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께 맡기시길. / 갈 5:16-24.
묵상자료 7721호(2022. 7. 7. 목요일).
시편 시 85:1-2.
찬송 175장.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따가운 여름 햇살도 피할 겸해서 시원한 계곡물을 옆에 두고 걷다보면, 어느 새 한 여름의 더위를 잊게 하는 여름 산. 푸르고 울창한 나무들이 둘러싼 산의 모습이 무척이나 아름답고 시원한 느낌을 주지요. 여름 산을 두고서 초록바다라고도 합니다. 최재영시 이수인곡 <여름 산> 준비했습니다. 여름 산이 주는 싱그럽고 풋풋한 느낌이, 토속적으로 친근하게 표현됩니다. 한적하고 평화로운 여름 산과 그 주변 풍경이 정겹게 그려져 있습니다.
“한 나절 청산은 졸고, 구름은 둥둥 영 넘어간다. 은어떼 송사리떼 파들거리는 산 여울. 산 색시 사랑처럼 오순도순 정답웁다. 머루 다래는 정숙을 닮고 이끼 앉은 광고엔 전설도 없다. 어제, 아랫마을 병아리를 체간 솔개는, 허공에 날개를 폈다 접었다. 골짜기 숲 굴에선 연기가 솔솔. 골짜기 숲 굴에선 연기가 솔솔 피어오른다.”
시어 하나하나가 생명을 얻어 살아있다는 느낌을 주지요. 토속적인 시상을 현대적인 감각에 맞게 잔잔하면서도 정겨운 선율로 풀어냈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KBS FM 1, 정다운 가곡, 2007년 7월 4일 방송>
2. “성령의 열매와 육정의 열매(16-24절)”을 읽었습니다. 요즘 신지영교수의 <언어의 줄다리기>를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말에 대해서 민감한 감수성을 가지라는 것이 주된 내용으로, 말이란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자연히 오래된 말들은 그대로 사용해도 무방한지 줄다리기를 해 보라는 주장입니다. 가령 과부나 미망인 같은 낱말은 남존여비를 배경으로 하던 군주시대에나 사용되던 말로, 현대와 같은 양성 평등의 시대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폭언이라는 것입니다. 과부란 한자어로는 寡婦로 그 의미는 “뭔가 부족한 여인”이라는 뜻입니다. 그런가하면 미망인이란 한자어는 未亡人으로 “남편을 따라 죽었어야 했는데 아직 그러지 못한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얼마나 무서운 폭언입니까? 우리 시대에 맞는 말을 사용해야 하겠다는 주장입니다. 요즘처럼 무더운 날에는 책 읽기가 딱입니다. 오늘 본문은 육정의 열매를 맺지 말고 성령의 열매를 맺으라고 강권하는 말씀입니다. “호랑이는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근사한 경치를 보면 근처의 바위에 자기 이름을 새겨 넣습니다. 심지어 므깃도를 성지순례 하던 한국의 어느 유명 교회 장로님은 당신 이름과 교회 이름까지를 새겨두기도 했습니다. 백사장에 이름을 새긴다고 그게 얼마나 남아 있을까요? 바위에 새긴 이름도 수 천 수 만년의 세월을 이겨낼 수 있을까요? 오늘 사도는 부탁합니다. 성령의 열매를 맺는데 힘쓰라고 말입니다. 사랑, 기쁨, 평화, 인내, 친절, 선행, 진실, 온유, 절제가 그런 열매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들이 힘쓰고 있는 열매들이란 전혀 다른 것들입니다. 음행, 추행, 방탕, 우상숭배, 마술, 원수 맺는 것, 싸움, 시기, 분노, 이기심, 분열, 당파심, 질투, 술주정, 흥청대며 먹고 마시는 것, 그리고 그와 비슷한 것들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저의 경우를 살펴보니까, 한두 개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해당되는 것 같습니다. 실행은 하지 않았다 해도 마음으로는 해온 일들이라는 뜻입니다. 육적인 욕망에서 자유할 수 있는 인생은 한 사람도 없습니다. 미국에서 발행되는 리더스 다이제스트에는 인간의 욕망을 이렇게 경고하고 있습니다. “하루를 기쁘게 살려면 이발을 하라. 한 주간을 기쁘게 살려면 양복을 사 입고, 한 달을 기쁘게 살려면 자동차를 사고, 6개월을 기쁘게 살려면 집을 사라. 그리고 1년을 기쁘게 살려면 새 배우자를 구하라.” 그렇게 살아갈 수도 없지만, 그렇게 살아서도 안 되는 것이 아닙니까? 훨씬 더 기쁘고 아름다운 우리들의 인생인데 말입니다. 성령의 아홉 가지 열매들이란 우리가 기를 쓰고 달려든다 해서 가능한 열매들이 아닙니다. 성령께서 우리를 감동 감화시켜 주셔야 가능한 일들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날마다 그리고 절체절명의 순간(?)마다 성령께 맡기는 간구를 드려야 합니다. 사랑과 미움이 솟을 때 사랑하게 해달라고, 기쁨과 슬픔이 치밀 때 기뻐하게 해 주시라고, 평화와 분쟁이 솟구칠 때 평화를 택하도록 도우시라고 말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매일 십자가에 못 박아 버릴 것들이 너무 많은 것들을 해결하며 살아야 하겠습니다. 대신 성령의 인도하심에 겸손히 따르면서 말입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