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매일의 숙제를 하는 마음으로. / 출 32:13-29.

박성완 2022. 5. 10. 00:00

묵상자료 7663(2022. 5. 10. 화요일).

시편 시 74:16-19.

찬송 370.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아침에 식탁에 올랐던 접시 개수, 혹시 기억하시나요? 미국의 정치가인 벤자민 프랭클린은, 일찍이 식탁위에 접시 수가 너무 많으면 병이 몰려온다.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풍성함이란 큰 즐거움이기도 하지만, 곧 큰 방해나 고통이 되기도 한다는 건데요. 눈 닿는 곳마다 가득한 꽃들이며, 초록 잎들의 풍성함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큰 즐거움이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아무 일도 하기 싫고, 마냥 그 초록 속에서 놀고만 싶다. 이렇게 일에는 방해나 고통이 되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아무리 계절이 아름다운 들 누군들 마냥 놀기만 할 수 있겠는지요. 유난히 일도 아무 것도 하기 싫은 날일 수록, 건강을 위해서 식탁위의 접시들을 줄이듯이 마음 조절을 잘 해야 하지 않을까? 그러면서도 어느 덧 비 때문에 더욱 더 초록이 된 나무들, 이파리들에게 마음이 옮겨가는 아침입니다. <KBS FM 1, FM가정음악, 2007510일 방송>

 

2. “모세가 증거판을 깨트리다(13-24)”모세와 레위인들이 우상 숭배자를 숙청하다(25-29)”을 읽었습니다. 오늘 묵상은 첫째 단락입니다. 모세가 하나님의 성산 시내 산에서 오래 머문 것은 십계명을 받기 위해서였습니다. 하나님에 대해 지킬 계명을 한쪽 돌 판에 새기고, 인간에 대해 지킬 계명을 둘째 돌 판에 새긴 것을 들고 내려온 것입니다. 두 돌 판은 모세와 그의 백성들이 자랑스럽게 여길 뿐 아니라, 그들 민족을 복되게 만들어줄 은총의 선물이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날 소위 크리스천들이라고 자칭하는 사람들이 그토록 못 마땅해 하고 진저리를 치는 십계명과는 사뭇 다른 의미가 아닐 수 없습니다. 저는 요즘 어떻게 지내느냐는 지인들의 질문을 받을 때마다, 매일의 숙제를 충실히 하려고 힘쓰며 지낸다 대답합니다. 내일 모레면 여든 줄에 들어선 사람이 아직도 무슨 숙제를 하느냐고 물으신다면, 이른 새벽부터 저녁노을이 질 때까지 매일 매일 풀어야 하고 짊어져야 할 숙제들을 기쁜 마음으로 하노라면 그 재미도 쏠쏠하다고 대답합니다. 어린 시절에는 부모님이나 학교 선생님들로부터 쉬지 않고 숙제를 받아 그걸 푸느라 힘들어 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은퇴를 한 지도 8년째 접어드는 지금도 숙제를 하고 있는데, 전혀 다른 마음과 기분입니다. 힘든 것은 마찬가지 이지만, 기쁨과 감사함이 가득 묻어 있다는 것이 다른 점이기 때문입니다. 모세가 하나님께 받았던 십계명은 고통만 가져다주는 무거운 짐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복된 삶을 약속해 주는 하나님의 은총이며 선물이었습니다.

   하나님에 관한 계명은 뒤로 하고, 우리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인간에 관해 지킬 계명을 예로 들어봅시다. 부모를 공경하라시는데, 늙어가는 부모를 모시거나 상대하는 것은 분명 힘든 일입니다. 고집불통인 부모가 많습니다. 그러나 부모님 은혜 감사합니다.” 작은 카네이션 바구니에 꽂은 손 글씨 카드를 보내는 딸의 마음에는 진심을 가득 묻었으리라 생각하고, “아버지 어머니 감사합니다. 건강하십시오.” 아들이 보낸 송금 통장에 감사의 마음을 찍은 인사말인데, 훗날 언젠가는 뒤돌아보는 오늘이 행복이었다 생각할 것입니다. 간음하지 말라는 계명은 우리의 소중한 이웃들인 가정들을 잘 지켜주라는 말씀입니다. 서로 서로 지켜주어야 아름다운 이웃들입니다. 4월부터 저의 마을은 집 단장, 정원 손질, 채전 가꾸기로 분주하고, 집집마다 한껏 뽐을 내는데 게으름을 피울 수가 없습니다. 꽃 시장 나무 시장 등에 대한 정보교환도 한참입니다. 편히 조용히 살자고 말씀하는 분은 외톨이로 살 것입니다.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기쁨을 맛보지 못하고 말입니다. 이웃의 가정을 지켜주라는 하나님의 계명은 멍에만이 아닙니다. 우리의 삶을 즐겁고 생기 넘치게 하며 서로가 울타리가 되어주는 행복 그 자체입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잠자리를 들 때, 저는 오늘의 숙제를 끝냈는지 여부를 확인합니다. 기쁨과 행복이 몰려오는 시간입니다. 아흔 일곱을 살다 우리 곁을 떠나신 마을 최고령 할아버지의 매일의 숙제는 길가의 잡초와 돌멩이를 치우는 일이었습니다. 유모차를 밀고 집을 나와 비료 포대기를 앉은뱅이로 삼고 그 숙제를 하신 것입니다.

 

3. 지난 토요일엔 저의 부친 56주기 추모예배에 6남매 식솔들이 모였고, 그제부터는 김해 사는 처제 내외가 저의 집에 묵고 있습니다. 모두 같이 늙어가는 그리운 가족들입니다.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