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격(主格)인 하나님과 여격(與格)인 인간을 확인하는 말씀. / 출 3:1-15.
묵상자료 7902호(2023. 1. 4. 수요일).
시편 시 116:5-7.
찬송 533장.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새벽이 와서 닭이 우는 게 아니라, 닭이 울어서 새벽은 온다. 없는 길을 찾아 허둥대지 말고 스스로 길이 되어 떠나보라고, 그리하여 이 세상의 주인이 되어 보라고, 아픈 세상을 어루만지면서 해는 뜬다.” 시인 안도현이 쓴 <행복한 질문>이라는 글입니다. 아픈 세상을 어루만지면서 해가 떠오르는 추운 겨울날에는, 한 조각의 햇볕도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지요. 얼어붙은 음지를 녹이는 햇볕 같은 마음으로 아픈 세상을 어루만지는 겨울날의 따뜻한 손길로, 오후 4시가 되면 저도 노래의 날개를 펴고 여러분들에게 다가갑니다. 자, 오늘은 안도현 시인의 말처럼 주위 사람들에게 따뜻한 말 한 마디를 건네는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네요. <KBS FM 1, 노래의 날개 위에, 2008년 1월 4일 방송>
2. “모세가 불붙는 떨기에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다(1-12절)”과 “하나님께서 당신의 이름 야훼를 알려 주시다(13-15절)”을 읽었습니다. 오늘 묵상은 첫 단락입니다. 개역성경에서는 “떨기나무”라고 번역했는데, 공동번역 성경에서는 그냥 “떨기”라고 번역했습니다. 유대광야에서 흔한 관목의 하나로 잎은 매우 작고 좁으며 뻣뻣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떨기나무는 여러해살이 식물로 학명으로는 백선숙(白鮮淑, dictamnus)으로 북아프리카와 아시아의 따뜻한 지역에 분포하고 있고, 더운 날씨에는 쉽게 불이 붙을 수 있는 휘발성 오일 이소프렌이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본문에서는 떨기나무가 불이 붙었는데, 타들어가지 않는 장면을 흥미 있게 바라보고 있는 모세를 향해서, 하나님께서 모세를 부르시고, “이리로 가까이 오지 말라. 네가 서 있는 곳은 거룩한 곳이 네 발에서 신을 벗어라.”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말씀이 이어졌습니다. 말씀하시는 분이 자신을 밝히시는데, 조부 아브라함과 부친 이삭을 하나님 야훼라 말씀하신 후,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에서 고생하는 것을 보셨고, 또한 울부짖는 소리를 들으셨다고 하시며, 이제 그들을 이집트에서 해방시켜 젖고 꿀이 흐르는 땅 가나안과 헷 족과 아모리 족과 브리스 족과 히위 족 그리고 여부스 족이 사는 땅으로 데려가려고 하는데, 너는 네 백성을 이집트에서 건져내라고 명하신 것입니다. 이스라엘의 해방을 지도할 지도자로 모세를 임명하신 것입니다. 불타는 떨기나무가 타들어가지 않고 불꽃만 활활 타오르는 신비한 장면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모세를 백성의 지도자로 삼으신 것입니다.
저를 포함해서 많은 설교가들은 모세의 위인 됨을 장황스럽게 늘어놓습니다. 이른바 모세의 위대한 3분기 자격론 말입니다. 1분기 40년은 왕궁에서의 왕자로서의 생활, 2분기 40년은 이드로의 사위로 광야에서의 목자 생활, 그리고 마지막 40년은 이집트를 떠나 가나안 땅을 바라보는 느보산에서 생을 마감할 때까지의 영웅적인 생애 말입니다. 그러나 오늘 본문은 모세 그 자신에게서 지도자의 자질과 능력을 찾아서는 안 될 것이라 암시하고 있습니다. 모세 역시 하찮은 떨기나무가 여름철이면 불에 붙어 타들어가야 마땅한데도 불구하고, 불은 붙었으나 타들어가지 않는 신기한 장면에 정신을 잃을 정도로 구경하는 매우 평범한 한 목자에 불과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사사시대에 임명하셨던 사사들을 보듯, 인간 자신에게서 위인 됨을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부르시기만 하면 아무리 평범한 인물도 위대한 인물로 변화된다는 사실 말입니다. 다시 말하면 인간에 의해서 하나님의 역사가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부르심으로 인류의 역사가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가르치고 있다 하겠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끝까지 붙들어야 할 신앙은, 우리들 인간의 능력과 인간성의 계발과 순화에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은총과 섭리에 의해서 새로운 역사가 진행되는 것임을 확고히 하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