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천국에 이르는 거룩한 길. / 사 35:1-10.

박성완 2022. 12. 24. 00:00

묵상자료 7891(2022. 12. 24. 토요일).

시편 시 113:1-4.

찬송 233, 229.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우리 가곡의 작곡가들은 유독 김소월 시에 편애가 심했습니다. 소월의 시에 내재된 우리나라 고유의 서정과 낭독하는 것만으로도 음악이 느껴지는 운율 때문이었을까요? 하지만 작곡가 이상근은 다른 작곡가들과는 조금 달랐지요. 한 시인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어 작곡을 했습니다만, 소월이 아니라 시인 유치환과 김춘수 그리고 김안서의 시에 애정을 보였습니다. 유치환의 시에 곡을 붙여 <아가>라는 연가곡을 만들기도 했고요. 김춘수의 시는 6곡이나 가곡으로 만들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곡 역시 김춘수의 시에 이상근이 곡을 붙인 우리 가곡 <소년>입니다.

    “희맑은 하늘이었다. 소년은 졸고 있었다. 열린 책장 위를 구름이 지나가고, 다시 지나가곤 하였다. 구름이 일다 사라지고, 다시일곤 하였다. 희맑은 하늘이었다. 소년의 숨소리가 들리는 듯 하였다.”  이국적이면서 신비로운 곡의 분위기가 인상적입니다. 작곡가 이상근과 시인 김춘수의 인연은 남달랐습니다. 광복 직후 이상근이 마산 여중에서 교편을 잡고 작곡가로 활동하던 당시, 시인 김춘수 역시 마산 중학의 교사로 있었지요. 두 사람의 교류가 긴밀했던 덕분에 이상근은 한국 전쟁 직전, 김춘수의 시중 6편을 골라서 가을 저녁의 시라는 연가곡을 작곡했습니다. 소프라노 이 경숙이 초연했던 <소년> 역시 그 중 하나였습니다. <KBS FM 1, 정다운 가곡, 20071224일 방송>

 

2. “거룩한 길(1-10)”을 읽었습니다. 누구도 천국에 다녀온 사람은 없습니다. 성경에 등장하는 인물도, 그렇지 않은 인물도 말입니다. 꿈을 꿔본 사람은 더러 있었습니다. 상상의 나래를 펼친 사람도 더러 있습니다. 그리고 이사야나 사도 요한처럼 희미하게나마 천국에 관한 암시를 받은 사람은 있습니다. 그러나 천국에 갔다가 온 사람은 없습니다. 까닭은 천국이란 가면 간 것으로 그만이지 다시 되돌아올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오늘 본문 역시 천국에 이르는 과정을 말씀하고 있습니다. 천국에 가 닿는 길을 거룩한 길이라고 이름붙이고 있습니다. 누구든지 천국을 사모하는 자는, 그리고 천국에서 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이 거룩한 길을 반드시 거쳐 가야 한다고 말입니다. 몇 가지 인상적인 장면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오랫동안 버려졌던 땅 메마르고 돌과 모래뿐인 황무지에 향기 가득한 꽃이 피어 있는 장면입니다(1-2). 하나님의 영광을 보게 될 것이라 합니다. 둘째는 두려움과 겁에 질린 사람들이 평생을 괴롭히던 원수들을 복수해 주실 하나님께서 찾아주신다는 것입니다. 바로 소경과 귀머거리 그리고 절름발이들에게 말입니다(3-6a). 제 가슴을 울려주는 말씀입니다. 셋째는 더 이상 사막도 황무지도 아닌 샘이 터지고 냇물이 흐르는 생명이 왕성하게 요동치는 세상을 보게 될 것이라 합니다(6b-7). 자연이 회복되었다 말씀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구별된 사람(거룩한 사람)들만 다닐 수 있는 천국에 이르는 길이 열린다 하십니다. 부정하고 어리석은 사람은 물론, 힘자랑하며 살던 맹수들도 얼씬 거릴 수 없는 길이며, 동시에 하나님이 되찾으신 사람들이 흥겨운 노래 행복의 노래를 부르며 걸어가는 길이라 하십니다(8-10).

    찬송가 233장의 배경이 되는 말씀이 되었습니다. 황무지에 꽃과 향기로 가득하고, 두 번 다시는 슬픔과 한을 품지 않아도 될, 생명이 약동하는 거듭난 사람들이 살아가게 될 세상을 말씀하고 있습니다. 어느 구석 한 곳도 부귀영화를 말씀하지 않고 있습니다. 미남 미녀의 세상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 빈부격차를 언급하지도 않습니다. 조화와 평화, 사랑과 신뢰를 말씀하고 있는 곳입니다. 이런 사람들이 거룩한 길, 구별된 이 찬란한 길을 걸어 천국에 이를 것입니다. 우리들 대부분은 천국에 뚝 떨어지기를 소망하고 있습니다. 세상에서 맺히고 맺혔던 소원들을 한 순간에 이뤄줄 그 어떤 곳에 뚝 떨어지기를 말입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천국에 이르는 길을 통과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존 번연은 이 천국에 이르는 길을 <천로역정>이라는 책으로 알려주려 힘썼습니다. 요즘은 <천로역정>을 권하는 사람들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너무 힘든 길이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래서 <내가 본 천국>류처럼 어느 날 그 나라에 뚝 떨어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 낙하산을 그리스도이신 예수라고 믿기만 하면 말입니다. 그런데 알아야 합니다. 예수를 그리스도로 믿는 사람들은 아브라함 품에 안긴 거지 나사로를 부러워하는 그런 사람으로 살지 않아야 합니다. 거지 나사로가 천국에 간 것을 우연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거지 나사로는 생명이 붙어 있는 동안은 한 순간도 천국을 그리지 않은 시간이 없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그 때 부자는 맛집을 찾아 전국을 순례하였고, 눈을 즐기기 위해 세상을 순례하였습니다. 그리고 더 많은 재물을 쌓고 자자손손에게 물려주려고 온갖 거짓과 불의의 종노릇을 하였던 것입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