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역사와 전통을 알아야 할 이유들. / 레 24:1-9.

박성완 2022. 5. 21. 00:00

묵상자료 7674(2022. 5. 21. 토요일).

시편 시 77:8-9.

찬송 438.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살수록 얼굴까지 닮아가는 부부의 인연, <부부의 날>에 들어 보는 의미 깊은 노래가 있습니다. 양 성우시 한 지영 곡 <아내에게>. 아내에게 바라는 남편의 마음을 그려낸 그러한 곡이지요. 강열한 현실인식으로 저항시인이라고 불리는 시인의 시기에, 더욱 더 울림이 큽니다. 어두운 시대를 행해 쓴 소리를 해야 했던 시인의 고뇌를 함께 지고 가야 했을 아내의 아픈 자리가 느껴지는 시이지요. “나 아직은 헐값으로 내 넋을 팔지 않았는데, 그 무엇이 내 가슴을 흔드는가?” 이렇게 묻고 있는 시인의 목소리는 준엄합니다. 그런데 왠지 흔들리고 있는 시인 아내의 마음에 많은 생각이 교차하게 됩니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했다. 너와 나, 살 맞대고 사는 것은 오백 번쯤 태어난 끝에 서로 만난 까닭이리라. 아무리 힘들고 괴로울지라도, 나 아직은 헐값으로 내 넋을 팔지 않았는데, 그 무엇이 내 가슴을 흔드는가? 사람은 누구나 죽을 각오로 살면 죽지 않는다. 비바람 속에서도 벼랑위의 새처럼 부지런히 새끼들을 기르고. 꿈이 있다면 그것들의 날개 짓을 보는 일이다. 아무 것도 염려하지 마라. 내 앞에 오는 모든 날에는, 더 깊은 나의 사랑이 있을 뿐이다. 나의 사람아!” 오백 번쯤 태어 난 끝에 서로 만난 까닭에 부부가 되었다는 시처럼, 부부의 연은 귀하고 소중하겠지요. 믿고 따라와 달라는 남편의 바람,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라는 당부가, 무척이나 무겁게 들립니다. 당신을 향한 모든 날에 더 깊은 사랑이 있을 거라고 말하는 남편, 고된 현실을 이겨내게 하는 아프고도 아름다운 고백이겠지요. 작곡가 한 지영 선생은 시의 내용을 전달하는 일에 비중을 두고 작곡했다고 합니다. KBS 신작 가곡으로 위촉된 곡이고요, 작곡가의 개인 음반에 표제작으로 삼을 만큼 아끼는 그러한 곡이기도 합니다. <KBS FM 1, 정다운 가곡, 2007521일 방송>

 

2. “성소의 등불(1-4)”젯상 차리기(5-9)”을 읽었습니다. 25-31장에는 성소를 짓는 일에서부터 성소에 갖추어야 할 어려가지 비품들 그리고 성전 봉사자들의 복장 그리고 각종 제사들의 내용과 절차들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오늘 본문의 내용도 출애굽기에서 찾을 수 있는데, 첫 단락은 출 25:31-40절에, 둘째 단락은 출애굽기 25:23-30절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우선 성소에는 등잔대와 등잔불을 켜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왜 그리하는지에 대한 의미나 목적에 대한 기록은 없습니다. 그래서 현대 예배학자들은 어찌하여 성전에 등잔과 등불을 켜는가에 대해서 신학적인 해석을 하였는데, 그것은 성소는 하나님께서 임재하시는 장소로 제사를 지내는 동안, 곧 예배를 드리는 동안에는 등잔에 불을 켜 둠으로 하나님께서 우리 가운데 임재하고 계시다는 것을 상징한다고 이해하게 된 것입니다. 예배는 예배의 주인이신 하나님과 예배자들의 만남이라고 할 때, 이 귀중한 사실과 의미를 순간순간 일깨울 수 있도록 등잔 혹은 촛불을 켜 둔다는 것입니다. 비록 예배드리는 짧은 한 두 시간일지라도, 우리는 하나님의 임재하심 속에 예배드리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이유입니다. 우리가 예배에서 농이나 음담패설을 늘어놓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전통과 역사를 따르려는 교회는 촛불을 따라서 예배당에 입장하고, 촛불을 끔으로 예배를 마치는 그런 순서를 지금도 간직하고 있는 것입니다.

   둘째 단락은 유대인의 성전에서 볼 수 있는 것으로, 성소에는 진설병의 식탁, 금촛대, 분향 제단이 있었는데, 열두 지파를 상징하는 12개의 빵을 여섯 줄로 진열해 놓은 이른바 진설병 식탁이 있습니다. 그리고 향을 피워 그 향기가 하나님께 올라가도록 한 것입니다. 이는 하나님께 바치는 제물로, 안식일 직전에 진설병을 새것으로 교체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물려난 진설병은 제사장들만 먹도록 하였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대로 삼상 21:1-6절에 나오는 다윗과 그의 군사들이 시장해서 성소의 진설병을 먹은 사건은, 안식일 직전에 새 떡으로 바꾸고 물려난 헌 진설병이었던 것입니다. 이렇듯 성소와 관련된 모든 것들은 이 세상 것들과는 구별된 거룩한 것이었습니다. 거룩이나 구별이니 하는 용어의 의미는 하나님과 관련될 때 붙이게 되는 용어를 뜻합니다. 가령 로마 바티칸 시티에 가면 시스티나 성당이 있고, 그 성당의 벽과 천장에는 1508-1512년 사이에 교황 율리오 2세의 명령으로 화가인 미켈란젤로가 12,000점의 프레스코 화법으로 그린 천장-벽화가 있는데, 유명한 일화가 있습니다. 교황이 성당 천장화가 궁금해서 위를 올려다보는데 한 두 방울씩 물방울이 떨어져 머리에도 입에도 맞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물방울은 높은 천장화를 그리던 화가가 소변을 보러 내려갈 수가 없어서 현장에서 실례를 한 것인데, 교황께서 맞았던 것이며, 바로 그 자리에 제단이 놓여짐으로 보통의 건물에서 성전으로 바뀐 것입니다. 하나님과 관련된 것들은 거룩하다는 뜻의 성()자가 붙게 된 연유를 말씀드린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우리 역시 성도(聖徒)가 되었습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