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비극의 출발점 : 하나님의 은총의 날개 아래서 살지 않을 때. / 욥 1:1-22.

박성완 2022. 9. 15. 00:00

묵상자료 7791(2022. 9. 15. 목요일).

시편 시 98:4-6.

찬송 488.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머루와 다래 으름은 9월 산중의 별미였다고 하네요. 분이 뽀얗게 묻은 머루, 꼭지가 빠질 정도로 잘 익은 다래의 맛은 달콤새콤해서 산 위를 뛰어 놀던 아이들의 좋은 간식 거리였습니다. 나이 드신 어른들은 으름의 맛을 아신다고 하더군요. 약간 바나나 맛도 나는 것이 달콤하면서, 씨가 많은 것이 흠이라면 흠 일까 싶던데, 여름보다는 먹을 것이 한껏 풍성해진 가을이어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풍요로운 계절이었지요. 또 추수가 시작되는 9월에는 간간히 윤기든 햇살 밥에 참기름을 살짝 넣어 비벼 먹는 호사를 누릴 수도 있었습니다. 온갖 곡식과 과일이 무르익는 계절, 온갖 과일이며 밤 대추 등 별미를 맛볼 수 있다는 기대 때문에, 사람들의 마음이 설레던 9월이기도 했지요. 지금처럼 먹을거리가 지천에 널린 지금도, 때로 머루 다래 으름을 그리워하는 어르신들을 보면, 풍성함의 의미 좀 되돌려서 생각해 보게 됩니다.

<KBS FM 1, 정다운 가곡, 2007916일 방송>

 

2. “사탄이 욥을 시험하다(1-22)”을 읽었습니다. 오늘부터 욥기를 읽으면서 묵상하려고 합니다. 욥기는 구약성경 중에서 지혜문서로 분류되는데, 저자와 저작 연도에 관해서는 불분명합니다. 그러나 많은 학자들은 솔로몬 시대일 것으로 말하기도 하지만, 아브라함 이후의 사건과 율법과 제사 성전 등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는 것을 이유로, 실존인물로 볼 수 없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문제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취급하고 있는 주제들은 현대인인 우리들까지도 깊은 사색에 끌어들일 만큼 절실하다는 점에서, 진지한 묵상 자료인 것만은 분명하다 하겠습니다. 먼저 욥기서가 취급했던 주제들을 염두에 두는 것은 묵상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가령 어찌하여 경건한 사람이 고난을 당하는가? 과연 하나님의 정의는 승리할 것인가? 하나님은 자기 백성들의 삶과 고통에 관심을 가지고 계시는가? 도대체 사탄이란 어떤 존재인가? 부조리로 가득 찬 세상에서 어떻게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믿을 수 있을 것인가? 진정한 신앙인의 자세란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 이런 질문들은 여전히 핫한 신앙의 주제들인 때문입니다. 우리는 욥기를 읽을 때 소설이 갖는 요소들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천상의 하나님나라에 온갖 영들이 모여 있는 자리에서 하나님이 사탄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사탄은 지상을 두루 돌아다니다 천국에 이른 것을 아셨기 때문입니다. 그리고는 욥이라는 인물을 콕 집어서 화두에 올립니다. 다시 없이 신실한 사람이라고 말입니다. 그러자 사탄은 하나님께서 그를 사랑하고 축복해 주셔서 가능한 일이지, 욥 역시 보잘 것 없는 존재라고 말입니다. 욥을 두고 하나님의 칭찬과 사탄의 폄하가 쟁점이 된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하나님은 욥의 신실함을 마음대로 시험해 보고 저주해 보라고 사탄에게 맡깁니다.

   이렇듯 욥의 비극은 하나님의 날개 아래서 사탄의 발톱아래로 옮겨감으로 시작된 것입니다. 사탄은 불과 며칠 사이에 욥의 삶에 엄청난 파란곡절(波瀾曲折)을 일으킵니다. 어느 날 욥의 큰 아들 집에서 아들 일곱과 딸 셋의 가족들이 모여 잔치를 벌이고 있었는데, 스바 사람들이 나타나 욥의 종들을 다 죽이고 소와 나귀 떼를 약탈해 갔다 보고합니다. 그러자 곧바로 또 다른 종이 달려와 갈대아 사람들이 나타나서 종들을 죽이고 낙타 떼를 약탈해 갔다 보고 합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욥의 열 자녀들이 잔치하고 있는 집에, 광야에서 돌풍이 불어와 그 집을 무너트려 다 죽이고 말았다고 합니다. 이렇듯 순식간에 욥은 사랑하는 자녀들을 다 잃어버리고 소떼와 나귀 떼 그리고 낙타 떼 까지 다 빼앗기는 불행을 당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욥은 하나님을 원망하거나 비난하지 않고, 오히려 찬양했다는 것입니다. 일희일비(一喜一悲)하는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신실한 욥의 모습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던 것입니다. 엄청난 슬픔과 시련을 겪으면서도 하나님에 대한 신실한 욥의 모습은 칭찬받아야 마땅하지만, 그러나 사탄의 분노는 더욱 불타오르게 된 것 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우리들 인생의 비극은 하나님의 품에서 사탄의 품으로 자리바꿈할 때 일어나는 현상임을 깨닫게 하는 대목입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