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역사적 사실에 기초를 두었던 욥의 혼잣말. / 욥 29:1-20.

박성완 2022. 10. 4. 00:00

묵상자료 7810(2022. 10. 4. 화요일).

시편 시 103:1-5.

찬송 302.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인생은 한 권의 책과 비슷하다. 어리석은 사람들은 책장을 아무렇게나 넘기지만, 현명한 사람은 차분히 읽는다. 왜냐하면 그들은 그 책장을 단 한번만 넘길 수 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의 소설가 장 파울이 <인생에 대해서>에 남긴 말입니다. 정말 이미 지나간 부분을 돌이켜 볼 수도 없고, 앞으로 다가올 부분을 미리 당겨볼 수 없기에, 되돌아갈 수 없는 오늘 하루의 가치는 더욱 소중한 거겠지요. 새 하얀 백지처럼 펼쳐진 오늘 하루, 여러분은 어떻게 꾸며 가시겠습니까? 이왕이면요, 아름답고 소중한 기억들로 채워 나가셨으면 좋겠습니다.

<KBS FM 1, 새아침의 클래식, 2007104일 방송>

 

2. “욥의 마지막 독백(1-20)”을 읽었습니다. 성구집에서 욥의 독백을 무려 4일씩이나 읽도록 분류한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오늘은 그 독백의 첫째 부분입니다. 흔히 우리는 혼잣말을 하곤 합니다. 심리학에서는 여러 사람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하는 혼잣말은 외로움을 달래주기 위해서 하는 것이라 하며, 우울증 환자들에게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부정적인 언어 습관이라고 합니다. “난 안 될 거야. 난 왜 이럴까?” 등의 자책성 혼잣말은 더욱 더 어두운 골짜기로 찾아들어가게 할 것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나 오늘 본문에 나오는 욥의 혼잣말은 전혀 다른 종류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혼잣말은 신앙인들에게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기도의 다른 형태라는 것입니다. 욥은 혼잣말을 통해서 지나간 옛 시절을 되돌아보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등불이 자신을 비추던 시절, 어둠을 몰아내고 모든 두려움을 장막으로 감싸 안아 주시던 시절 말입니다. 하나님께서 늘 곁에 계셨고, 아이들도 주변을 맴돌며 떠나지 않았었다고 말입니다. 귀와 눈은 모두 제 구실을 하느라 분주했었고, 아우성치는 가난한 이들과 의지 없는 고아들을 돌보고 있었으며, 사람들이 숨을 거둘 때 남기는 축복의 말들은 빗나가지 않았었고, 과부들의 서러움이 기쁨으로 바뀔 때, 그 한복판에 자신이 있었다고 말입니다.

   욥의 혼잣말은 현재의 고통과 아픔과는 전혀 딴 세상 같은 행복의 날들로 꽉 채워져 있었던 것입니다. 정의의 옷을 입고 공평의 두루마기를 걸쳤으며, 소경의 눈이 되어주고, 절뚝발이의 다리가 돼 주었던 날들, 거지들은 아버지라고 부르고, 낯선 이들은 억울함을 풀어놓았다고 말입니다. 우리는 이런 넋두리를 망상에 빠진 자화자찬이라고 극히 경계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미움을 한 바가지 더 마셔야 할지 모릅니다. 그런데 이 모든 망상 같은 혼잣말들이 실제로 있었던 일이었다면 이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욥은 자신이 지어낸 소설 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그가 하나님께서 자신을 지켜주시던 때를 회상한 것이었고, 하나님의 등불이 그의 머리 위에서 빛나던 때였으며, 하나님께서 그의 거처를 감싸 주시던 때를 회상하는 내용이었기 때문입니다. 욥은 자신의 현실을 뒤집어엎을 꿈을 꾸는 게 아니었다는 말입니다. 그를 잘 알고 있다며 비난하는 친구들이 아무리 망상이나 환상에 빠진 지어낸 자화자찬이라고 욕할지라도, 이는 그의 삶의 아주 중요한 시절에 있었던 엄연한 사실이라고 말입니다. 우리가 욥에게서 그가 독차지 하고 있는 하나님의 사랑을 빼앗거나 덮어버릴 수 없는 바로 그 진실을 말입니다. 욥은 역사적 사실을 말하고 있었으며, 삶의 진실을 말하고 있었다고 말입니다.

 

3. 매월 초순경은 제겐 매우 바쁜 시간들입니다. 한 달 치의 묵상자료 기초를 놓는 숙제를 하기 때문입니다. 달력과 성구집의 안내를 받아야 하고, 계절에 비슷한 읽을거리를 옮기는데 시간이 꽤나 걸립니다. 이 숙제가 끝나면 어깨가 가벼워지고 행복감이 밀려옵니다. 오늘이 바로 그런 날입니다.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