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은 물론 신념도 흔들리지 않기를. / 롬 14:13-23.
묵상자료 7762호(2022. 8. 17. 수요일).
시편 시 91:12-14.
찬송 499장.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꽃의 시인인 김춘수 시인은, 통영의 화가인 전영임 화백에게 이런 시를 써 주었지요. “전 화백, 당신 얼굴에는 윗니만 하나 남고, 당신 부인께서는 위벽이 하루하루 헐리고 있었지만, 코발트블루, 이승의 더 없이 살찐 여름 하늘이, 당신네 지붕에 있었네.” 윗니만 하나 남은 남편과 위염을 앓고 있는 아내지만, 오랫동안 함께 해 온 노부부의 동행의 삶이, 코발트블루 빛의 통영의 여름 하늘처럼, 맑고 드넓고 아름답게 연상됩니다. 요즘 날씨가 매시간 오락가락하고 너무나 덥고, 폭염 주의보까지 내리고 그러고 있지만, 노부부는 작년의 부부든 윗니 하나가 이제 막 솟은 어린 아이가 있는 젊은 부부든, 그 모든 이들의 집 지붕위에 코발트 빛 여름 하늘이 펼쳐지길 빌어 봅니다. <KBS FM 1, FM가정음악, 2007년 8월 17일 방송>
2. “신념의 생활(13-23절)”을 읽었습니다. 사람에게는 하나님을 신뢰하는 마음 신앙과, 자신을 신뢰하는 마음 신념이란 것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하나님을 믿고 의지하는 신앙과, 자기 자신을 믿고 의지하는 신념이 있다는 것인데, 우리는 이 둘의 관계를 혼동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자기 자신을 믿고 의지하는 신념이라는 것은 매우 허망하다는 것입니다. “내가 이러려고 목숨을 걸고 이 험한 길을 걸었는가?” 매우 자조 섞인 이 이야기는 보통의 사람들에게서 만이 아니라 유명한 사상가들에게서도 쉽게 찾을 수 있는 말이라는 뜻입니다. 신념이란 한결같은 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흔들리는 삶을 살고 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오늘의 본문은 신앙의 형제를 넘어지게 하거나 죄짓게 하는 일을 하지 말자고 권고합니다. 그러니까 제사 음식을 먹으면 하나님을 섬기는 일이 아니라 마귀를 섬기는 일이라고 주장하거나 가르치는 경우에는, 우상의 바다에서 살고 있는 형제를 절망에 빠트리거나 세상에 적응불능자로 만들 수 있다는 뜻입니다. 얼마나 어리석고 잘못된 일입니까? 불행인지 다행인지 우리나라에 복음을 전해 준분들은 대부분이 청교도 신앙을 가진 선교사들이었습니다. 그들의 생활방식 중 하나는 금욕과 절제가 있었는데, 그들의 눈에 비친 한국인은 술과 담배에 너무 빠져있는 것을 보고, 처음에는 절제회(節制會)를 만들어 고치려고 하였는데, 그게 잘 되지 않아서 마침내 금주회를 만들고 가르치니까 효과가 있더라는 것입니다. 그 결과 세계에서 유일하게 주초문제에 대해서 엄격한, 기독교인은 절대로 주초를 손에 대지 않는 사람들인양 만들어버린 것입니다. 물론 저는 청교도 신앙을 좋아하고 따르는 편입니다.
80년대 초에 목회학 박사 공부를 하려고 미국으로 가던 비행기 안에서 고신교파의 친구 목사님이 제게 귀띔했습니다. 저 앞자리에 앉은 분이 자신의 교단 장로인데, 와인을 거푸 마시고 있다고 비난조로 말입니다. 그러면서 주초는 한국만 벗어나면 죄가 되지 않는다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사도의 충고는 자신의 신앙과 신념이 주초에 대해서 자유롭다고 하더라도, 그 주초를 기독교 신앙인양 생각하는 어린 신자 앞에서는 삼가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매우 중요한 점을 언급합니다. 그것은 자신의 신념대로 혹은 양심대로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입니다. 그러나 신앙과 신념이 흔들리는 생활을 한다면, 그것은 이미 벌써 죄 된 일이라고 말입니다. 바울 사도가 게바를 책망한 일이 있었습니다. 안디옥을 방문한 게바가 예루살렘 교회 지도자인 야고보가 보낸 이들이 당도한다는 말을 듣고는, 할례 받지 않은 자들과의 식사교제를 비판받을 것을 두려워해서, 교제하지 않은 체 했던 일을 두고 한 내용입니다(갈 2:11-17). 대 사도인 베드로 역시 신념대로 살려다가 이를 포기한 부끄러운 일화입니다. 하나님을 믿고 의지하는 신앙도 흔들리지 말아야 하겠지만, 자신의 신념과 양심을 따르는 당당함도 흔들리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문제는 신앙과 신념을 구별치 못하는 데 있다 하겠습니다. 올바른 신앙을 가르쳐야 할 교회 지도자의 수준이 6개월 신학공부로 가능할지는 삼척동자도 알아차릴 일입니다.
3. 막내 딸 가족은 달포를 머물다 캐나다로 떠나갔습니다.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