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일과 기념일을 많이 공유하는 삶이 행복. / 레 23:1-44.
묵상자료 7673호(2022. 5. 20. 금요일).
시편 시 77:4-7.
찬송 296장.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사랑을 시작할 때는 내일만 보이고, 사랑을 하고 있을 때는 오늘만 보이고, 사랑이 끝났을 때에는 어제만 보인다.”는 말이 있습니다. 사랑하고 있는 사람들의 날인가요? 오늘, 오늘은 치열하고 아름답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닮는 셈이겠지요. 오늘이 어떤 날보다 더 특별하다고 믿는 사람들의 노래가 있습니다. 박정희 시 한 성석 곡 <오늘>. 이 곡에서의 오늘은 바로 결혼식 날입니다. 신부가 결혼식 날, 하얀 면사포를 쓰고 첫 발자국을 디디며 걷는 설렘과 순결 쌓인 아쉬움을 표현한 그러한 곡이라고 하지요. 평생의 단 하루 일생의 커다란 전환점이 되는 결혼식 날에, 신부가 어떠한 마음을 갖고 있을까? 그 설렘과 두려움을 담은 그러한 노래입니다. 눈부신 5월에 참 잘 어울리는 곡이 아닐까 싶습니다. “뽀얗게 피어난 오늘을 위하여, 터지게 익어온 보랏빛 아쉬움, 긴긴 너울을 깔아놓아요. 눈부신 새벽에 이슬길 위에. 영원히 마음 고여 머물고 가자던, 고향의 향긋한 배추밭 이랑길, 서로가 서로를 예쁘게 닮아요. 숨어서 엿보던 수줍은 전설로. 하얗게 말없는 가슴이 있어요. 타는 듯 새빨간 꽃잎이 있어요. 꽃수레 넘어간 산 너머 고갯길. 뽀얗게 피어난 오늘을 위하여.” 신부의 마음을 담은 노래인줄 모르고 들었을 때와는 조금은 다른 느낌을 받을 수가 있습니다. 박정희 시인에게도 이 시는 오랫동안 마음에 남는 시가 되었다고 합니다. 1961년 시를 짓던 당시, KBS 춘천방송국에서 근무하는 아나운서였습니다. 강원 예술제를 준비하던 작곡가 한 성석 선생의 시를 써 보라고 한 것이 계기가 되었지요. 시인은 작곡가에게 시를 전해준 것 외에는 곡을 위해서 특별히 한 일이 없다는 이야기를 하던데요. 그런데 이 시가 그 자신의 인생에게서도 하나의 계기가 된 작품이라고 시인은 말하고 있습니다. 작곡가 한 성석은 어릴 때 자랐던 고향의 배추밭 이랑 길을 연상하면서, 동심에 젖어 이 곡을 작곡했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KBS FM 1, 정다운 가곡, 2007년 5월 19일 방송>
2. “축절들(1-3절)”, “유월절과 무교절(4-8절)”, “햇곡식을 바치는 축절(9-14절)”, “추수절(15-22절)”, “새해맞이(23-25절)”, “죄 벗는 날(26-32절)” 그리고 “초막절(33-44절)”을 읽었습니다. 축절이란 축하할 명절들을 의미합니다. 저희 집에서는 부모님의 추모일과 가족 생일 그리고 명절을 지키는데, 자녀들이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가정들이 비슷비슷하겠지만, 여기에 부모님의 결혼기념일이나 어버이날 성탄절을 더하면 대체로 한 달에 한번 꼴로 부모님께 선물을 드리게 됩니다. 거기다 1년에 몇 차례 여행을 가는 경우에도 여행 경비를 준비해야 합니다. 많이 힘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조금만 깊이 생각해 보면 이런 기념할 만한 날들을 많이 가지고서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분명 행운아임에 틀림없다고 하겠습니다. 살아계신 부모님과의 연대의식이 또렷할 테니까 말입니다. 제가 아는 목사님은 그 자녀들이 부모님의 은혜를 생각하면 너무 감사해서 아무리 잘 섬기려해도 부족하다고 말한다 합니다. 제 아들 녀석은 초등학생 시절에 제게 손가락을 걸고 “아빠 나중에 커서 자동차 사줄게.”라고 약속했는데, 그 분의 아드님은 요즘 가장 좋은 차를 구입하고 운전자만 부친으로 하고, 모든 비용을 자신이 담당한다고 합니다. 물론 형편이 여의치 못해서 1년에 한 두 차례 용돈 드리는 것도 힘든 그런 가정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생일 카드나 종이 카네이션을 드릴 수는 있습니다. 그리고 사랑한다는 말은 얼마든지 건넬 수 있습니다. 제 아들 녀석처럼 자동차 약속도 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가족 사이에 기념할만한 일들이 많다는 것을 잊지 않고 기억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기념일은 추억을 기억하는 날입니다.
오늘 묵상은 첫 단락입니다. 축절들의 유래와 전통 그리고 내용들을 소상히 가르치는 것은 부모에게 맡겨진 의무였습니다. 제가 미시간의 한 신학생 집에 초대받아 간 적이 있었는데, 크리스마스 시즌이었습니다. 그 가정의 어머니는 여덟 자녀들을 위해서 여덟 개의 캘린더 준비하고 계셨는데, 그 캘린더 가족들의 생일과 결혼기념일 등이 빼곡히 적혀 있었습니다. 세상에서 하나 뿐인 그 캘린더 가족들을 연결해 주는 훌륭한 매개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최소한 그 기념일에는 카드를 보내도록 당부한다고 하였습니다. 우리 묵상식구이신 엥글러 목사님(한국 명 임구원목사)은 다섯 자녀를 두셨는데, 가족 행사 때는 어김없이 사진을 찍어 보내주십니다. 제게는 자랑이 하고 싶어 하십니다. 부모님을 찾아뵌 일과 며느님이 의학박사 학위를 받는 졸업식장, 그리고 어린 손자들이 세례를 받는 장면과 성회 수요일에 재를 이마에 찍어 바르고 웃으며 찍은 가족사진 등 말입니다. 가족 간의 연대의식을 돈독하게 하는 기념일 등은 사랑하는 마음만 있으면 충분히 가능한 일들입니다. 우리 가정들이 이런 축일들을 많이 공유하는 그런 아름다운 삶을 살았으면 참 좋겠습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