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모세의 기도에서 배울 기도의 전형(典型) / 출 33:1-23.

박성완 2022. 5. 11. 00:00

묵상자료 7664(2022. 5. 11. 수요일).

시편 시 74:20-23.

찬송 482.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챙겨갖고 나가야 하는데 깜빡 잊고 그냥 나갔다가, 뒤늦게 당황하게 되는 것들, 그래서 그것을 가지러 집으로 되돌아서게 만드는 것들, 꽤 많지요? 지갑도 그렇고, 우산도 그렇고, 사무실에 챙겨갔어야 할 디스켓이나 USB, 혹은 열쇠나 무엇보다 휴대전화. 왔던 길을 되돌아가서 다시 집으로 들어가게 하거나 그렇지 못할 때는, 아예 그 하루를 버리게 만들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깜빡 잊고 집에 두고 나온 것들은 잃어버린 게 아니지요. 되돌아가면 거기 그 자리에 고스란히 그대로 있으니까요. 그게 집이니까요. 생각해 보면 5월이나 봄, 혹은 여름이라는 이 시간들도, 언제나 같은 문패를 달고 있는 집 같은 것이어서, 작년에 거기에 깜빡 두고 나왔던 것들, 미쳐 챙겨갖고 나오지 못했던 것들이 올해의 그들 속에 고스란히 그대로 그들 속에 남아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작년의 5월 속에 두고 나왔던 것들 그래서 버린 셈으로 쳤던 설렘과 기쁨들을 되찾을 것을 기대하면서 하루를 시작하셨으면 합니다.

<KBS FM 1, FM가정음악, 2007511일 방송>

 

2. “이스라엘 백성에게 출발을 명하시다(1-11)”모세의 기도(12-23)”을 읽었습니다. 오늘 묵상은 둘째 단락입니다. 기독교 교훈 가운데 라틴어로 lex orandi, lex credendi 라는 말이 있는데, 직역을 하면 기도의 규칙은 신앙의 규칙을 세운다.”이고, 보통은 기도하는 대로 믿고, 믿는 대로 기도한다.”란 의미로 사용합니다. 그러니까 기도하는 것을 보면 그 사람의 신앙을 가늠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모세의 기도에서 모세라는 인물의 신앙을 만날 수 있다 하겠습니다. 먼저 모세의 기도에서 그는 자의식(自意識)에서 남다름을 고백하고 있습니다(12). 자신은 하나님께 부름 받은 사람이라는 것, 그리고 자신의 모든 삶과 지도력 역시 하나님의 도우심 아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깨우쳐야 할 대목입니다. 우리는 하나님 앞에서까지(기도하는 것) 자신이 누군지를 헷갈려 합니다. 하나님의 은총이 아니었다면 초라하기 그지없는 그런 위인들인데도, 대단한 것처럼 뻥을 칩니다. 참으로 가관(可觀)인 기도를 역겹도록 듣습니다. 적어도 평신도인 손 흥민 선수에게 배워야 합니다. 그는 동료들에게 모든 공을 돌리는 겸손을 부모의 기독교 신앙에서 배운 것이 분명합니다. 두 번째는 자신을 하나님 눈에 든 사람이라고 칭찬하셨지만, 자신이 가야할 길을 가르쳐주시라고 간구하고 있습니다(13). 마치 어린아이가 부모를 의지하는 것처럼 모세는 하나님의 도움을 간절히 구하고 있습니다. 셋째는 하나님께서 동행하시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음을 알게 해 달라 구합니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고 연약한 존재인지를 확인하게 됩니다. 모세 역시 남다른 하나님을 체험한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자주 하나님을 홀대하거나 하나님 보다는 자신을 의지해온 잘못을 잘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과 동행하지 않으면 자신이 얼마나 무력하고 연약한지를 기도하게 해달라고 했던 것입니다.

   모든 종교는 나름의 기도규율이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기도하는 내용과 형식 등에서 그 종교의 특징을 알 수 있고, 심지어 그 종교의 진정성을 측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가령 우리나라의 민간신앙에서는 기도의 대상인 신의 의지와 능력을 절대적으로 신뢰합니다. 그와 동시에 기도하는 인간 편에서는 최대한 정성과 노력을 다하는 경향입니다. 저의 할머니가 기독교 신앙을 갖기 전에는 삼신신앙과 성주신앙에 충실하셨습니다. 삼신신앙이란 생명의 태()를 보호하는 신을 섬기는 일이며, 성주신앙이란 가옥(家屋)을 지키는 신을 섬기는 일인데, 집안 구석구석에는 그곳을 지키는 신이 있다고 믿었습니다. 특히 부엌과 우물 그리고 화장실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민간신앙에서는 기도자의 정성이 무엇보다도 강조되었는데, 목욕재개는 물론이고 자정이 될 때 우물에서 정화수를 떠놓고 손을 비비며 치성을 드리는 것이었습니다. 삼신이나 성주신이란 근거도 없는 막연히 내려온 전통신앙이었는데, 무엇엔가 의지하고 있으면 마음이 편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유대인으로부터 전승된 야훼 신앙은 오늘 모세의 기도에서 나타난 것처럼, 하나님이 누구이시고 또한 자신은 누구인지를 밝히고 있는 점이 특징입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절대적인 도우심과 인도하심을 구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하나님의 동행하심을 구하고 있는 점이 하나님의 절대적인 은총과 능력을 신뢰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가르쳐 주신 주기도에서도 매우 유사한 야훼 하나님께 드릴 기도의 전형(典型)을 볼 수 있다 하겠습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