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우리의 신앙이 그리스도 안에 정박해 있도록. / 삿 18:1-20.

박성완 2022. 9. 13. 00:00

묵상자료 7789(2022. 9. 13. 화요일).

시편 시 97:11-12.

찬송 533.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질그릇 만드는 도공을 지켜보는 어떤 사람은, 그 그릇이 만들어지는 동안 생기는 빈 공간을 바라봅니다. 그 빈 공간이 있음으로써 그 그릇은 쓸모 있는 그릇이 되는 거지요. 우리는 아침마다 오늘 하루를 담아 둘 그릇을 빚습니다. 어떤 이는 그릇의 빛나는 외형을 바라보면서 감탄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묵묵히 그 그릇에 무엇인가를 담지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릇의 빈 공간입니다. 거기에 무얼 담느냐에 따라 모양이 정해지는, 아직 덜 굳은 물렁한 그릇이지요. 저녁이 되면 그것은 천천히 굳어갑니다. 그렇게 단단해진 그릇에 밥을 담고, 때론 소중한 마음도 담아 둡니다.

<KBS FM 1, 노래의 날개 위에, 2007913일 방송>

 

2. 이스라엘 민족의 가나안 정복사는 여호수아에 의해서 12지파에게 땅을 분배함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시작이며 출발점이었던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오늘 본문은 미가와 단 지파의 갈등을 엿볼 수 있으면서 동시에, 단 지파가 자신들의 영토를 어떻게 확보해 가는지를 살필 수 있는 귀한 자료를 제공해 주고 있다 하겠습니다. 우리는 앞에서 미가라는 사람의 행보를 살펴보았는데, 그는 에브라임 사람으로 그는 어머니에게서 훔친 돈으로 자신의 야망을 이뤄보려다가, 회개하고 어머니께 그 돈을 돌려드렸는데, 어머니는 그 돈(1,400세겔)을 세공장이에게 부탁해서 신상을 만들어 가족의 신으로 섬기게 됩니다. 마침 떠돌이 레위인을 미가 자신의 가신(家神)을 섬길 제사장으로 고용했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때까지만 해도 단 지파는 눈대중으로 땅을 분배받기는 했지만, 확실하게 선을 그을 땅이 없어서 자신들의 영역을 확보하려고 다섯 명의 용사에게 주변의 땅을 정탐하게 합니다. 그들이 에브라임 산지의 미가 집에 유숙하면서 그곳에 레위 제사장이 있는 것을 알게 되고, 자신들이 정탐하러 가는 길이 형통할지 여부를 하나님께 물어봐 달라합니다. 그 다섯 용사는 요단강 계곡 상류에 있던 라이스를 정탐한 후 그곳을 점령할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단 지파의 사람들은 라이스를 점령하기 전에 먼저, 미가의 가신인 은으로 부어 만든 신상과 제사장의 예복을 갖춘 젊은 레위인 제사장을 자신들의 신상과 제사장으로 만들려고 한 것입니다. 그들에게는 충성을 맹세한 600명의 정예 군사들이 있었지만, 싸움에서 이기고 지는 것은 하나님의 도움이 없이는 될 수 없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 단 지파의 다섯 용사와 600명의 군사들은 미가의 제사장을 회유하여, 한 가정의 제사장보다는 한 지파의 제사장이 되도록 한 것입니다. 비록 인격적인 야훼 하나님을 신상으로 섬기려했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임에 분명하지만, 고대 사회에서 매우 흔한 현상임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오늘 본문은 이스라엘 민족의 가나안 정복사는 땅을 분배받는 것으로 일단락 된 게 아니라, 현실적으로는 엄청난 과제가 주어져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들 역시 하나님의 은총이 우리와 동행하심을 선언적으로 들었다고 해서, 우리의 삶이 하나님의 은총 아래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짊어지고 나아가야 할 수많은 과제들이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할 것이라 하겠습니다. 이른바 값싼 은혜가 이런 가벼운 신앙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것을 배워야 할 것입니다. 하나님의 은총이 헐값에 팔려나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 우리의 신앙이 그리스도 안에 정박해 있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그것이 우리가 힘써 할 신앙의 과제라고 말입니다.

 

3. 어제는 참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새벽잠을 설쳐가며 아산으로 내려왔는데, 헤어진 지 10년도 넘은 옛 선교지의 현지 평신도 동역자가 찾아온 것입니다. 그런데 그분은 선교지에서 그리고 한국에 둥지를 틀 때도, 여러 차례 저를 매우 힘들게 했던 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선물을 두 손에 들고 찾아와 옛 추억들을 소환하였습니다. 그의 병든 어머니를 도와주었던 일이며, 이혼의 아픔으로 방황을 할 때와 갑자기 맡겨진 어린 아들을 격려해 준 것 등을, 생생하게 기억하며 감사하고 있었습니다.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