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2. 5. 주현절후 다섯째 주일]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금식. / 사 58:3-9a.
묵상자료 7934호.
시편 시 119:55-56.
찬송 28, 242, 358장.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얼마 전 친구에게 조그만 상자에 들어 있는 선물을 하나 받았습니다. 열어보니 유리 잔속에 향초가 들어있더군요. 아마도 하루하루가 향기롭기를 바란다는 바람이 들어있었겠지요. 심지에 불을 붙이자 심지 주위의 왁스가 촛불에 녹아내리면서 향기를 냈습니다. 때로는 이렇게 마음이 담긴 향초 하나가 무료한 삶의 공간에 향기를 통해서 생기를 불어넣는 것 같습니다. <KBS FM 1, 정다운 가곡, 2017년 2월 2일 방송>
2. 주현절후 다섯째 주일의 구약 이사야 58:3-9a을 본문으로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금식”이란 제목으로 설교하려고 합니다. 금식이 무조건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것이 아니라, 금식 중에는 하나님을 기쁘시게도 하고 노엽게도 하는 금식이 있음을 알아야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힘써 행할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금식이란 어떤 것일까요?
신앙생활은 물론 모든 삶은 진정성이 바탕에 있어야 합니다(3-4절).
헛살았다는 말이 있습니다. 의미나 목적이 분명하지 않은 삶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신앙생활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찬송을 부르던, 기도를 하던, 그리고 이웃을 돕던 거기엔 의미와 목적이 있어야 합니다. 진정성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의미도 목적도 없이 형식만 갖출 뿐 진정성이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사야 선지자가 화가 나서 견딜 수 없던 사람들도 그랬습니다. 하나님께서 보지도 않는 금식을 하는 사람들이었고, 하나님께서 알아주지도 않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전혀 하나님께서 반갑지 않은 사람들이라 언급한 이들이란 금식일 에도 어떻게 하면 돈을 벌까하고 궁리를 하고 어떻게 하면 일꾼들을 부려먹을까 생각하는가 하면, 금식하는 사람들이 시비나 걸고 싸움이나 하고 있다고 말입니다. 그래서 그런 금식은 집어치우라고 호통을 치십니다. 금식이 뭔지를 모르고 있습니다.
신앙생활의 기준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것이어야 합니다(5-6절).
시골 교회 동생이 있었는데, 고향 농협에서 상무일을 볼 정도로 출세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40일 금식기도를 한다며 무등산으로 떠났다가 절반쯤 죽어서 돌아왔다 했습니다. 그 일이 있은 후 몇 년이 흘러 목사가 됐다는 소리를 들었고, 제가 원주 강습회에 참석하고 있을 때 저를 찾아와서 점심을 대접하면서, 교회당을 짓는 부흥사로 유명해졌다며 자랑을 늘어놓았습니다. 그날 점심이 길어져서 강습회 진행자가 식은땀을 흘린 추억이 있습니다. 한 때 40일 금식기도가 유행했었는데, 아마 그 당시였을 것입니다. “굵은 베을 두르고, 재를 깔고 눕기만 하”는 금식을 책망하고 있습니다. 식음을 전폐할 만큼 다급하고 절실한 문제를 앞에 두고, 하나님과 담판이라도 하듯 임해야 하는 것이 금식기도가 아니겠습니까? 어쩌다가 금식기도가 무슨 스펙(spec)이라도 되는 양 신앙이력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말입니다.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금식이 무엇인지 말씀을 들어봅시다(6-9절).
묶인 이를 끌러주고, 멍에를 풀어주며, 압제받는 이를 석방하고 모든 멍에를 부셔버리는 것이라 하십니다. 정의로운 세상을 만드는 데 힘쓰라는 뜻입니다. 굶주린 이에게 먹을 것을 나눠주고, 나그네를 초대해서 쉬게 하며, 헐벗은 사람을 입혀주고, 힘들게 사는 골육친척을 외면하지 않는 것이라 하십니다.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도록 힘쓰라는 뜻입니다. 그리하면 하나님의 영광이 그들의 뒤를 받쳐주실 것인데, 부르짖기만 하면 하나님이 대답하실 것이고, 살려 달라 하시면 하나님께서 살려주실 것이라고 대답하십니다. 멍에를 치우고, 삿대질을 멈추고, 못된 말을 거둔다면, 언제든지 하나님께서 돌보아 주신다는 말씀입니다. 우리의 문제가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행복을 얻고 축복을 얻는 것은, 우리들 인간의 힘에 의해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은총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사람보다 그 은총을 받을 자 누구일까요?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