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십자가와 부활 신앙 위에 서 있는 예수 운동. / 눅 5:12-26.

박성완 2022. 10. 25. 00:00

묵상자료 7831(2022. 10. 25. 화요일).

시편 시 105:14-16.

찬송 471.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작곡을 한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만, 그에 어울리는 노랫말을 더불어 쓴다는 것도 얼마나 많은 재능을 지녀야 가능한 일일까요? 이처럼 뛰어난 재능으로 좋은 작품을 선보인 분들 중에 작곡가 하우주가 있습니다. 하우주는 작곡가인 동시에 시인이었지요. 동백 문학회 회원으로 문학지에 30여 편의 시를 수록하면서 시인으로써의 글재주 역시 인정받아 왔습니다. 이제 소개해 드릴 <어머니> 역시 그의 자작시로 만들어진 노래이지요.

    “가시밭 덩굴진 후미진 산길, 오리 목 숲 속에 이르면 멧새가 운다. 어머님 무덤이 여기라고 반겨 우짖는 슬픔, 해마다 무덤가에 오가는 계절, 올 여름도 패랭이꽃 꽃 피워놓고서 반기는 어머니. 갈잎이 나는 차디찬 산골 지난 밤 우짖던 사슴 뵈이지 않고, 말없이 서 있는 오리나무, 귀똘인양 섰다. 해마다 무덤가에 오가는 계절, 올 겨울도 하이얀 싸락눈 덮고서 반기는 어머니.”

    하우주의 자작시이자 작곡가로써 대중 앞에 첫 선을 보인 작품 <어머니>였습니다. 30세를 전후해서 양친이 모두 돌아가신 하우주 시인은, 두 해 겨울을 빈소에서 나면서 극한 외로움과 슬픔에 잠기지요. 가곡 <어머니>는 당시 그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곡입니다. 작사가는 외필이로 남겨져 있습니다만, 선배 시인 설찬수가 하우주에게 지어 준 고적이라는 아호를 우리말로 풀어쓴 이름입니다. 75년 작곡된 이 작품에 하우주 시인은 자신이 좋아하는 가창자를 선정할 정도로 애착이 대단했다고 하지요. 곡 전체에 담긴 고적한 어머니에 대한 감회어린 사랑과 회한이 전해져 옵니다.

<KBS FM 1, 정다운 가곡, 20071025일 방송>

 

2. “나병환자를 고치신 예수(12-16)”중풍병자를 고치신 예수(17-26)”을 읽었습니다. 오늘 묵상은 첫 단락입니다. 나병(현대 의학용어로는 한센 병)은 예나 지금이나 천형(天刑) 중의 천형으로 각인되어 있습니다. 고칠 수 없다는 뜻에서 그런 무서운 이름이 쓰였을 것입니다. 어느 날 밤 온 가족이 울음소리도 죽이며 슬피 울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튿날 새벽 한 젊은 청년은 가족을 떠나 멀고 먼 소록도로 향했다 했습니다. 고향집 바로 앞 엄 씨 집에서 일어난 사건이었습니다. 그 뒤로 그 청년은 두 번 다시 그리운 가족을 찾지 않았습니다. 중학생이던 때였습니다. 그리고 고등학교를 다닐 때 한 하운이라는 한센 병 환자 시인의 시 <보리피리>를 읽었습니다. “보리피리 불면/ 봄 언덕/ 故鄕 그리워/ - 늴리리/ 보리피리 불면/ 靑山/ 어린 때 그리워/- 늴리리/ 보리피리 불면/ 인환의 거리/ 人間事 그리워/ - 늴리리/ 보리피리 불면/ 放浪幾山河/ 눈물의 언덕과 눈물의 언덕을/ - 늴리리그러던 어느 성탄절에 거창고 교사와 학생 몇 명이 돼지와 닭을 치는 거창의 한 나환자촌을 찾아가 예배를 드렸습니다. 그 때는 그분들이 무섭고 또 한편으론 불쌍하다는 생각밖에 하지 못했습니다. 대부분이 청소년기에 이 병을 알게 되었다 했습니다. 현대 의학에서는 한센 병은 유전병이 아니라 감염병으로, 1983년 이후부터는 복합화학요법(MDT)으로 완치의 병으로 분류되고 있으며, 조기에 발견되면 얼굴이나 손 발 등의 변형 없이 치료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런 천형을 안고 사는 나병환자이 주님을 찾아온 것입니다.

   그는 땅에 엎드려서 빌었습니다. “주님, 주님께서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이 고쳐주실 수 있습니다.” 주님은 손을 내밀어 그의 (머리에) 대시며 그렇게 해 주마. 깨끗하게 되어라.”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곤 조용히 낮은 목소리로 말씀하시길 아무에게도 이 일을 말하지 말고 다만 사제(제사장)에게 가서 몸을 보이고 모세가 명한대로 예물을 드려 네 몸이 깨끗해 진 것을 사람들에게 증명하라.”하셨습니다. 나병에서 나았지만 정상인의 대접을 받기 위해서는 해야 할 과정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 하신 것이 더 빨리 그리고 멀리 소문이 나버린 것입니다. 우리는 어찌하여 주님께서 이 놀라운 기적 이야기를 말하지 말라하셨을까요? 이를 연구한 학자들은 이른바 <메시야 비밀>이라는 신학적 이론을 주장했습니다. 그 처음 주창자는 W. 브레데로, 그는 막 4:10을 비롯한 마가복음에서 수차례 주님께서 기적행사 후 언급하신 말씀으로, 그 까닭을 주님의 메시야 되심을 부활 이후에 알게 하시려는 뜻이라는 것입니다. 십자가와 부활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예수 운동은 하나의 종교 운동 내지는 치유 운동에 불과할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하나님 나라의 비밀을 너희에게는 주어졌으나 외인에게는 모든 것이 비유로 하나니 이는 그들로 보기는 보아도 알지 못하며 들어도 깨닫지 못하게 하여 돌이켜 죄 사함을 얻지 못하게 하려 함이라”(:4:10).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역시도 십자가 없는 부활, 고난 없는 영광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면, 십자가와 부활의 기독교 신앙은 요원한 것처럼 보입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