 하나님을 마음과 성품과 힘을 다하여 섬길 그들의 유일무이한 하나님이시지만(신 6:5), 이를 뒷받침할 외적인 증거자료인 계약 자료가 필요했던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시내산에서 하나님께 수여받은 십계명이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형식과 내용의 관계를 얘기할 때, 주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어느 한쪽만을 강조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가령 사랑하는 관계를 예로 들어봅시다. 서로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확인과 인정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입니다. 그런데 이런 내적인 의미의 사랑이란 시간이나 환경변화와 함께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외적인 형식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위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약혼이나 결혼과 같은 형식적 수단이 뒷받침해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언제나 내적인 것이 외적인 것보다 중요하고, 내용이 형식보다 중요한 것이 맞는 말이지만, 실제에 있어서는 외적인 것 또는 형식적인 것이 효력을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그것은 우리들 인간의 내적 의지가 얼마나 허약한지를 잘 말해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신앙적인 관계에서도 예외가 아닙니다. 때로는 내용보다는 형식이 좌우할 때가 많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문제를 극단적으로 잘 대변하는 것이 부자지간에도 차용증서가 필요하다는 것과, 가족 모임에서 공개적으로 선언한 부모의 상속의지도 문서나 녹음 등 증거 자료가 없이는 매우 위험하다는 것에서 알 수 있습니다. 십계명의 정신보다는 그 조문에 묶이는 것은 슬픈 일이긴 하지만, 항상 외적 형식보다는 내적 정신이 강조되고 공유되는 과정이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 내용이 형식보다 중요함이 강조되어야 하겠습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